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북 영동군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풍경
 충북 영동군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풍경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아침부터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지난 13일. 충북 영동군 용화면 조동리에 자리한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에 다녀왔다. 군산에서 오후에 출발, 자동차전용도로(군산-전주) 이용하여 진안, 무주를 거쳐 목적지까지 2시간 40분쯤 소요됐다. 면적의 90%가 산지(山地)인 영동군은 전북 무주군과 함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고장으로 알려졌다.

자연휴양림이 자리한 민주지산((岷周之山·1.242m)은 추풍령과 덕유산 사이에 위치하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명산으로 전해진다. 또한 충북(영동), 경북(금릉), 전북(무주)의 도(道) 경계가 한 점에서 만나는 삼도봉(1.170m)을 비롯해 호랑이 전설이 전해지는 각호산(1.176m), 약수터로 유명한 석기봉(1.100m) 등 주변에 높은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그중 삼도봉(三道峰) 유래는 의미심장하다. 삼국시대에는 신라, 백제가 격전을 치르며 세력 균형을 유지했고, 태종 14년(1414) 조선을 8도로 분할하면서 삼도(충북, 경북, 전북)의 분기점이 됐다는 것. 소박한 얼굴의 '무욕의 산'으로 일컫는 삼도봉은 해마다 삼도 주민들이 모여 화합제를 지내, 민족화합을 상징하는 봉우리로 지칭되기도 한다.

지인에 따르면 덕유산에 사는 표범이 노루를 쫓아 민주지산 능선까지 넘나들곤 했단다.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1932년 11월 어느 날 영동군 심원리 뒷산에서 몰이꾼들이 신장 6척(약 1.8m) 가량의 큰 표범을 포획했다는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이는 민주지산이 백두대간과 소백산맥을 잇는 중요한 통로이자 생태학적 요충지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비구름, 무용수 공연 보는 듯
 
전북 진안군 장안교차로 부근 풍경
 전북 진안군 장안교차로 부근 풍경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능선을 감싸고도는 구름의 조화
 능선을 감싸고도는 구름의 조화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군산을 출발, 1시간 남짓 달려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 지역'으로 접어든다. 전북 도 내 금강 상류 지역으로 한때는 '산토끼와 발맞추고 사는 동네'라는 말과 함께 첩첩산중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던 '무진장'. 이 일대는 그야말로 청정지역으로 전북에서 '교통이 제일 불편한 고장', '산세가 가장 험한 지역'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깊은 산골짝이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니 기세가 웅장한 봉우리와 능선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은은한 향의 솔바람도 느껴진다. 고산준령의 깊은 골짜기와 고즈넉한 산촌 등 그림 같은 풍광이 좌우로 펼쳐진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황토색 계류가 한데 어우러진 구곡의 경관 또한 기묘하고 수려하다. 오랜 세월 물에 씻겼을 너럭바위가 불쑥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얼마나 더 굽이돌아 달렸을까. 거대한 봉우리와 능선을 감싸고도는 비구름을 만난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 흰색 의상의 무용수 공연을 보는듯하다. 갈수록 비경이요, 천연요새다. 여기저기 죽순처럼 솟은 봉우리들을 따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운무가 감탄사를 터트리게 한다. '산자수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폭우로 불어난 계곡, 주변 산자락과 어우러지며 절경 이뤄
 
남대천(금강 지류) 부근 풍경
 남대천(금강 지류) 부근 풍경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황토색으로 변한 남대천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남대천은 덕유산 골짜기 물을 금강으로 흘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하는 개천으로, 진안군 동향면 부근에서 폭이 100m 너비로 벌어져 강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물줄기는 무주를 지나 충남 금산으로 접어들었다가 충북 영동에 굽어든다. 여기서부터 주변 산자락과 어우러지며 절경을 이룬다.

남대천을 끼고 달리다가 다리를 건너니 충청북도 땅이다. 용화면 삼거리에서 '민주지산로'에 진입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용화천을 끼고 흘계리, 안정리 농산물직판장, 평촌교(민주지산 표고버섯농장)를 거쳐 조동리 마을회관을 지나 다시 삼거리를 만난다. 삼거리 우측길이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입구다.

입구에서부터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울창한 숲 사이사이 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활엽수가 만들어낸 그늘로 사방이 어두컴컴하다. 승용차 엔진소리에 놀란 다람쥐가 재빨리 자취를 감춘다. 지인은 "예나 지금이나 휴가철이 아니면 인적이 드문 곳"이라며 "몇 년 전에는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곰이 발견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귀띔한다.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사방댐 계곡1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사방댐 계곡1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하늘은 잿빛이지만 산자락은 온통 진초록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맑아지고 힘이 솟구친다. 시원한 물줄기로 피서객을 사로잡는다는 사방댐(토사나 자갈을 모아두기 위해 설치한 댐) 계곡은 물소리로 가득하다. 산허리를 휘감으며 흐르는 계곡, 세찬 물보라를 일으키며 토해내는 우렁찬 물소리가 옆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산을 울린다.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이 첩첩이 숲을 이룬 주변 산자락과 어우러지면서 절경을 이룬다. 수량이 풍부해진 계곡 물소리가 한결 싱그럽고 시원하다. 사방댐 계곡은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심산유곡으로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오래전부터 한천 냉골로 불렸으며, 산수가 수려하고 골짜기가 그윽하여 옛날에도 시인, 묵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는 자연휴양림 계곡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풍경2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풍경2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해발 700m 높이 고지대임을 알리는 팻말이 나타난다. 순간적으로 구름을 탄 느낌이 들었다가 고개가 갸우뚱, '이곳이 정말 고지대인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승용차로 쉼 없이 올라왔으니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그래도 그렇지, 군산에서 가장 높은 망해산은 해발 230m이고, 진안 마이산이 680m 남짓인 것을 고려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는 한적한 산골,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이 도시 생활에 지친 심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계곡물이 '콸콸' 소리치며 산 아래로 멀리 달아난다. 저 물은 어디까지 흘러갈지 궁금증이 들기도... 그러나 남대천을 지나 금강과 합류, 군산 앞바다까지 계속 흘러갈 거라는 생각에 반가움이 앞서기도 한다.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사방댐 계곡2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사방댐 계곡2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이곳 골짜기에서 발원한 계곡물은 용화천으로 유입되고, 용화천은 안정리와 월전리를 굽이돌아 남대천으로 흘러든다. 남대천은 금강의 제1지류답게 백두대간에서 발원하는 금평천(金坪川), 대동천, 무주구천동 등 여러 갈래 물줄기를 받아 무주군 무풍면과 설천면을 적시면서 무주읍을 관통, 대차리에서 금강(錦江) 본류와 합류하는 것으로 임무를 다한다.

채만식 소설 <탁류>는 "높이 솟구친 갈재(노령)와 지리산 두 산의 산협(골짜기) 물을 받아가지고 장수로, 진안으로, 무주로 역류하는 게 금강(錦江)의 남쪽 줄기"라며 "그놈이(그 물줄기가) 영동 근처에서는 다시 추풍령과 속리산의 물까지 받으면서 서북으로 좌향을 돌려 충청 좌우도 접경을 흘러간다"라고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영롱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우주의 신비로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반딧불처럼 깜빡이는 직녀별과 견우별, 은하수를 나는 형상의 백조자리 꼬리별인 데네브의 청백색 별빛 등 태초의 빛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는데 비가 내려 안타까웠다.

날이 어둑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출발한 일행은 예정보다 1시간쯤 늦게 도착했다. 이날 모인 사람은 모두 일곱 명. 음악, 무용, 매니저 등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 아티스트들이다. 일행은 저녁을 먹고 담소를 나눈 뒤 내일 일정을 상의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태그:#충북 영동군,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무진장 지역, #금강 , #남대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