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치

포토뉴스

청문회 나온 이인영 장관 후보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국회가 33년 전으로 퇴행했다. 정강정책 개정 초안에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며 1987년의 6.10항쟁까지 명시한 미래통합당이지만, 소속 의원들은 6.10항쟁의 주역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를 '주체사상의 신봉자'로 전제하면서 통일부장관 후보자에게 사상공세를 펼쳤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은 시작부터 색깔론을 들이대며 전향했느냐고 사상공세를 펄쳤다. 
 
태영호 "전대협 이인영, 주체사상 전향했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경력을 언급하며 '사상 전향' 여부를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의원은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고 쓰인 패널을 보이며 이 후보자에게 "이 주제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지금 바로 동의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자 태 의원은 "북한에서 남한에 주체사상 신봉자 대단히 많다(고 교육한다)"면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란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 성원들은 매일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의 결의를 다진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냐"고 질문했다.
 
이 후보는 "그런 일 없었다,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아침 김일성 사진을 놓고 충성맹세를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33년 전인 1987년 전대협 1기 의장을 맡았다. 
      
태 의원은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태 의원은 "이번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후보자 삶의 궤적을 많이 봤는데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을 수 없었다"면서 "후보자도 언제 어디서 이렇게 '나는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한 적 있는가"고 추궁했다. 주체사상을 신봉한 적이 없다는 후보자에게 사상전향을 언제 했느냐고 다그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전향이라는 것은 태영호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온 분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그런 저에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것은 의원님이 저에게 청문위원으로 물어봐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태 의원이 '아직도 주체사상을 신봉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이 후보자는 "그 당시에도 신봉자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사상 전향을 강요하거나 추궁하는 행위로 오인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태 의원이 재차 '주체사상을 믿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사상 전향을 요구하는 건 북한과 남한의 과거 독재정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 "수령-당-대중의 삼위일체에 동의?" - 이인영 "동의 안 해"
 
'반미정서' 꺼내든 박진 의원 박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에 가졌던 편향적인 반미정서 문제가 이번 청문회에서 명확히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북 유화정책이 더욱 심화됨은 물론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다른 통합당 의원들도 차례로 색깔론 바통을 이어갔다. 박진 의원은 "통일부 장관은 어느 국무위원보다 균형 있는 역사관과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며 "균형 감각이 없으면 외교적으로 고립되거나 국가가 혼란할 수 있어서 오늘 후보자의 역사관과 세계관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시절, 전대협 서대협 의장으로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여기서 "혁명의 주체는 수령-당-대중의 삼위일체된 힘"이라고 쓴 부분을 읽은 뒤 "이런 생각에 동의하냐, 이건 김일성, 조선노동당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물었다. 또 "이승만 정권은 괴뢰정권이 아니라 UN이 인정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권이고, 이승만 대통령은 단순히 이승만 박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건국 대통령"이라며 다시 한번 "동의하냐"고 물었다.
 
청문 나선 정진석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반미 혹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반미 자주화를 신봉한 전대협 리더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정진석 의원 역시 거들었다. 그는 "저희 당 의원이 사상 관련 질의를 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반미 혹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십상이다, 반미 자주화를 신봉한 전대협 리더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무위원 후보자에겐 이러한 검증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같은 소명의 기회를 통해서 '나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신봉하고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무엇보다 존중하는 공직자라는 말을 속 시원하게 국민들에게 해주면 모든 오해가 풀린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인영 후보자는 박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제가 작성한 게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제가 읽은 내용일 수는 있다"며 "이 생각에 동의한다고 할 수 없고, 수령-당-대중 삼위일체된 체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이승만 정권은) 국민이 선출한, 선거로 정부가 세워졌기 때문에 괴뢰정권으로 규정하는 데에 이견을 갖고 있다"면서도 "독재정권 성격을 가진 것에 비판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다, 이러는 건 다르게 생각하고 우리 국부는 김구 주석이 되는 게 더 마땅했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청문회가 '사상검증'으로 흘러가는 것에도 거듭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사상 관련 질문이 듣기 거북하냐'는 정진석 의원에게 "얼마든지 정치적인 노선이나 정책적 입장은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저에 대해 전향을 요구하는 것은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여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대한민국 출신 4선 국회의원, 그리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 (묻는 것은) 굉장히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며 "진정성은 알겠지만 이런 건 좀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항의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인영 후보자 같은 독재시절 젊은이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라며 "그렇게 함부로 폄하할 대상도, 천박한 사상검증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그:#이인영, #통일부장관, #태영호, #박진, #정진석
댓글2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