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등교육 재정이 열악하다는 것은 국가가 고등교육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초·중등 예산은 중학교까지 의무·무상교육으로(얼마 전 법 개정으로 2021년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 실시 예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세입액 전액을 지자체에 내주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

반면, 고등교육은 법률을 통한 예산확보 방안이 마련돼있지 않아 매년 정부 예산 규모, 고등교육 주요 사업, 국회 심사․의결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예산 유동성이 크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무엇이냐면

교육 관련 시민단체, 교수노조, 대학 직원노조, 대학생 단체 등은 수년 전부터 열악한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초중등 교육 예산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처럼, 고등교육 예산도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고등교육재정교부금으로 확보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OECD 평균 수준인 GDP 1.1% 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법률로써 정하고 이를 보통교부금과 사업교부금으로 내어주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고 확보된 재정으로 대학 개혁과 공공성 강화, 고등교육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18대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김우남 의원과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이, 19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한명숙 의원, 정의당 정진후 의원,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정우택 의원이 각각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내국세(2015년 내국세 약 184조) 8%, 정의당은 내국세 10%를 고등교육재정으로 확보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법안은 3건이 발의됐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16년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017년,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2017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각각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은 18대 국회, 19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18대와 19대, 20대 국회에서, 정의당은 19대와 20대 국회에서 각각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발의한 과거가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에 찬성했다. 

"당시 3당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국회에서 열린 대학 교육비 토론회에 참석해 GDP 대비 정부 재정지출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대학신문 2017년 4월 14일 자 기사 문재인·안철수·심상정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찬성" 중에서)

실질적인 대학 개혁 위해서 필요한 것

이제 남은 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겠다는 정부의 결단과 국회의 실천뿐이다. 안타깝게도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누군가는 이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법안 발의 실적 차원으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이때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19대 국회 당시 민주당은 개원 1호 법안으로 한명숙 의원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법의 제정 의지를 보여주듯 당 대표인 한명숙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소속 의원 126명 전원이 법안에 서명했다. 

당시 새누리당의 반대로 국회 처리가 무산되었지만, 19대 국회에서도 그렇고, 20대 국회 들어서는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은 여당이 된 지금까지도 이 법 제정에 소극적이었다.

21대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거대 여당, 민주당은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의지가 있는지, 교육 단체로부터 받는 의심을 더 늦기 전에 해소할 의무가 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반대론자들도 적지는 않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대학 등록금 반환 논쟁에서도 나왔듯이, '지금도 대학에 지원하는 세금이 많은 데 이런 법까지 만들어 대학을 지원해?'라고 반대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법의 제정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를 뚫기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치열한 사회적 논쟁 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으로 이어져 실질적인 대학 개혁, 고등교육 개혁의 첫걸음을 내딛기를 희망해본다. 

다행스럽게도 19대 국회 당시 교육상임위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유기홍 의원이 21대 국회 전반기 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가진 인터뷰는 다시금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고교 졸업생의 70% 정도가 대학에 진학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도저히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 없다. 과거 민주당의 대안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었다. 우리는 대학 재정문제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접근했고 보수당(현 미래통합당)은 반값등록금으로 접근했다. 즉 학생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초중등교육에 교부금을 지원하듯이 국가가 교부금 지원법을 만들어 대학 재정을 튼튼히 하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장학금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19대 국회에서 대표 공약으로 추진했지만 당시 우리가 야당이었고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대학을 더욱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중략) 국립대이든, 사립대이든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OECD 평균 수준까지 지원해야 한다. 경제부처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교육예산을 줄여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단견이다." (한국대학신문 2020년 7월 3일 자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 특별 인터뷰' 기사 중에서)


공허한 말로 "세계 수준의 대학을 육성하자!"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줄 때이다.

[기획 |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① 기형적인 국공립대와 사립대 비율 http://omn.kr/1nzkj
② 고등교육 공교육비 84% 민간 재원, 정부 재원은 16%에 불과  http://omn.kr/1o2ia
③ 국립대 운영, 국가 아닌 '학부모 주머니'에서 시작된다 http://omn.kr/1o7pn
 

태그:#고등교육공공성강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제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