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잦은 우천취소 속에서도 조용히 3연승 행진을 달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30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때려내며 4-1로 승리했다. 광주 원정에서 이틀 연속 비로 인해 경기를 하지 못했던 kt는 주중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내면서 중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35승1무33패).

kt는 1회 1사 2루에서 적시 2루타를 때려낸 간판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심우준이 3안타 1득점, 조용호와 황재균으로 구성된 테이블세터도 각각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임시 마무리를 맡고 있는 베테랑 이보근이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가운데 1선발로 영입한 이 투수가 7이닝1실점으로 시즌 8승째를 챙겼다.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0이닝을 돌파한 이닝이터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그 주인공이다.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t 선발투수 데스파이네가 투구하고 있다.

3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t 선발투수 데스파이네가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급한 교체로 아쉬움 남겼던 외국인 선수들

KBO리그의 10개 구단들은 시즌이 끝날 때마다 외국인 선수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진다. 물론 실망스런 활약을 한 외국인 선수들은 곧바로 퇴출대상이 되지만 재계약을 하자니 아쉽고 내보내자니 미련이 남는 어중간한 성적을 남긴 선수들이 구단 실무자와 현장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고민 끝에 재계약을 포기한 선수들 중 대체 선수의 부진으로 입맛을 다시게 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해 원소속 구단에게 부메랑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7년 NC 다이노스는 에릭 해커와 제프 맨쉽으로 구성된 외국인 듀오가 3점대 평균자책점과 함께 24승을 합작했다. 시즌 개막 후 7연승을 달리던 5월 중순 맨쉽이 팔꿈치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했지만 112이닝만 던지고도 12승을 따낼 수 있는 외국인 투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15년 리그 다승왕이자 NC 유니폼을 입고 5년 간 56승을 기록했던 '꾸준함의 상징' 해커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NC는 2017 시즌이 끝나고 맨쉽, 그리고 해커와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했다. 리빌딩을 선언하면서 외국인 선수도 조금 더 젊은 선수들로 바꿔 보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NC가 대체 선수로 영입했던 왕웨이중(웨이취안 드래곤스)과 로건 베렛은 합작 13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창단 초기부터 외국인 원투펀치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NC는 왕웨이중과 베렛이 동시에 부진했던 2018년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긴 삼성 라이온즈는 그나마 팀 타선의 중심을 지킨 든든한 외국인 타자가 있었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3년 동안 404경기에 출전해 타율 .313 86홈런350타점을 기록한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삼성은 3할30홈런120타점을 보장하던 러프가 작년 타율 .292 22홈런101타점으로 부진(?)하자 과감하게 러프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러프와의 재계약 포기는 삼성의 큰 실수였다. 올 시즌 러프 대신 영입한 타일러 살라디노는 타율 .280 6홈런27타점의 평범한 성적을 남긴 채 등부상으로 다니엘 팔카로 중도 교체됐다. 반면에 삼성과 결별한 러프는 샌프란시스코의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3경기에서 타율 .333 2타점1도루로 빅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만약 올 시즌 중심타선에 러프가 있었다면 삼성의 순위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알칸타라의 대체 선수 데스파이네, 이닝 소화는 리그 최고

작년 윌리엄 쿠에바스와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했던 kt는 두 투수가 24승을 합작했음에도 알칸타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전반적인 기록에서 쿠에바스보다 살짝 떨어졌던 알칸타라는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 원투펀치가 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kt가 알칸타라 대신 선택한 투수가 바로 데스파이네였다.

쿠바 출신의 데스파이네는 2013년 스페인으로 망명 후 빅리그 5개 팀을 거치며 13승26패 평균자책점5.11의 성적을 올렸다. 데스파이네는 도미니칸 윈터리그만 가도 차고 넘치는 중남미 출신의 강속구 투수 알칸타라에 비해 훨씬 화려한 이력과 경험을 갖춘 완성된 투수였다. 이미 쿠에바스라는 검증된 카드를 확보해 둔 kt 입장에서 데스파이네는 충분히 교체를 고려할 만한 매력적인 카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되자 데스파이네와 알칸타라에 대한 평가는 뒤집히고 말았다. 공만 빠른 평범한 투수라던 알칸타라가 시즌 개막 후 두 달 동안 7승을 수확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떠오른 반면에 데스파이네는 6월까지 4승4패4.64로 평범한 성적에 머물렀다. kt팬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펼치는 데스파이네를 보면서 '알칸타라와 재계약했다면 팀 성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상상하며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쿠바 대표팀 에이스 출신 데스파이네에게는 컨디션에 관계없이 우직하게 이닝을 책임지는 꾸준함이 있었다. 실제로 데스파이네는 7월 6경기에 등판해 4승1패3.46으로 성적을 대폭 끌어 올렸다. 4.2이닝8실점으로 무너졌던 19일 NC전을 제외하면 데스파이네의 7월 평균자책점은 1.83(34.1이닝7자책)으로 뚝 떨어진다. 데스파이네는 30일 KIA전에서도 7이닝8피안타8탈삼진1실점 호투로 양현종과의 에이스 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8승5패4.20을 기록 중인 데스파이네는 알칸타라나 드류 루친스키(NC),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 댄 스트레일리(롯데 자이언츠) 같은 에이스들에게는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0이닝을 돌파한 최고의 이닝이터이자 시즌을 거듭할수록 KBO리그에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7월의 데스파이네는 어떤 투수와 맞붙어도 뒤지지 않는 뛰어난 '마법'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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