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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OECD 대부분의 나라들과 달리 전체 대학 중 사립대 비율이 약 80%로 지나치게 높고 국립대 비율은 약 20% 가량으로 현저히 낮은 기형적인 대학 생태계를 갖고 있다.

국립대학은 시민 누구에게나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고, 기초·문학을 양성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지역균형발전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어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 국립대학을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현상을 종합하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 재정지원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재정지원 부족은 시민들의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켜왔고, 고등교육을 대체로 민간이 담당하면서 지나치게 높아진 사립대 비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사립대 등록금도 천정부지로 올라 시민들은 허리가 휠 정도로 등록금 부담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역대 어느 정권도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해 국립대 비율 높이려는 정책을 실천하지 않았고 오히려 국립대 법인화 추진, 국립대 재정회계법 추진, 국립대 통폐합 추진, 거점대 중심의 연합대학 추진 등 국공립대학을 더욱 줄이는 잘못된 고등교육 정책을 되풀이 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영형 사립대 정책 등 국공립대 비율 확대를 공약했지만 임기 반환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고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공립대 비중이 적은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고등교육 생태계를 개선하고 고등교육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대안 중 하나가 '국립대학법' 제정이다. 우리 헌법은 '대학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제31조 제4항)되고,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제31조 제6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교육 관련 법률은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 등 연령대에 따라 구분되어 있고, 사립학교는 사립학교법에 의해 그 설치와 운영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법 체계에서 국립대학의 설치와 운영에 관해 규정한 법률은 없다.

"국립대학은 교육기본법(9조)과 고등교육법에 따라 설치 및 운영할 수 있지만 교육기본법에는 대학 설립 근거와 성격 등에 관한 법률적 위임만 규정되어 있고, 고등교육법에도 학교(국립대학)의 설치 및 조직에 관해서는 대통령령 및 학칙으로 정하도록(19조) 위임한 규정만 있을 뿐이다.

즉, 국립대학을 설치 및 조직, 운영할 수 있는 근거는 고등교육법 19조에 의해 대통령령인 '국립학교설치령' 뿐인데 이는 국립대학이 정부 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의 부속기관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에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의해 국립대학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한 연구 중)


헌법 31조에서 교육제도와 운영 등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지만 (국립대학을 행정기관의 부속기관으로 인식하고 있어) 국립대학의 설치 및 운영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고, 이로 인해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 역할, 지원방안 등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법적 규정 미비로 국립대학의 역할, 지원 등의 논의가 공론화 되지 못하고 있고 고등교육 정책에서 국공립대는 사립대 정책 변두리로 소외되어 있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기형적인 고등교육 생태계를 바로잡기 위해 국립대를 늘리고 사립대를 줄여야 한다는 대학(고등교육)공공성 강화 정책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대학법 제정 시도는 2010년에 들어서 본격화 되었다. 당시 국립대 교수, 직원, 학생 단체가 연대한 '국립대법인화저지와 교육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대위'(국립대 공대위)에서 국립대학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당시 교수단체(국교련)의 반대로 무산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대학 직원 노조인 전국대학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대학교육연구소에 국립대학법 제정 연구 용역을 의뢰하면서 국립대학법 제정 취지를 비롯해 국립대학법의 필요성과 법안 초안이 담긴 결과물이 어렵사리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국립대학법은 현 교육부 장관인 유은혜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학생들의 기성회 반환소송 국면에서 유은혜 의원은 '국립대 기성회 특례법' 대표 발의로 방향을 틀면서, 2014년 7월 당시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국립대학법을 대표 발의하게 됐다.

이후 국립대 기성회 반환소송 1,2심에서 학생들이 대거 승소하면서 상황이 긴박해지자, 당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의 재정회계법, 민주당의 국립대기성회 특례법, 정의당의 국립대학법 등 3개 법안을 놓고 19대 국회 교육상임위원장이 대안 법안을 만들기로 정리되면서 국립대학법은 대안 폐기되는 비극적 운명에 처하게 된다.

"고등교육 재정을 대폭 늘리고, 국립대 비율을 늘리자"는 실천 없는 주장만으론 비정상적인 국립대와 사립대 비율이 해결되지 않는다. 대학(고등교육) 공공성이 강화되고, 제대로 된 재정지원을 받는 국립대를 만들기 위해 법률로 뒷받침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고등교육의 비정상적인 생태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국립대학법 제정 논의는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국공립대 교수, 직원, 학생 단체들은 수년간 국립대학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국립대 비율이 낮다 보니 대부분 정책이 사립대 위주로 돌아가 국립대 문제는 공론화조차 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고등교육공공성 강화와 국공립대 비율 확대를 공약한 문재인 정부도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늦었지만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지금이라도 시동을 걸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다음 '고등교육공공성강화 6'에서는 "사립대 학부 정원을 대폭 줄어야 한다!"를 주제로 지방 대학 폐교, 지역균형발전을 거스르는 지금의 대학 구조조정 방식이 필요한지? 새로운 대안은 없는지? 등을 알아볼 예정이다.  

[기획 |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① 기형적인 국공립대와 사립대 비율 http://omn.kr/1nzkj
② 고등교육 공교육비 84% 민간 재원, 정부 재원은 16%에 불과  http://omn.kr/1o2ia
③ 국립대 운영, 국가 아닌 '학부모 주머니'에서 시작된다 http://omn.kr/1o7pn
④ 왜 대학에 추가로 지원하냐고요? 이 법이 말합니다 http://omn.kr/1oa36 

태그:#고등교육공공성 강화, #국립대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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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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