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황선홍 감독, '목표는 1위'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황선홍 감독 ⓒ 연합뉴스

 
15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전과 서울의 하나은행 2020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은 이른바 '황선홍 더비'로 불리며 FA컵 최고의 빅매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로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FC서울간의 남다른 인연 혹은 악연 때문이다.

황선홍 감독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출신 지도자다. 부산-포항 등을 거치며 K리그와 FA컵 우승을 여러 차례 차지하는 등 지도자로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황 감독은 최용수 감독이 중국 장쑤 쑤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물려받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약 2년간 FC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이 선택은 훗날 황선홍과 서울 모두에게 아픈 흑역사로 남았다.

황 감독과 서울의 인연도 그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황 감독은 시즌 중반에 첫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전북의 독주를 저지하며 서울을 K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비록 전북이 심판매수 파문으로 승점 삭감 징계를 받기는 했으나, 서울은 리그 최종전에서 명승부 끝에 전북을 제압하고 자력으로 극적인 역전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황선홍의 서울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5위에 그치며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마저 놓쳤다. 심지어 2018년은 황 감독의 지도자 경력은 물론이고 서울의 구단 역사에도 오점을 남긴 최악의 시즌으로 꼽힌다.

당시 서울은 시즌 초반부터 극도의 부진을 이어가다 강등권까지 추락했고 황 감독은 결국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간판 스트라이커였던 데얀의 라이벌 수원 이적, 박주영의 SNS 항명 파동 등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설까지 쏟아지는 등 황 감독이 선수단 장악에 완전히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황 감독은 지난 2018년 말 중국무대에 진출하며 옌볜 푸더의 지휘봉을 잡기도 했으나 갑작스러운 구단 해체로 시즌 개막도 못해보고 다시 휴식기를 가져야했다. 올시즌에는 기업구단으로 재탄생한 대전의 부름을 받아 현장에 돌아왔고 K리그2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황 감독이 이끄는 대전은 K리그2에서 5승 3무 2패(승점 18)로 선두 수원FC에 단 1점 뒤진 2위에 올라있어 부임 첫해 1부리그 승격의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경기를 보고 있다. 2020.5.31

최용수 감독 ⓒ 연합뉴스

 
한편 황 감독이 떠난 이후 서울의 행보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서울은 2019시즌 3위에 오르며 황선홍호 시절의 부진을 딛고 명예회복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올시즌 다시 12개구단 중 10위로 추락하며 2018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다.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벌써 7패를 당했는데 이는 38경기 체제였던 2018시즌(9승 13무 16패)보다 더 좋지않은 페이스다. 서울과 대전이 현재 1,2부리그로 소속이 나뉘어있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서울의 전력이 2부리그 최강급인 대전보다 우위에 있다고 섣불리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과의 라이벌 구도도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황선홍-최용수 두 감독은 나란히 한국축구의 역대 스타 공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들이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이기도 하다. 지도자로서도 나란히 성공 가도를 달리며 각각 전성기였던 황 감독의 포항 시절-최 감독의 서울 1기 시절에는 여러 차례 중요한 길목마다 마주치며 명승부를 연출하기도 했다.

두 감독의 맞대결에서는 황선홍 감독이 8승 5무 5패로 앞선다. 하지만 단판승부에서는 오히려 최 감독이 황 감독을 울린 경우가 많다. 최용수 감독은 2014년과 2015년 FA컵에서 연이어 포항을 제압했고, 2014년 ACL 8강전에서도 최 감독이 승부차기 끝에 황 감독에게 승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FC서울 사령탑인 전-현 감독으로 비교할 때는 평가가 더 극명하게 엇갈린다. 최용수 감독이 중국 무대로 잠시 옮기면서 황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고, 황 감독이 2018년 물러난 뒤에 다시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 최 감독이었다.

서울 팬 중 상당수는 2016년 서울의 K리그 우승은 사실상 최용수 감독이 남겨놓은 선수단과 전술을 계승하여 이룬 성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황 감독이 서울에서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뒤에는 강등위기에 몰린 팀을 최용수 감독이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극적으로 구해내기도 했다. 특히 서울에서 황 감독과는 불화설을 겪었던 수많은 주축 선수들이 최용수 체제가 재건되자마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다시 팀의 중심으로 부활하거나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황 감독의 리더십과는 더욱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서울이 다시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대전은 순항하면서 두 감독이 처한 입지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번 맞대결에서 부담이 더 큰 쪽도 서울이다. FA컵도 중요하지만 1부리그 승격이 우선 과제인 대전에 비하여, 서울은 다음 시즌 ACL 티켓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이제 리그보다 FA컵 타이틀을 노리는 게 더 현실적이다.

가뜩이나 K리그1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FA컵까지 2부리그팀, 그것도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팀에게 덜미를 잡힌다면 분위기는 그야말로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선홍 감독에게는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에 오점을 남긴 2년 전의 빚을 설욕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서울과 대전의 이번 FA컵 맞대결이 유독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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