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로나19시대 방역지침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 학교. 칠판 앞에 손소독제가 놓여 있다.
 코로나19시대 방역지침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 학교. 칠판 앞에 손소독제가 놓여 있다.
ⓒ 박영숙

관련사진보기


학교가 순차적 개학을 한지도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학급당 인원 20명 이상의 중학교 학생들은 홀짝제로 등교하고 있다. 홀수날에는 홀수번 학생들이, 짝수날에는 짝수번 아이들이 학교에 온다. 고등학교에서는 고3을 제외한 고1~2학년 학생들이 주로 격주로 등교한다. 

제주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과로를 호소하다가 돌아가신 일은 다른 지역 교사들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돌봄 업무까지 해야 했다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홀짝 등교를 하는 중학교 교사의 업무 과중도 상상을 초월한다. 마스크를 끼고 수업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자신이 내뿜은 이산화탄소가 다시 자기 입안에 뜨겁게 들어오는 것이 느껴지며 입 주변이 축축하고 숨이 차기도 한다. 수업이란 게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을 내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집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온라인 수업안도 올려야 한다. 
 
코로나19시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양치 등의 일상활동조차 할 수가 없다.
 코로나19시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양치 등의 일상활동조차 할 수가 없다.
ⓒ 박영숙

관련사진보기


특히 담임교사의 업무 과중은 심각하다. 학교에 등교한 학생들의 교실 내 발열이나 출결 체크는 당연하고, 집에서 재택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출결 체크도 해야 한다. 매뉴얼을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 학교의 경우,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까지 학생들의 생활방역수칙 준수를 지도 독려하느라 정작 교사 본인은 화장실에 갈 시간까지 놓치는 형국이다. 종래 학생들이 하던 칠판 닦기나 교실 청소까지 전부 교사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이제 곧 교육청의 방침이 변경되어 과밀학급(대구의 경우, 학급당 29명 이하)이 아닌 학교에서는 학년에 상관없이 전체 등교를 할 계획이어서 교사들의 중압감은 다소 줄어든다고 한다. 하지만 29명 이상의 학교는 여전히 홀짝 등교나 격주 등교 중에 선택해야 해서, 그에 대한 보완 조치가 시급하다. 

확진자의 증가로 인해 병원 관계자들의 근무시간과 근무강도가 한계에 다다랐을 때,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었다고 들었다. 지금 현장 교사들이 그러한 형편이다. 학교와 급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수업을 마친 다음에도 그 다음 시간의 수업 담당 교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서 교대한 다음, 바로 다음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 현 상황에서는 제시간에 화장실에 갈 수가 없다. 중등에서는 수업이 연이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는 온라인에 올릴 수업계획안을 짜야 하고 재택수업을 하는 아이들의 출결 체크도 해야 한다. 교실에서 아프거나 열이 나는 학생이 있으면 보건실에도 데려가야 하고, 집에도 연락해야 한다. 여태까지 교사들의 퇴근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인식이 있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재택업무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서 퇴근 후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잦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이 시기, 교사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아프면 출근하지 말고 쉬어라'고 말한다. 이젠 그것이 새로운 상식이요 생활수칙이다. 경기도의 한 교사는 몸이 아픈 데도 출근했다가 코로나19 판정을 받아서 많은 이들의 비난을 샀다. 그러나 우리 교사들은 그 교사가 출근을 해야만 했던 상황과 책임감을 십분 이해한다. 

교사들은 몸이 아파도 쉬기가 힘들다. 갑자기 아플 때 자신을 대신 할 시간강사를 쉽게 구할 수가 없다. 그러면 같은 과목 교사가 고스란히 그 짐을 떠맡아야 한다. 수업도 대신 들어가야 하고, 조례와 종례도 다른 교사가 해야 한다. 업무는 업무대로 누군가가 대신 해야 한다. 그걸 뻔히 알면서 마음 편히 쉬기란 얼굴에 철판 깔지 않고서는 쉽지 않다. 다른 교사들도 억지로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대책이 있을 수 있을까? 홀짝제를 계속 해야 하는 학교에 대해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학교 도우미 인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있다. 학생 질서지도와 등교 발열 체크 등을 맡겨서, 쉬는 시간이나 아침 시간을 교사들이 쓸 수 있으면 한다. 예산 관계상 학교 도우미의 보강이 어렵다면 어쩔 수 없이 학교 내 생활방역 수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안은 교실 안에 있는 학생 사물함을 복도로 꺼내는 등의 방법으로 교실 공간을 최대한 넓혀서 29명 이상이라도 홀짝제 없이 전체 학생을 등교시키는 것이다. 홀짝제는 방역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교사 업무량은 거의 2배가 되고 수업의 질도 현격히 떨어진다. 

학생들과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는 교사들의 건강은 교사 자신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교사들이 소진되기 전에 좀 더 많은 배려와 대책이 필요하다.
 
교내 복도마다 바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리는 표지판을 붙여 놓았다.
 교내 복도마다 바닥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리는 표지판을 붙여 놓았다.
ⓒ 박영숙

관련사진보기

 

태그:#홀짝제등교, #코로나19, #교사업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자스민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여행에 관한 기사나 칼럼을 쓰고 싶은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보는 ssuk0207@hanmail.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