키움이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력의 젊은 내야수를 영입했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테일러 모터를 대체할 새 외국인 선수로 시카고 컵스 출신의 내야수 에디슨 러셀과 연봉 53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러셀은 미국에서 메디컬체크와 비자발급 등 필요한 절차를 마친 뒤 한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물론 한국에 들어온다 해도 의무적으로 2주 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러셀는 적어도 7월 중순은 돼야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만 21세의 어린 나이로 빅리그에 데뷔한 러셀은 2016년 뛰어난 유격수 수비와 함께 타율 .238 21홈런95타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던 전도유망한 내야수였다. 하지만 같은 해 하비에르 바에즈라는 또 다른 뛰어난 내야수 자원이 등장하오면서 팀 내 입지가 점점 좁아졌고 결국 부진에 허덕이다가 2019 시즌이 끝난 후 컵스에서 방출됐다. 비록 빅리그에서 밀려났다 해도 만 26세 올스타 출신 선수의 한국행은 무척 이례적인 사건이다.

'타점왕' 샌즈 대신 영입했지만 너무 실망스러웠던 '관광객' 모터

키움은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 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를 꺾고 창단 후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베어스에게 4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키움의 객관적인 전력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게 야구팬들의 중론이었다. 작년 시즌 키움이 선전할 수 있었던 커다란 비결 중 하나는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키움의 중심타선으로 활약하며 139경기에 출전한 샌즈는 타율 .305 28홈런113타점100득점의 뛰어난 성적으로 리그 타점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했던 샌즈의 작년 시즌 연봉은 50만 달러에 불과했고 히어로즈는 샌즈에게 고액연봉을 안길 만큼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 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샌즈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연봉 110만 달러에 계약하며 키움과 결별했다.

키움은 졸지에 리그 타점왕을 잃었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김민성(LG)의 이적과 송성문의 입대로 팀 최대 약점이 된 3루를 보강해야 했기 때문이다. 키움은 작년 12월 빅리그 3년 동안 통산 141경기에서 출전했던 멀티 내야수 테일러 모터를 35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몸값에 영입했다. 키움 구단은 10만 달러에 입단해 이듬해 리그 타점왕으로 성장한 샌즈처럼 모터 역시 리그를 대표하는 '저비용고효율 선수'로 활약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모터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자친구가 자가격리 도중 심리적인 문제를 보이자 관리 차원에서 퓨처스리그에 내려 간 모터는 4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2016년의 닉 에반스와 2017년의 다린 러프처럼 '2군 효과'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1군에 올라온 후에도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망한 야구팬들은 모터를 두고 '지미 파레디스의 재림', '카리대 타자 버전'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다.

모터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야구에 집중하기 보다는 서울의 맛집과 관광명소에 관심을 보이며 팬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결국 키움은 지난 5월30일 모터를 웨이버 공시했고 모터는 10경기에서 타율 .114 1홈런3타점이라는 민망한 성적을 남긴 채 '2020 시즌 1호 퇴출 외국인 선수'가 됐다. 키움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이 더욱 어려워졌지만 팀에 악영향을 끼치는 선수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빅리그 올스타 출신의 젊은 내야수, 높은 수준 보여줄까

작년 시즌 LG에서 활약했던 카를로스 페게로를 두고 한 차례 혼란이 있었던 키움은 페게로보다 훨씬 대단한 거물 선수인 러셀을 영입했다. 러셀은 1994년생, 만26세의 젊은 나이에 빅리그 5년 동안 통산 615경기에 출전한 진짜 '현역 빅리거'다. 선수생활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다가 상징적으로 빅리그에서 백업으로 몇 십 경기 출전하고 '빅리그 출신'이라는 간판을 달고 KBO리그에 입성하는 여느 외국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뜻이다.

러셀은 만 26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빅리그 출전 경기수(615경기)가 마이너리그 출전 경기수(272경기)보다 2배 이상 많다. 물론 안타와 홈런, 타점 등 타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표도 메이저리그 기록이 마이너리그 기록보다 월등하다. 2012년 만18세의 나이에 프로생활을 시작한 러셀은 단 3년 만에 마이너리그 코스를 이수하고 2015년부터 실질적인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 러셀의 통산 타율이 .242에 불과할 만큼 빅리그를 기준으로 보면 타격이 썩 좋은 선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마이너리그 통산 타율 .299). 게다가 올스타에 선정됐던 2016년 21홈런95타점으로 정점을 찍은 후엔 해마다 성적이 떨어졌고 컵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작년에는 82경기에서 9홈런23타점으로 부진했다. 화려한 경력만 믿고 KBO리그에 덤벼 들었다가는 자칫 '공갈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러셀의 합류와 함께 시행돼야 할 내야진의 교통정리도 손혁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다. 러셀은 빅리그 시절 유격수로 460경기, 2루수로 149경기에 출전했지만 정작 키움의 약점인 3루수로는 출전 경험이 없다. 러셀의 3루 포지션 소화가 어렵다면 키움은 러셀을 2루수나 유격수에 배치하고 김하성이나 김혜성을 3루로 이동시키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이 시즌 중간에 포지션 변경을 받아 들일지도 의문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러셀의 KBO리그 진출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스프링캠프 도중 시즌이 중단되면서 미처 팀을 구하지 못한 선수들이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시즌이 시작된 한국 무대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얼마 전에는 뉴욕 메츠의 에이스였던 맷 하비도 KBO리그 진출을 타진한 바 있다). 한국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빅리그 선수들을 KBO리그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야구팬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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