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3 10:39최종 업데이트 20.08.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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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를 공동기획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http://omn.kr/1hsfh)으로 가입해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제방 유실 현장 복구 작업. ⓒ 경남도청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수많은 이재민을 낸 재난마저도 정략의 먹잇감으로 삼는 미래통합당 말이다. 홍준표 의원과 정진석 의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서 4대강 보가 홍수를 예방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늘어놓으며 상식을 부정했다. 10년 전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을 뒤집으면서 재앙을 초래했던 자들이 '이명박 4대강 망령'을 부활시켰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우격다짐으로 고함을 지르는 이들의 노림수는 서쪽에 있는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겁박하는 일이다. 미래통합당의 눈치를 보면서 우물쭈물했던 이 기구의 '4대강 보 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더 지연시키거나, 무위로 돌리려는 것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한반도대운하 1단계 사업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이 이들의 최종 표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020년 수해는 이명박과 그의 아바타들이 키웠다. 하지만 국민들과 약속한 4대강 재자연화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집권 4년차 문재인 정부의 무능한 정책 결정권자들이 공격의 틈새를 제공했다. 4대강사업 부역자들이 '이명박 4대강'을 찬양하면서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을 늘어놓도록 방치했다. 문재인 정부로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우선, 10년 전 과학을 정략으로 덮고 '표'와 '돈'을 위해 재난까지 조장한 이들이 최근 주장하는 홍수예방 효과가 거짓임을 밝혀주는 5장의 증거사진부터 보아주시기 바란다.

[증거사진 ①] 물속에 잠긴 세종보가 드러낸 4대강사업의 진실

아래 한 장의 사진으로도 4대강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 무용론을 증명할 수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가 찍은 물에 잠긴 세종보 사진이다.
 

[증거사진 ①] 최근 폭우로 세종보가 잠긴 모습. ⓒ 박은영


비가 계속 오자 수력발전소 건물 천장까지 물이 들어찼다. 만약 세종보에 홍수 조절 능력이 있었다면 수문을 개폐하면서 하류로 내려가는 물의 양을 조율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장마 초기부터 4m 높이의 세종보는 물속에 잠겼기에 수문을 조정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물론 이 보는 2018년 1월부터 수문을 개방했기에, 애시당초 홍수나 가뭄 예방 효과를 언급할 상황은 아니었다.

문제는 물속에 잠겨 있는 콘크리트 '고정보'이다. 2011년에 건설된 총 길이 348m의 세종보는 가동보 구간 223m와 고정보 구간 125m로 이뤄졌다. 한반도대운하 1단계 사업인 4대강사업 때 만든 16개 보는 모두 이와 비슷한 구조다. 고정보 구간을 트면 배가 운항할 수 있는 갑문을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MB정권은 "4대강사업은 대운하가 아니다"라고 강변했지만, 언제든지 운하로 변신할 수 있는 디테일을 꼼꼼하게 챙겨뒀다.

MB의 꼼수 때문에 수문을 완전 개방해도 세종보의 경우 강폭의 3분의 1은 막혀있는 형국이다. 세종보 발전소 건물 등을 합치면 거의 절반에 가깝다. 홍수 때에는 상류에서 쏟아지는 물을 빠르게 바다로 흘려보내도 모자랄 판인데, 거대한 구조물로 강을 가로막아 놓고 홍수예방 효과를 들먹이는 것부터가 궤변이다.

[증거사진 ②] 홍수 유발 효과 보여준 합천창녕보 상류 제방 붕괴
 

[증거사진 ②] 제방이 무너지기 전에 물이 넘쳐나는 합천창녕보 모습 ⓒ 곽상수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전도사'를 자처했던 이재오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런 말을 남겼다.
 
4대강 보는 물 흐름을 방해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기계식으로 자동입니다. 물이 많이 흐르면 보는 저절로 수문이 열려 물을 흘려보냅니다. 보는 물길을 막지 않습니다.(중략) 이번 비에 4대강 16개 보를 안 했으면 나라의 절반이 물에 잠겼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이번 홍수 때 제방이 붕괴된 곳은 합천창녕보 250m 상류 지점이다. 높이 11.5m인 이 보의 길이는 328m. 이 중 고정보 구간은 190m에 달한다. 이재오 전 의원의 말처럼 기계식 수문 조작이 가능한 가동보 구간은 138m에 불과하다. 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1m 높이의 콘크리트 벽에는 수문조차 달려있지 않다.

과학적으로 제방 붕괴 원인을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이번 홍수 때 물의 흐름을 막고 있는 보뿐만 아니라 주변의 제방에도 상당한 수압이 가해졌을 공산이 크다. 이 보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상상해 보자. 빨리 물이 빠져나가야 하는 통수 효과는 어느 쪽이 더 클까? 기본적으로 보의 구조만 알고 있다면, 이 정도의 추론은 복잡한 공학적 사고 없이도 가능하다.

여기에 덧붙일 게 있다. 제방이 터지기 이틀 전만 해도 이곳의 수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래통합당과 일부 지지자들이 낙동강 보 수문개방을 반대해 왔고, 정부 역시 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수문 개방에 미온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7일 수문을 개방하기 직전, 이곳의 수위는 9.3m였다. 이재오 전 의원의 말처럼 수문을 개방하면 물이 마술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다.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은 "수문을 열어도 물이 빠져나가려면 10여 일은 걸릴 것"이라면서 "제방이 터졌던 8월 9일, 이곳의 수위는 17.6m였는데 불과 이틀 만에 8.3m나 치솟았다"고 말했다.
 

낙동강의 급격한 수위 상승은 보 때문이다.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기 시작했지만 물이 빠져나갈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사진은 지난 8월 9일 낙동강 수위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 ⓒ 낙동강홍수통제소


급격한 수위 상승의 원인은 보가 제공한 것이다.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하기 시작했지만, 물이 빠져나갈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세종보와 합천창녕보, 이 두 곳의 사진만으로도 보는 홍수 조절 능력이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보는 홍수위를 상승시켜 홍수 유발 효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김종인 위원장 등이 4대강사업으로 인한 홍수 예방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혈관을 반쯤 막은 콘크리트 말뚝이 피 순환에 좋다고 우기는 꼴이다.

[증거사진 ③ ④ ⑤] 10년 전 그들의 비밀문건, 10년 뒤 그들의 거짓 증명

홍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문득 떠오른 또 다른 거짓말이 있다. 최근 언론들이 앞다투어 받아 적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MB시절 4대강 정비에 이은 지류, 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막더니 이번 폭우 사태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 지천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사 실감 하는가? (무소속 홍준표 의원)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 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4대강 사업을 지류와 지천으로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

이 글을 받아 쓴 언론들은 두 의원이 거짓말을 했어도 SNS에 그 말을 한 것은 '팩트'이기에 당연히 기사화할 가치가 있다고 강변할 수 있지만, 진실은 아니다. 결국 거짓말을 확대재생산한 꼴이다. 그 증거는 이명박 정부의 비밀문건 속에 들어있다.

국토해양부에서 4대강사업을 담당하던 간부 공무원의 PC에서 발견된 '4대강살리기 추진현황 보고' 표지 ⓒ 국토해양부

 

[증거사진 ③] 국토해양부에서 4대강사업을 담당하던 간부 공무원의 PC에서 발견된 ‘4대강살리기 추진현황 보고’ 문건 12쪽을 발췌한 것이다. ⓒ 국토해양부


위의 사진은 국토해양부에서 4대강사업을 담당하던 간부 공무원의 PC에서 발견된 '4대강살리기 추진현황 보고' 문건 12쪽을 발췌한 것이다. 2009년 2월 8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이다. "환경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4대강 본류보다 소하천 등 지류부터 사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적고있다.

박근혜 정부 때 4대강사업을 감사한 감사원이 이 문건을 입수한 과정도 다소 드라마틱하다. 이명박 정부는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의 PC에서 4대강사업의 흔적을 모두 삭제했는데, 위 간부 공무원의 기록은 지우지 못했다. 해당 공무원은 급작스럽게 사망했고, 이 문건은 국토해양부 사무실 구석에 처박힌 PC에서 발견됐다.
 

[증거사진 ④] ‘4대강살리기 추진현황 보고’(2009년 2월16일. 4대강살리기 기획단) 문건에 적시된 내용이다. ⓒ 국토해양부


위의 사진도 사망한 간부의 PC에서 발견된 '4대강살리기 추진현황 보고'(2009년 2월16일. 4대강살리기 기획단) 문건에 적시된 내용이다. 위의 문건과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박근혜 감사원이 확보한 두 개의 문건으로 볼 때 두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4대강사업을 하지 않아서 지류·지천에 홍수가 났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도 거짓이다. 4대강사업을 하기 이전부터 홍수는 지류·지천이나 도서·산간 지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환경단체들이 홍수를 예방할 목적이라면, 강의 본류가 아니라 상류의 방재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4대강사업 이전의 홍수재난 상황을 보여주는 아래 그래픽을 보면 미래통합당의 거짓말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환경운동연합의 사무총장이었던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가 홍수 예방을 위해 4대강사업을 하겠다고 주장했던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과 MB 정권에 들이밀었던 표였다. 
 

염형철 대표는 MB정권이 발행한 ‘4대강 마스터플랜’에 실린 그래픽을 파워포인트에 담아서 4대강사업 반대를 역설하고 다녔다. ⓒ 4대강 마스터플랜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지금도 4대강사업 찬가를 부르는 아바타들은 거의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던 멀쩡한 강을 파헤치는 데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 이 돈이 실제 홍수 예방을 위해 쓰였다면 2020년 수해가 일어났을까? 최소한 피해 규모는 줄일 수 있었다.

[마지막 증거] 2020 수해, 미래통합당은 반성문부터 써야

최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리는 것 중의 하나는 지난 2018년 감사원이 실시한 4대강사업 감사 결과이다. 당시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는 '제로'라고 밝혔다. 4대강사업 이후 홍수가 날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홍수 예방에 대한 편익은 '평가할 수 없다'는 게 정확한 이유였다.

올해 기상이변으로 인한 홍수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을 추진할 때 내세웠던 4가지 효과 중 마지막 검증을 위한 자연의 시험대이기도 했다. 4대강을 살리겠다고 했는데, 물고기 떼죽음과 큰빗이끼벌레, 붉은 깔따구, 녹조가 창궐한 강은 온몸으로 썩어가면서 '4대강 살리기'의 허구를 입증했다.

'녹색 르네상스' 등 온갖 화려한 말들을 갖다 붙이면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지만, 농민을 농토에서 내쫓았고, 어민들의 그물에는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는 강준치와 썩은 펄에서만 사는 붉은 깔따구만 올라왔다. 수심을 6m로 파헤쳤기 때문에 4대강 전역은 '수영-접근 금지 지역'이었다. 황포돗배는 녹조 가득한 선착장에 묶여있고, 녹조밭에서 수상스키를 즐길 사람도 많지 않았다. '죽은 강'에서 경제가 살아날 리 없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내세웠던 4대강 사업의 세 번째 효과는 이수, 즉 가뭄 예방이었다.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금강의 3개 보가 열렸는데, 공주 등의 지역에서는 물 풍년, 농사 풍년이었다. 굳이 보에 물을 가둬두지 않아도 농업용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보는 이수 효과도 거의 없었다.

4대강사업의 4가지 효과 중 자연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게 치수, 즉 홍수 예방이었다. 4대강사업을 지키려는 미래통합당으로서는 마지막 남은 보루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는 이들의 허구를 가차없이 심판했다. 4대강 보는 홍수에 무용지물일뿐만 아니라 홍수 유발 구조물이라는 게 입증된 셈이다.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이번 홍수로 인해 수천여 명의 수재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어도 모자랄 지경인데, 이런 상황을 틈타 '이명박 4대강 망령'을 불러들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4대강사업을 곳곳에서 시행하지 못했다고 아우성칠 게 아니라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

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4대강사업에 섬진강이 빠졌다"면서 섬진강 재앙을 정략에 활용할 때가 아니다. 이런 행태는 김 위원장이 바라는 미래통합당의 혁신이 아니라 퇴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며 장마의 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4대강사업 찬가'를 부르며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을 위한 비상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
 

섬진강 범람으로 침수 됐다가 9일 물이 빠진 하동 화개장터 일원. ⓒ 황영필

 
[재난은 계속된다] 장마 끝? 이제부터 '독조라떼'가 몰려온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 한마디 보태자면, 지난해 12월로 예고됐지만 아직도 미적거리고 있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금강-영산강 보처리' 문제를 하루 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 미래통합당의 거짓 선동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들과 약속했던 4대강 적폐 청산, 4대강재자연화 공약을 하루 속히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재난을 앞에 두고 벌이는 소모적인 정략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가고 있다. 재난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재난의 시작이다. 홍수가 할퀸 자리에 거대한 '녹색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이다. 남조류는 청산가리의 100배에 달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을 품고 있다. 강만 망치는 게 아니라 이 물을 정수해 먹는 식수와 이 물을 정수처리하지 않고 재배하는 농작물 등을 통해 사람의 몸속으로 침투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인체에 축적되는 독성 물질,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수문 개방과 해체 등을 시급하게 결정한다면 예고된 재난을 멈출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보낸 압도적 지지표는 '적폐청산'의 과제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이제 더 이상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왔던 미래통합당의 핑계를 대지 말라는 경고였다.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4대강재자연화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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