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아스널과 토트넘의 희비가 엇갈렸다. 두 팀 모두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하지만 아스널은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린 반면 토트넘은 무관에 그치며 대조를 이뤘다.
 
'아르테타 체제' 아스널, 과도기 속에 일궈낸 FA컵 우승
 
 
 아스널이 통산 14회 FA컵 우승을 차지한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스널이 통산 14회 FA컵 우승을 차지한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아스널 트위터 캡쳐

 
아스널은 지난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9-20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FA컵 우승 횟수를 통산 14회로 늘리며 아스널이 보유한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2회 우승)과의 격차도 더욱 벌렸다.
 
아스날에게 다사다난했던 시즌이었다. 지난 2018년 22년 동안 장기 집권했던 아르센 벵거가 은퇴한 이후 스페인 출신의 우나이 에메리 체제로 새 판 짜기에 나섰지만 2년차인 2019-20시즌 전반기 성적 부진을 이유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아스널은 일시적으로 프레디 륭베리에게 감독 대행을 맡긴 뒤 지난해 12월 미켈 아르테타를 사령탑에 부임시켜 눈길을 끌었다. 
 
아르테타의 감독 선임은 파격적이었다. 그럴만도 한 것이 1982년생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인데다 감독 경험마저 전무했다. 2016년부터 맨체스터 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수석코치를 맡은 게 전부였다.
 
더구나 감독으로서의 첫 발을 클럽 아스널에서 한다는 것 또한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스널 수뇌부는 아르테타의 잠재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아스널에서 선수로 활약하며 주장직을 맡는 등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맨시티 수석코치로 뛰어난 전술적 역량을 발휘한 바 있다.
 
아르테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높이고, 불안한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자신의 축구 철학인 후방 빌드업과 볼 점유율을 극대화시키며 변화를 꾀했다. 리그에서는 9승 7무 5패를 기록, 앞서 에메리와 륭베리가 이끌 당시 5승 7무 5패와 비교해 좀더 향상된 성적을 거뒀다.
 
리그에서는 8위에 그친 것에 반해 FA컵 우승을 견인하며 감독 부임 8개월 만에 지도력을 입증했다. 특히 FA컵 4강에서 자신의 스승인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를 맞아 2-0으로 승리했으며, 결승에서는 첼시를 제압했다. 2경기 모두 자신의 철학을 버리고 선수비 후역습을 내세우며 유연한 전술 변화를 꾀한 점은 호평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FA컵 우승에 힘입어 아스널은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 티켓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리그에서는 맨유, 리버풀을 한 차례씩 꺾는 등 전반기에 무기력했던 아스널의 모습을 지웠다.
 
아스널은 2003-04시즌을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FA컵에서는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우승 DNA를 되찾은 것은 큰 성과다. 2017년에 이어 불과 3년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통산 14회 FA컵(1930, 1936, 1950, 1971, 1979, 1993, 1998, 2002, 2003, 2005, 2014, 2015, 2017, 2020) 최다 우승 팀으로 기록됐다.
 
'12년 무관' 토트넘, 빅클럽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을 격려하고 있다. ⓒ 토트넘 페이스북 캡쳐

 
토트넘은 지난 4시즌 동안 절정기를 맞았다. 2014-15시즌부터 토트넘을 맡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1년 뒤 토트넘을 3위로 이끌며, 챔피언스리그에 꾸준히 나가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정작 빈 손이었다. 결승에서 리버풀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뿐만 아니라 리그에서는 2015-16시즌 3위, 2016-17시즌 2위, 2017-18시즌 3위, 2018-19시즌 4위를 기록하며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FA컵, 리그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무려 12년 전이다.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2년 동안 무관이다. 확실한 빅클럽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올 시즌은 냉정하게 말해 실패에 가깝다. 토트넘도 아스널 못지 않게 우여곡절이 많았다. 포체티노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주제 무리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무리뉴 체제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요약할 수 있다. 포체티노가 경질될 당시 토트넘은 14위였다. 무리뉴 부임 이후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지만 경기력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선수비 후역습에 지나치게 집착했고, 공격 전개에 있어 답답함을 보였다.
 
박진감 없고 재미가 떨어지는 무리뉴 축구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또, 무리뉴에게 가장 큰 장점이었던 수비 전술은 오히려 약점으로 바뀌었다. 공수에서 크게 흔들린 토트넘은 결국 들쭉날쭉한 행보를 보였다. 
 
지난 4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오른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 6위에 그치며, 유로파리그 진출에 만족하게 됐다.
 
더욱 토트넘에게 불똥이 튄 것은 아스널의 FA컵 우승이다. 유로파리그 진출에는 변함이 없으나 본선이 아닌 2차 예선부터 치르게 된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에 걸려 있는 유로파리그 티켓은 총 3장이다. 리그 5위팀, FA컵 우승팀, 리그컵 우승팀에게 주어진다. 리그 2위 맨시티가 리그컵 우승을 차지함에 따라 6위인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문제는 리그 8위인 아스널이 FA컵이다. 우선권은 아스널에게 있다. 아스널의 유로파리그 본선 직행으로 인해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2차 예선부터 치러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연기되면서 2019-20시즌은 7월 말에서야 종료됐다. 다음 2020-21시즌은 불과 2달 뒤인 9월 12일 개막한다. 휴식 시간이 많지 않다.
 
시즌 초반부터 살인 일정이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2차(17일), 3차 예선(24일), 플레이오프(10월 1일)를 모두 치른다.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 예선을 모두 병행해야 한다.
 
더구나 토트넘은 이적 시장에서 쓸 수 있는 자금의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주전급들의 이탈도 우려스럽다.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유로파리그 출전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무리뉴 감독으로선 다음 시즌 토트넘의 재건에 있어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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