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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신문 (사진 :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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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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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주민이 언론사의 주인이 되는 '군민주'로 창간한 옥천신문은 지역신문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 1월부터 충북 옥천군의 계도지 예산정책을 비판하며 예산을 거부했다. 제대로 된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고 옥천신문에 독자 사과문을 내고 반성하고 성찰했다.

이후 옥천신문은 계도지 비판기사를 쏟아내며 옥천군 계도지 철폐 역할을 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 6월 19일 옥천신문 황민호 상임이사를 만나 계도지의 문제점과 지역언론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계도지 폐지 사례를 찾아 보도하는 기획취재를 진행 중이다. 옥천의 상황은 어떤지?
"옥천신문에서 강하게 계도지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기사를 시리즈로 썼다. 그러면서 계도지 예산을 스스로 반납했다. 시민사회와 함께 계도지 폐지 운동을 하면서 결국 폐지가 됐다. 그게 1998년쯤이니까 벌써 22년 전 일이다.

사실 열악한 신문사에서 그 예산을 반납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선배들 이야기 들어보니 옥천신문을 만든 초심도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계도지 예산을 반납했다. 그리고 기자들이 정치인 따라 해외취재 나갈 때 교통비 등을 받은 일도 있는데 그런 일도 양심적으로 고백하고 이러지 않겠다고 밝힌 일도 있다. 옥천신문에는 이미 관행처럼 이어진 것을 따라하다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끊어낸 역사가 있다."

- 계도지 예산을 거부한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언론은 늘 비판과 감시,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늘 투명해야 한다. 계도지가 어떤 의미에서 시행됐는지 알면 당연히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계도지는 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계도지는 사이비 언론을 키우는 독이다. 결국 언론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언론이 언론다울 때 모든 게 선순환으로 돌아간다. 계도지라는 말 자체가 우민화된 대중을 계몽시켜야겠다는 말인데 실제로는 계몽도 아니고 자기 권력 밑으로 놓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 서울에는 아직 계도지가 그대로 남아있다. 
서울이 늘 앞서가는 행정을 표방한다고 해서 서울시 사례를 보고 배워왔는데 이미 25년 전에 없어진 계도지가 있다니 놀랍다. 계도지라는 건 이름 자체로 민중을 우민화한다는 느낌이고 그것도 언론을 통해서 이끈다는 거다. 게다가 시민들이 낸 예산으로 시민들이 선택하지도 원하지도 않는 신문을 마음껏 뿌린다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올바른 일인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관언유착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에서 100억원 단위의 계도지가 뿌려진다는 것은 각 신문사에서 반성해야 하는 거고 각 자치구는 물론이고 주민들도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부분이다." 
 
옥천신문 황민호 상임이사 (사진 : 정민구 기자)
 옥천신문 황민호 상임이사 (사진 :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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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신문과 같은 풀뿌리 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지방자치제를 시작하면서 구청장, 구의원들을 시민들이 뽑는다. 게다가 자치구 예산도 계속 늘어나서 조 단위를 넘어간다. 이게 어떻게 쓰이는지 어떻게 증액되고 삭감되는지 주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흔히 선거제를 가짜 민주주의라고 하는데 1초 민주주의라는 소리다. 선거 때 투표하고 나면 내가 찍은 사람이 누군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른다. 

게다가 시장을 비판해야지 구청장이나 구의원을 비판하면 뭔가 없어 보인다는 선민의식이 있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우리 삶에 정말 필요한 건 자치구 예산에 담겨있다. 우리 동네 도서관, 학교 앞 횡단보도 등 삶의 질을 달라지게 할 예산들이 자치구에 있는데 이게 주민들의 관리감독 없이 방만하게 집행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 지역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옥천군 예산이 5000억원이나 되는데 옥천군의회 가면 방청석에 아무도 없다. 지역신문 기자 한 명이 의회를 기록하고 알리는 것 하나만으로도 지역신문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저는 옥천의 역사는 옥천신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옥천신문 이전에는 화재 같은 큰 뉴스나 방송에 잠깐 나올 뿐 옥천의 여러 얘기들은 다뤄지지 않았다. 중앙지 주재기자들은 대전이나 청주 등 멀리 있지 옥천까지 안 온다. 옥천에도 억울한 일도 많고 민원도 많은데 기자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 주민들이 마음과 돈을 모아 1989년 9월에 옥천신문을 창간했고 지금까지 구독료를 내면서 키워온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 여러 복잡한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게 관에서도 경찰에서도 해결이 안 되면 지역사회 공론장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논의하면서 해결해야 시민사회가 성숙되고 지역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언론은 공론장이며 지역신문은 풀뿌리 민주주의 초석이자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다. 지역신문 없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아예 상상할 수 없다."

-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주민들이 건강한 풀뿌리 신문을 키우는 데 마음을 보태줘야 한다. 어느 시장이나 어느 군수가 아무리 뛰어나도 신문을 만들 수는 없다. 신문은 철저하게 시민사회의 영역이고 시민들이 우리의 공론장을 스스로 건설할 수 있을 때 지역이 발전하고 진보한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지금 특별법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상시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독립사무국도 갖추면서 좀더 역할을 해야 한다. 좋은 지역신문 사례를 찾아 알리고 지역신문 기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청년언론학교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기자들을 양성해 민들레 홀씨처럼 전국에 퍼지도록 해야 한다. 어느 지역은 지역신문이 너무 많지만 어느 지역은 하나도 없어서 문제다. 과잉이든 결핍이든 뉴스의 사막화가 이뤄지고 있는 거다. 

지금은 전부다 중앙이슈 얘기만 하는데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지역은 지역의 공론장이 열려야 바뀔 수 있다. 중앙뉴스의 과잉이고 불필요하게 한 사건에만 몰리고 있다. 그 외에도 많은 공익적인 일이 있고 취재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그리고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제대로 쓰이려면 지역신문이 어떤 지향과 비전을 갖고 나가야 하는지 보고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 지역신문이 지역에서 충분히 사회적기업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인건비, 운영비 등의 지원을 하고 지역신문이 없는 곳은 창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옥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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