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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한 중학교 학생들이 야외 학습을 하고 있다.
 서울지역 한 중학교 학생들이 야외 학습을 하고 있다.
ⓒ 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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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 속에 벌이는 마스크 등교수업. 교실 안 마스크 낀 교사 맞은편에는 역시 마스크 낀 학생 수십 명이 앉아 있다.

"학생들 귀 뒤에서는 피가 난다. 학교에서 8시간씩 마스크하고 있어 봐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이 지난 22일 코로나19 등교수업 관련 기사에 단 댓글이다. 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마스크를 쓰고 고된 나날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등나무 아래 유치원생들, "날씨는 덥지만 시원해요"

이런 형편에서 유치원과 학교에서 마스크를 벗은 교사와 학생들이 발견됐다. '학교에서 마스크 상시 착용'이라는 방역 당국의 지침을 어긴 것일까? 
 
인천지역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유아들이 야외학습을 하고 있다.
 인천지역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유아들이 야외학습을 하고 있다.
ⓒ 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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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전, 인천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운동장 등나무 밑. 7살 유아들이 큰 도화지만 한 매직 판에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2m 거리를 두고서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마스크가 없다.

그림을 다 그린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손으로 땅을 파는 아이도 있다.

해당 유치원 이 아무개 교사는 "밖에 나와 마스크를 벗자마자 아이들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면서 "'마스크 쓰고 공부해야 하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벗은 기분을 물어보니 '재미있어요. 날씨는 덥지만 (얼굴이) 시원해요. 또 나가고 싶어요'라는 말이 돌아왔다"면서 "이 아이들이 바로 교실에서 아프더라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눈을 감고 있던 아이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유치원 아이들이 교실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었던 것은 교육부와 방역 당국이 '학생용 마스크 착용 기본수칙'을 지난 5월 말 다음처럼 바꿨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이 만든 학생 마스크 지침.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이 만든 학생 마스크 지침.
ⓒ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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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교정 등 실외에서 다른 사람과 2m(최소 1m) 이상 떨어져 있다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럴 땐 이야기를 가능한 하지 마세요."

교육부 지침 "실외에서 마스크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신 아무개 교사(환경)도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교실 밖으로 나온다. '마스크를 벗고 학교 숲에서 환경 책을 읽고 생물 종을 관찰하는 환경 수업'을 하기 위해서다. 물론 학생과 학생 사이 거리를 두고서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이 아무개 교사는 아침에 학생들과 운동장 한 바퀴를 산책한다. 또한 블록 수업 뒤 쉬는 시간 20분과 점심시간 학생들에게 '산책'을 권장하고 있다. 마스크 없이 맑은 공기를 마시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조아무개 교사도 "체육 시간에는 되도록 운동장에 나가 학교 한 바퀴 산책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광주지역 초등학교 송 아무개 교감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운동장이나 학교 앞 공원에 나가 가끔 수업을 한다"면서 "특히 저학년의 경우 배움의 주제나 방법 등 특성상 더 자주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전교생 80여 명이 있는 작은 학교다.

도심지역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야외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학생들이 운동장에 몰릴 경우 거리두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규모 학교인데도 학교 운동장이 비어 있는 경우도 일부 있다"라는 게 일선 교사들의 설명이다.

야외인데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

광주지역 초등학교 송 교감은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기다린다"면서도 "그런데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상황을 설명해줘도 의외로 아이들이 벗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지역 초등학교 박 아무개 교사도 "아이들이 습관이 되었는지 밖에 나가도 마스크를 잘 내리지 않는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마스크 못 벗는 학생들..."마스크 벗어도 되는 상황 많이 만들어줘야" 
 
경기지역 한 중학교 학생들이 국어 수행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지역 한 중학교 학생들이 국어 수행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 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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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중학교 문 아무개 교사(국어)는 요즘 말하기 수행평가를 운동장에서 벌인다. 인조잔디 운동장에 학생들을 10m 거리로 앉게 한 뒤 '말하기' 내용을 스마트폰에 녹음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교사는 마스크를 벗었지만, 정작 학생들 가운데 일부가 마스크를 벗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 교사는 "(어른들이) '너무 마스크를 쓰고 있으라'고 해서 운동장에서도 벗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마스크에 대해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걸까? 물론 정답은 없다. 인천지역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이 교사는 다음처럼 말했다.

"유치원 침대에 혼자 누워서 잠을 자는 아이의 마스크를 벗겨주려고 했는데, 잠결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고 했다.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상황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태그:#마스크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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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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