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020.5.22

양현종 ⓒ 연합뉴스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이 험난한 2020 시즌을 보내고 있다. 양현종은 지난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으나 4.1이닝 동안 70개의 공을 던져 11피안타 2피홈런 1탈삼진 8실점으로 부진했다.

양현종은 이날 경기내내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제구가 제대로 되지않는 모습이었다. 1회말부터 나성범-양의지에 연속 2루타를 얻어맞고 첫 실점을 허용하며 험난한 경기를 예고했다. 4회 무사 1, 2루에서는 강진성에 2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5회에는 권희동-나성범에게 좀처럼 보기드문 백투백 홈런까지 얻어맞기도 했다. 거듭되는 장타 허용속에 양현종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1-7로 뒤진 상황에서 강판됐다. 기아는 이날 2-9로 무너졌다. 시즌 5패(5승)째를 기록한 양현종은 최근 3연패에 빠졌다.

양현종이 올시즌 5회 이전에 퀵후크된 것만 벌써 3번째였다. 또한 지난 6월 21일 삼성전(4이닝 10피안타 2홈런 8실점)에 이어 또다시 한 경기 개인 최다실점-자책점 타이 기록을 세웠다. 양현종의 프로 커리어를 통틀어 8실점 경기는 총 8차례가 있었는데 올해에만 한달 사이에 벌써 두 번이나 기록한 것이다. 이날 경기전까지 4.67이던 양현종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순식간에 5.55까지 치솟았다.

올 시즌 기아의 선발진은 리그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드류 가뇽이 제몫을 다해주고 있으며 임기영이 부활했고, 이민우도 잠재력을 꽃피우며 한층 탄탄해졌다. 그런데 정작 가장 믿었던 에이스로 꼽힌 양현종의 활약이 들쭉날쭉하다. 농담같은 이야기였지만 현재 기아 선발진의 상황을 감안하면 양현종이 5선발급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슬럼프는 있을 수 있다. 양현종은 데뷔 이래 지난 2019년까지 13시즌 동안 무려 8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으며 무려 1813.2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전성기에 접어든 2010년대만 놓고보면 KBO리그 투수부문 누적 WAR, 다승, 탈삼진, 이닝, 완투, QS(퀄리티스타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양현종이 1위를 독식하고 있다.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던 2011~2012년 정도를 제외하고 양현종은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한 2014년 이후로는 안정적으로 6년 연속 10승, 170이닝 이상을 책임질만큼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였다.

설사 위기가 닥쳐도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어떻게든 극복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것이 양현종만의 최대 강점이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에도 초반인 4월까지 6경기에서 승리없이 5패, 평균자책점 8.01을 기록했다. 자책점이 가장 높았을 때는 9.82까지 치솟았을만큼 극심한 부진이었다. 하지만 5월 이후만 놓고보면 23경기에서 16승 3패.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시즌 최종성적은 29경기 16승 8패, 총 184.2이닝간 평균자책점은 2.29로 전체 1위에 오르며 훌륭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올시즌도 코로나 사태로 개막이 늦춰진 것을 고려하면 지난 시즌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할수 있다. 비록 몇 경기에서 난타를 당하기는 했지만 전체 성적은 오히려 지금이 더 낫다. 기아가 양현종의 현재 부진에 대하여 크게 조급해하지않는 이유다. 양현종 이외의 다른 선발투수들이 잘해주고 있다는 것도 양현종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하지만 양현종도 사람인 이상 어깨에 한계는 있다. 양현종이 오랜 시간 꾸준히 활약했다는 것은 바꿔말하면 그만큼 누구보다 많은 공을 쉴틈없이 던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야구에서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천하의 양현종도 어느덧 30대를 훌쩍 넘겼고 언제까지나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는 보장은 없기에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 코칭스태프가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지난 시즌처럼 양현종이 알아서 자기 페이스를 찾아갈수 있게끔 믿고 기다려주던지, 아니면 잠시라도 기분전환 차원에서 로테이션을 건너뛰게 하거나 2군으로 내려보내 투구감각을 가다듬게 재정비 시간을 주는 방법이 있다.

최근 구위가 아무리 좋지않다고 해도 역시 멀쩡히 던질 수 있는 팀내 에이스를 제외하고 로테이션을 운용한다는 것은 코칭스태프에게 쉽지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양현종을 제외한 다른 선발투수들이 고르게 호투하고 있는 지금이 에이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줄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윌리엄스 감독은 또다른 선발요원인 임기영과 이민우에게도 번갈아가며 휴식을 주기도 했다. 어차피 144경기를 치러야하는 마라톤 레이스에서 급할수록 돌아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더구나 양현종은 올시즌 이후 FA자격을 재취득하며 해외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프로야구 시장이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라 변수가 생기긴 했지만, 양현종의 야구인생 후반기를 좌우할 중대한 분기점을 앞두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의 부진한 페이스가 길어진다면 양현종의 올시즌 이후의 행보는 그리 낙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 슬로우 스타터라는 수식어답게 양현종이 과연 올해도 2019년의 반전을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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