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SBS가 신규 퀴즈 예능 프로그램을 속속 내놓고 있다. KBS는 지난 7월 20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퀴즈 위의 아이돌>을 선보이고 있으며, SBS는 4일 파일럿 예능 <정답누설 퀴즈쇼-오늘 배송>을 런칭했다.

지난 2018년 하반기에 신설된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에브리원 <대한외국인>이 현재까지 순항하는 것처럼 퀴즈 예능은 잘 만들기만 한다면 오랜 기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예능 포맷이다. 두 지상파 채널이 택한 새 예능 프로그램 역시 이러한 의도 속에 야심차게 출발했다.

공익성 + 재미 모두 노리는 <오늘 배송>
 
 지난 4일 방영된 SBS <정답누설 퀴즈쇼-오늘 배송>의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SBS <정답누설 퀴즈쇼-오늘 배송>의 한 장면 ⓒ SBS


​SBS는 최근 평일 오후 시간대 공략에 나섰다. 지난 7월 5부작 PPL 예능 <텔레그나>를 월요일 정규 편성한 데 이어, 지난 4일엔 파일럿 <오늘 배송>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인기 MC 전현무와 붐을 전면에 내세우고 8인의 연예인 초대손님과 함께 문제를 풀어보는 <오늘 배송>은 기존의 퀴즈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여기에 몇가지 장치를 도입해 흥미 유발에 나섰다.

"다이어트를 그만두게 만드는 TV 속 음식 라면 vs. 치킨"
"내 인생 최악의 이별 잠수 vs. 환승"
"고교생 전현무와 붐 중 짝꿍을 택한다면?"


고전적인 포맷의 < 1대 100 > <우리말 겨루기>부터 최근 인기를 끄는 <옥탑방 문제아들> <대한 외국인>까지, 대부분의 퀴즈 예능은 출연자들이 상식을 겨루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오늘 배송>은 시시콜콜한 주제를 놓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철저히 재미 위주로 내용을 채운다. 혹은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TMI(쓸데 없는 정보라는 뜻의 인터넷 신조어) 소재들도 웃음을 더한다.

여기에 제작진은 2가지를 덧붙였다. 출연자는 정답을 맞추면 상품을 획득할 수 있고, 최종 우승자는 이를 모아 본인 이름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한다. 이같은 공익적 내용을 삽입한 데 이어 '오배송' 출연자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오배송'이란 제작진으로부터 미리 정답을 전달받은 한 명을 말하는데, 다른 출연자들은 이 '오배송'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도 부여받는다. 이는 과거 2000년대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 X맨 >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지난 4일 방영된 SBS <정답누설 퀴즈쇼-오늘 배송>의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SBS <정답누설 퀴즈쇼-오늘 배송>의 한 장면 ⓒ SBS


이처럼 <오늘 배송>은 버라이어티 예능의 특징을 차용했다. 진행자 전현무와 붐은 쉴틈 없이 멘트를 쏟아내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에 뒤질새라 김종국, 데프콘 등은 다채로운 과거 경험담을 늘어 놓으며 토크쇼 못지 않은 입담을 발휘한다. '오배송' 출연자를 맞추는 과정 역시 프로그램의 재미를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청자들이 익숙하게 느낄 법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는 데다 예능감 넘치는 출연자들은 이를 거부감 없이 전달한다. 함께 나온 동료끼리 서로 의심하는가 하면 특정인물을 지목하면서 '오배송'인 이유를 기발하고 황당하게 설명하면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일단 첫 회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첫 방송을 통해 <오늘 배송>은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퀴즈 위의 아이돌>... 아이돌판 우리말 겨루기
 
 지난 3일 방영된 KBS <퀴즈 위의 아이돌>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KBS <퀴즈 위의 아이돌>의 한 장면. ⓒ KBS


KBS 2TV 신규 예능 <퀴즈 위의 아이돌>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이돌이 이끄는 프로그램이다. 10여 년 전 KBS 2TV <청춘불패>, MBC <꽃다발> 등 여러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는 지상파에선 시청률 확보에 약점을 드러내면서 지금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대신 상대적으로 나이 어린 시청자들과 팬덤을 목표로 하는 아이돌 예능은 일찌감치 케이블이나 유튜브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감안하면 <퀴즈 위의 아이돌>은 제법 과감한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여기에 <주간 아이돌>과 <아이돌룸>으로 명성을 얻은 정형돈, 각종 오디션 MC를 도맡았던 방송인 장성규가 진행자로 나섰다. 이전의 아이돌 예능이 신곡 홍보, 개인기 자랑에 그쳤다면 <퀴즈 위의 아이돌>은 '우리말 퀴즈'를 선택해 차별화를 도모했다.

내용 면에선 제법 난이도 있는 문제도 나올 만큼 퀴즈 예능다운 흐름을 이어간다. 두 개팀으로 나뉜 출연자들은 끝말잇기 퍼즐 풀이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먼저 맞추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펼친다. 최종 단계까지 승부를 겨뤄 우승을 차지한 팀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외국인 대상 한국어 학습을 위한 지원기금을 기부하게 된다.
 
 지난 3일 방영된 KBS <퀴즈 위의 아이돌>의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된 KBS <퀴즈 위의 아이돌>의 한 장면. ⓒ KBS


<퀴즈 위의 아이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은 외국인 멤버들이다. 최근 K팝이 세계 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아이돌 멤버들 중 상당수는 외국인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이미 수년간의 한국 생활을 통해 우리말을 터득했다. 그 수준은 천차만별이지만 몇몇 출연자들은 한국인 못지 않은 어휘를 구사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퀴즈 위의 아이돌>은 단순히 웃고 즐기는 내용뿐만 아니라 아이돌을 통해 국어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교양적 측면을 크게 강조하는 등 공영방송 다운 프로그램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시청률 측면에선 아직까진 아쉬움을 드러낸다. 지금까지 총 3회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하락세를 나타내며 0.9%(3일,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내려온 부분은 <퀴즈 위의 아이돌>에겐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아이돌 예능 상당수가 팬덤 중심으로 흘러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현재의 고전은 지상파 편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기도 하다. <퀴즈 위의 아이돌>에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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