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통하는 경질 필요

프로축구(K리그) '하나원큐 K리그1 2020' 12라운드를 마친 현재 성적부진으로 인한 감독의 도중하차가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 등 벌써 2명에 이르렀다. 이는 K리그에서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분명 다른 해 시즌 보다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따라서 성적부진에 의한 자진 사퇴와 경질은 감독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 그렇지만 축구는 상식의 스포츠이며 또한 신사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이를 직시할 때 감독의 자진사퇴가 아닌 경질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한국 K리그 역사에서 감독 경질 건은 이 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K리그 감독의 계약기간은 보통 2년인 것이 상례다. 그러나 이 2년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고 명예롭게 지휘봉을 내려놓는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단적으로 K리그의 성적 지상주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사실 이 같은 영향은 비단 K리그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한국축구 전체적으로 만연되어 있는 병폐로 이제 K리그에서 만큼은 이 같은 현상을 벗어버려야 한다. 사실 감독 경질 건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구단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감독 역시도 성적에 대하여 무한 책임을 지는 자세와 인식이 필요하다. 유럽 빅리그는 5연패에 의한 성적부진시 감독과 구단의 자진사퇴 및 경질의 마지노선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K리그에서는 이와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가운데 시즌 중 구단의 표면적인 사유인 성적부진에 대한 압박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도자의 세계에서 '떠날 때를 아는 지도자가 가장 현명한 지도자다'라는 말은 곧 진리로 받아들여 진다. 그러나 지도자가 이 말을 단순하게 인식하게 되면 성적부진에 대한 무한 책임을 통감하지 못한 채, 미련과 집착에 의한 자진 사퇴의 타이밍을 놓히고 결국 경질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성적 부진의 원인이 단지 감독의 지도능력 부족 때문일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분명 성적은 투자와 비례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어 있으며 이는 K리그에서도 명백히 입증된다. 그동안 K리그 구단 중 공격적인 투자로 우수 선수를 영입하여 우승을 차지했던 팀들은 예외없이 명문구단으로 발돋음해 있다. 그렇다면 성적 부진을 전적으로 감독의 지도력 부족으로만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구단 시즌 중 성적부진 잣대 적절성

K리그 37년 역사에서 초창기 50~60대 감독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40-~50대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이어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30대 감독까지 지휘봉을 잡는 등 감독의 세대교체 흐름은 빠르게 진행됐다. 한편으로 이런 세대교체 흐름에서 구단의 일방적인 경질에 의한 감독 선임 건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축구계에 정석처럼 회자되고 있다. 즉, 지도능력 이전에 구단의 입맛에 맛는 감독 선임이 바로 그 이야기의 핵심이다. 이제 K리그 구단은 이와같은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한편으로 프로 감독은 구단의 방향성을 명확히 인지한 후 자신의 축구철학을 확인시켜 구단과 발전을 위한 소통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는 곧 감독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에도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어 필수적인 사항에 해당된다.

지도자의 임무, 사명감, 책임감 우선

투자와 선수 구성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을 때 지도자의 능력이 높이 평가받는다. 그래서 지도자는 우선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도자가 지닌 최고 가치성의 임무이며 사명감인 동시에 높은 책임감이다. 만약 이를 등한시 하게 된다면 자기 주장과 불평불만을 앞세우는데 급급해 결과적으로 상호 신뢰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현재 한국의 K리그 각 구단은 투자와 지원에 소극적이다. 그렇다면 감독은 현실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지도 능력과 소통에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 구단 또한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경질의 잣대를 들이대기 보다는 서포트 역할자로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단언컨데 성적 부진으로 인한 시즌 중 구단의 감독 교체는 변화 모색의 한 방편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시즌 중 감독 경질 건은 불합리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분명 K리그에서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감독이 양산되지 않아야만 구단도 지향하는 방향성에 따른 목표에 접근하며 발전과 더불어 성적에도 자유스러울 수 있다.

K리그에서 구단과 감독과의 관계는 '갑'과 '을'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생 관계여만 한다. 따라서 지금 K리그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감독 사퇴 건에 있어서 만큼은 구단과 감독간의 아름다운 작별 문화다. 그것이 곧 상호간의 예의이고 축구가 추구하는 페어플레이(Fair Play)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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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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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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