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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 기획 '지나간 20년, 앞으로 20년(20-20)'을 선보입니다. 2020년 현재, 2000년을 돌아보며 2040년을 그리려 합니다. 사회 각 분야별로 지난 20년 동안 성과는 무엇인지, 그럼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또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마흔 살이 됐을 때 좀 더 나은 사회가 되려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 기대하겠습니다.[편집자말]
 
"우리 사회의 대학 서열화, 그걸 없애는 것이 참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가 1등, 이렇게 해서 전국 모든 대학들을 다 줄 세우기 할 수 있는 나라 아니냐. 그래서 순서가 높은 대학일수록 취업이 잘 되고, 그러니 또 입시에 목을 매야 하고, 그러니 또 우리 부모나 학생들은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되고...(중략) 이렇게 대학을 한 줄로 세우다시피 서열화 되어있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대학 서열화 없애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에 있어서 갖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근원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 2017년 4월 6일 대선 후보 초청 목포대 강연에서)

"대학 서열화를 없애겠다"던 문재인 정부도 'SKY 대학'에 교육 재정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대학알리미 공시자료 '2016∼2018 재정지원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지원된 중앙재정사업금액은 1조1846억300만원으로 2017년 1조1392억1600만원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경우는 1조1028억8900만원이 집행됐다. 2018년 기준,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많은 국비를 SKY에 지원한 것이다.

SKY 교육재정 점유율 오히려 상승   
  
대학알리미 공시자료 '2016∼2018 재정지원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중앙재정지원사업금액은 1조1846억300만원으로 2017년 1조1392억1600만원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경우는 1조1028억8900만원이 집행됐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 "2016∼2018 재정지원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중앙재정지원사업금액은 1조1846억300만원으로 2017년 1조1392억1600만원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경우는 1조1028억8900만원이 집행됐다.
ⓒ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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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정지원사업금액 Top3 역시 3년 내내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순이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서울대의 경우 중앙재정지원이 줄고 있는데 반해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는 매년 지원 금액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 2016년 5347억2700만원, 2017년 5338억9700만원, 2018년 5304억7600만원으로 중앙재정지원사업 금액이 매년 감소했다. 연세대는 2016년 3166억1300만원, 2017년 3426억9100만원, 2018년 3622억8500만원으로 2016년 대비 456억7200만원을 더 지원 받았다. 고려대 또한 2016년 대비 2018년 증가액이 400억원을 넘었다.

이로 인해 중앙재정지원사업 총액에서 'SKY'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7년 18.4%에서 2018년 19.2%로 오히려 0.6% 상승했다. 2016년 수준(19.0%)으로 회귀한 셈이다. 전체 223개 대학에서 단 3개 대학이 중앙재정지원사업 전체 금액의 20% 가까이를 과점하는 현상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상위 20개 대학이 중앙재정지원사업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6년의 경우 상위 20개 대학에 지원된 국비는 3조2214억7200만원으로 전체 사업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5.4%였다. 2017년 지원 총액은 3조4296억3800만원으로 전년보다 2081억6600만원을 상위 20개 대학에 더 지원했다. 2018년의 경우는 3조4725억6500만원으로 3년 동안 지원금액이 가장 많았으며, 전체 총액에서 상위 20개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5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중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20개 대학에 쏟아붓고 있는 셈이다.

2019 대학혁신지원사업 금액도... 1위 고려대, 2위 연세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그동안 서열화된 대학체제 속에서 입시위주 과잉경쟁, 불공정 교육, 사교육 팽창 등 학교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은 2019년 10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 당시 모습.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그동안 서열화된 대학체제 속에서 입시위주 과잉경쟁, 불공정 교육, 사교육 팽창 등 학교교육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은 2019년 10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 당시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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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흐름은 2019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주요 대학재정지원 현황'에 따르면, ▲대학혁신지원 ▲국립대학육성 ▲BK+(두뇌한국) ▲LINC+(산학협력 선도 전문대학) ▲고교교육 기여대학 ▲대학평생교육체제 등 6개 사업에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곳은 서울대(522억9200만원)였다. 

그 다음으로 많은 지원을 받은 곳은 연세대(391억9600만원)였고, 고려대 지원총액은 341억5600만원으로 부산대(369억1600만원)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국비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6개 사업 재정지원 총액(1조2811억8900만원)에서 'SKY'에 집행된 국비 비율(9.8%)역시 10%에 육박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극소수 대학에 집중되는 현행 재정 지원방식을 일부 개선하기 위해 2019년 도입했다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 금액 역시 고려대나 연세대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8년 3월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을 확정 발표하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관련하여 "대학 진단 결과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여 공적 재원의 사회적 책무성을 확보하고 투자의 효과성을 제고한다"고 그 목적을 밝힌 바 있다.

가장 많이 지원 받은 대학은 고려대였다. 세종캠퍼스를 포함해 101억6700만원을 받았고, 97억5600만원을 받은 연세대가 그 뒤를 이었다. 그 다음은 경희대(71억6800만원), 전남대(68억600만원), 경북대(67억6300만원), 인하대(66억9900만원) 순이었다. 서울대는 64억63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재정 지원이 극소수 대학에 집중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일부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대학 규모가 크거나 학생 수가 많은 대학이 더 지원 받을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해서도 보정 작업을 거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에도 중앙재정지원사업 금액이 'SKY'에 집중된 것과 관련해서는 "(해당 공시자료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입력한 결과인 만큼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에 대학 서열화 해소 의지 없다는 방증"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17년 4월 6일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지역인재와 대화 :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인재 육성' 행사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17년 4월 6일 목포대학교에서 열린 "지역인재와 대화 :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인재 육성" 행사에서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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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부위원장은 국비 지원이 'SKY'에 여전히 집중되고 있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대학 서열화 해소나 완화에 대해 당위론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어떻게 타파해 나갈 것이냐'라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가 안 이뤄진 것"이라며 "청와대나 정부 안에 이 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부위원장은 "학계나 사회적으로 (특정대학 중심으로) 기득권이나 영향력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업 중심의 지원 방식은 대학 지원을 양극화시킬 수밖에 없다, 대학 서열화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기득권 엘리트들로서는 자기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강한 의지 없이는 대학 서열화에 따라 재정이 배분되는 구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법량 학벌없는시민모임 활동가 역시 "지방 사립대학들은 애초부터 사회적 자원이 적어 그럴 듯 해 보이는 사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Y 중심으로 재정 지원이 갈 수밖에 없는 게 현행 재정 지원 방식"이라면서 "일부 대학 안에서도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며 성적 장학금을 폐지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현행 재정 지원 방식은 대학 전체를 두고 성적 장학금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황 활동가는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현행 재정 지원방식 자체를 두고 다시 사고해야 한다, SKY에 예산이 집중되고, 그 집중된 예산으로 SKY 체제가 더 공고화되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 목포대 강연을 상당히 주목해서 봤었는데, 현재는 여러 국정 과제 중에서 대학 서열화가 완전히 후순위로 밀려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2016년의 경우 상위 20개 대학에 지원된 국비는 3조2214억7200만원으로 전체 사업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5.4%였다. 2017년은 전해보다 2081억6600만원을 상위 20개 대학에 더 지원했고, 2018년의 경우는 3조4725억6500만원으로 3년 동안 지원금액이 가장 많았다. 상위 20개 대학에 대한 지원 비율 또한 5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중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20개 대학에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2016년의 경우 상위 20개 대학에 지원된 국비는 3조2214억7200만원으로 전체 사업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5.4%였다. 2017년은 전해보다 2081억6600만원을 상위 20개 대학에 더 지원했고, 2018년의 경우는 3조4725억6500만원으로 3년 동안 지원금액이 가장 많았다. 상위 20개 대학에 대한 지원 비율 또한 5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중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20개 대학에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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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SKY, #스카이, #교육재정, #대학서열화,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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