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키움의 경기. 12회 말까지 가는 접전끝에 7-5로 승리한 한화 선수단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키움의 경기. 12회 말까지 가는 접전끝에 7-5로 승리한 한화 선수단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젊은 피가 무너지던 독수리를 살렸다. 프로야구 꼴찌 한화 이글스가 연장 접전 끝에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승리했다. 한화는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과의 원정경기에서 7-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양팀은 투수 20명을 쏟아붓는 총력전을 펼친 끝에 한화가 키움전 6연패를 끊고 첫 승을 신고했다.

한화는 이날 에이스 워익 서폴드를 내세우고도 5회까지 1-5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보였다. 에이스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부진에 빠져있는 서폴드는 이날도 키움을 상대로 4이닝 8피안타(1홈런) 3탈삼진 5실점(4자책점)에 그쳤다. 올시즌 5승 9패 자책점 5.12를 기록중인 서폴드는 7월 이후만 놓고보면 이날 경기까지 7경기에서 승리없이 37.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7.88에 달한다.

평소의 한화같으면 그냥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흐름이었지만 이날은 국내 선수들이 모처럼 똘똘 뭉쳐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발휘했다. 한화는 6회에만 노수광의 밀어내기 볼넷과 하주석의 2타점 적시타, 김태균의 희생플라이를 더하여 4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몰아냈다.

중반 이후는 양팀 모두 불펜을 총동원한 투수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놀랍게도 한화 불펜진은 선발 서폴드가 내려간 이후 5회부터 연장 12회까지 무려 8이닝 동안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송윤준-안영명-강재민-김종수-정우람-김진영-윤대경-임준섭-김진욱으로 이어지는 한화 불펜진 9인방은 혼신의 역투로 강타자들이 즐비한 키움의 막강 타선을 끝까지 막아냈다.

투수들의 집중력에 타자들도 응답했다. 한화는 연장 12회 초 1사 2루에서 대타 임종찬과 후속타자 최재훈이 연이어 적시타를 날리며 7-5로 역전에 성공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다. 신인 임종찬은 프로 생애 첫 타점을 극적인 결승타로 기록했고,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윤대경은 프로 데뷔 7년만에 첫 승을 신고했으며, 경기를 마무리한 김진욱이 세이브를 따냈다. 한화는 2연패를 끊고 21승 1무 56패(승률 .273)를 기록하며 9위 SK와의 격차를 3.5게임으로 좁혔다.

한화에게 이날의 1승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화는 올시즌 초반부터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동기부여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어쩔 수 없이 리빌딩에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성적을 아예 포기하기도 부담스럽다. 

한용덕 감독의 뒤를 이어 한화를 이끌고 있는 최원호 감독대행은 처음 1군 무대 지휘봉을 잡았던 6월 초만 해도 파격적인 선수 기용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축 선수 10명을 한꺼번에 2군으로 내려보내고 유망주들을 대거 끌어 올리는 강력한 쇄신책으로 팀분위기 전환을 이끌었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된 어린 선수들을 성급하게 투입한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고, 여전히 연패가 길어지면서 슬그머니 주전급 선수들을 다시 복귀시켰다.

최근에는 최원호 대행의 경기운영이 초심에서 벗어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다는 비판이 늘어나고 상황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다시 비슷한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 대행도 현실적인 고충도 감안해야 했다. 오랫동안 세대교체에 실패했던 한화는 아직도 김태균-반즈-최진행 정도를 제외하면 중심타선에 세울만한 타자가 마땅치 않다. 현재 한화의 20대 선수 중에서 다른 팀에 가도 주전으로 기용될만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화가 젊은 선수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회를 제공했던 정은원이나 강경학은 1할대 타율에 그치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동반 부진도 최 대행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부진을 면치 못하던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을 브랜든 반즈로 교체했지만, 반즈 역시 한국무대 적응에 애를 먹으며 기대했던 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동반 두 자릿수 승리를 합작했던 채드벨과 서폴드 역시 극심한 난조에 허덕이고 있다.

한화의 희망, 젊은 국내 선수 성장

팀순위가 추락하면서 개인성적에 민감한 외국인 선수들이 더 의욕을 잃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현실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더 이상의 외국인 선수교체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즌이 끝날때까지 이 전력을 어떻게든 끌고가는 것 밖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화가 남은 시즌 희망을 걸 수 있는 요소는 젊은 국내 선수들의 성장 뿐이다.

최근 한화 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른 강재민이 좋은 예다. 지난해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8순위로 한화에 입단하여 올해 6월 첫 1군 데뷔전을 치른 강재민은 강재민은 19.2이닝 자책점 2.75 탈삼진 27개를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단숨에 한화 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11일 키움전에서 리그 최고의 홈런타자 박병호와 정면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는 등 배짱있는 투구로 팀의 승리에 주춧돌을 놓았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키움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윤대경은 파란만장한 경력을 지닌 선수다. 2013년 삼성에 야수로 입단했다가 투수로 전향했고, 군복무 중이던 2018년에는 1군무대에서 한번도 뛰지 못하고 방출당했다. 이후 윤대경은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9년 한화에 입단하여 올해 6월 꿈에 그리던 뒤늦은 1군 데뷔에 성공했다. 지난 7월 27일 SK 전에서 첫 홀드에 이어 이날 키움전에서는 감격의 데뷔 첫 승까지 기록하며 인간승리의 산 증인이 됐다.

올시즌 한화에서 뒤늦게 기량이 만개하며 빛을 발하고 있는 장시환-노수광-하주석 등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선수들이 올시즌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한화의 주축으로 성장해줘야 한다.

키움전 같은 극적인 경기는 경험이 부족한 한화의 젊은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리빌딩도 이기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이라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한화이글스 강재민 임종찬 윤대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