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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협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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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지쳐가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정부에서 시작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여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수어'에도 관심이 쏟아지게 됐다. 정부 브리핑에서 나란히 서서 수어 통역을 전달하는 수어 통역사의 화면도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국면을 맞았다. 필자처럼 많은 농인도 '덕분에 챌린지'를 반겼던 만큼 '덕분이라며챌린지'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의대 정원 4천명 확대'에 따른 정부 발표로 인해 의료진들이 보건복지부와의 입장 차이로 6년 만에 집단 휴진을 예고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하는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수어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필자는 의과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수어에 대한 의미와 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최근 공식 SNS를 통해 "'#덕분이라며챌린지'를 시작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린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필자는 이 이미지를 보는 순간 들었던 생각은 의료진을 독려하기 위한 '덕분에 챌린지'에 대한 본래 의미와 농인의 언어인 수어에 대한 모독이 느껴졌다. 필자뿐만 아니라 이 이미지를 목격한 농인들의 마음은 같았다. 페이스북 이용자 문태진씨는 의대협 페이스북 페이지에 "존경을 의미하는 수어를 아래로 하는 제스처로 풍자한 것은 수어를 언어로 하는 농인들에게 모욕에 수치심을 준 것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고마움을 표현한 국민들의 참여까지 모독해서는 곤란하다.

하루빨리 보건복지부와 의대협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면서 원만한 해결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될 만큼 의료진들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바로잡아야 할 일인 만큼 농인의 언어인 수어에 대한 모독에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농인도 국민 중 한 사람인 만큼 서로의 언어와 생각을 존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태그:#농인, #덕분에챌린지, #덕분이라며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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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다수 매체 인터뷰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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