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영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 MBC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4강 신화의 주역, 안정환과 이영표가 무인도 생활에 나섰다. 총 2주에 걸쳐 월요일 밤 방영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두 사람이 오직 자연인만 있는 극한의 무인도를 찾아 그곳에서 함께 자급자족하는 생존기를 담은 파일럿 예능이다.  

안정환과 이영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활동하며 월드컵 당시의 영광을 함께 한 스타 체육인들이다. 이들은 그라운드 풍운아와 섬세하고 예의바른 인물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로 가깝고도 먼 사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이들이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낯선 땅에 함께 남겨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반된 성격의 안정환 vs 이영표
 
 지난 27일 방영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 MBC

 
지난 27일 방영된 <안싸우면 다행이야> 두번째 편은 먹거리 마련을 위해 낚시를 하고, 우왕좌왕 하며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담았다. 낚싯줄을 바닷물에 던지기 무섭게 물고기를 잡아 올리며 신이 난 안정환은 후배 이영표를 놀리기 시작하는데, 반면 낚시 초보자였던 이영표는 미역만 건지는 등 대비를 이루며 웃음을 안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미를 낚은 이영표는 안정환의 낚시를 방해하고 그를 놀리는 등 상황을 반전시킨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안정환은 "내가 잘못한 거다. 제가 선배들에게 저랬는데..."라며 웃음을 선사한다.

장작불로 요리 만들기에 나선 두사람은 다른 성격탓에 잦은 충돌을 일으켰다. 생선구이를 위한 칡뿌리를 캐오라는 안정환의 요청에 이영표는 "근데 칡이 뭐냐"라고 반문해 안정환을 답답하게 하는가 하면 '쑥을 많이 따오라'는 요청에 적은 양의 쑥을 가져오는 엉뚱함을 보인다.

저녁 식사 중 안정환과 이영표는 현역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 당시를 회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안정환은 "(이영표) 너는 감독님을 잘 만나서 잘 풀린 거다. 난 감독님들이 다 싫어했다. 그리고 히딩크 그 인간은..." 등의 말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이영표는 "내가 형을 처음 봤을 때 놀란 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잘생긴 거, 또 하나는 진짜 싸가지 없게 공을 차는 것"이라고 말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를 두고 스튜디오 패널로 나온 축구 선배 김병지는 "싸가지 없게 공을 찬다는 건 진짜 칭찬을 하는 거다. 안정환도 좋아하는 거 보이지 않냐"고 부연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상반된 성격의 두 사람은 1박 2일 동안 무인도에서 전혀 호흡이 맞지 않은 일상을 이어나갔다. 그렇다고 시청하는 데 불편함이 있던 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숨은 속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경관의 아름다움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간을 마련하며 방송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정규 편성 위한 몇가지 보완점
 
 지난 27일 방영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 MBC

 
​27일 방송된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전국 시청률은 1부 5.2%, 2부 8.6%(닐슨코리아 집계)로 한 주 전 방송(5.3%, 8.0%)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 <퀴즈위의 아이돌>, SBS <텔레그나> 등 타사 월요일 신규 예능보다 우위를 점하는데 성공하면서 정규 편성 가능성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출연자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엔 이젠 예능인의 직함이 더 어울릴법한 안정환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투박하고 잔소리도 많아 이영표에게 각종 심부름도 시키지만 결국 직접 행동에 옮기는 건 안정환 본인이었다. 방송 말미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영표는 "(안정환에게서) 투덜거리지만 배려심을 느꼈다"며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글의 법칙>에 출연, 야생 생활도 경험한 이영표는 현역 선수·해설자 시절의 '완벽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허당끼 가득한 반전 매력을 선사하며 초보 예능인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매번 안정환에게 구박받지만 할 말은 하면서 안정환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은 마치 톰과 제리를 연상케 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 실제 무인도에서 1박 2일동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의 틀은 기존 예능과 유사하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MBN <나는 자연인이다>와 유사하고, 판이하게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하루종일 붙어 생활하는 상황 설정은 과거 SBS <절친노트>를 연상시킨다. 스스로 자급자족해야 하는 일상은 tvN <삼시세끼>의 그림과 닮아 있다.   

역할이 다소 모호한 스튜디오 패널들의 등장도 약점으로 꼽힌다. 예능인 붐을 중심에 놓고 축구 선후배 김병지, 조원희가 출연해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재미를 만들어내기 보단 방송내용의 흐름을 끊은 역할처럼 비친다.

모처럼 '티격태격' 케미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안정환과 이영표가 <안싸우면 다행이야>를 통해 계속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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