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코로나 19 여파로 인한 음악 산업계 피해 규모가 약 877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소 레이블 및 유통사의 발매 연기 및 취소, 인디 뮤지션들의 소규모 공연부터 대규모 페스티벌까지 사라져 버린 공연 시장의 실태를 반영한 통계다.

그러나 이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나가는 음악인들의 목소리가 있다. IZM은 코로나 19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모든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두번째로 IZM이 찾아간 곳은 8월 15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온라인 페스티벌 ‘테이프 앤 포스트(TAPE AND POST)’다.[편집자말]
 
 8월 16일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밴드 추다혜차지스. 국악 밴드 씽씽의 멤버였던 소리꾼 추다혜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팀이다.

8월 16일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는 밴드 추다혜차지스. 국악 밴드 씽씽의 멤버였던 소리꾼 추다혜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팀이다. ⓒ Jinny Park

 
'테이프 앤 포스트'를 기획한 김세훈 감독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져 온 가장 큰 위기로 아티스트들에게 설 수 있는 무대가 사라졌다는 '상실감'을 꼽았다.

"인디 뮤지션들 중 코로나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바이러스 확산 전에도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 뮤지션은 거의 없었거든요. 현실적, 물리적 피해보다는 무대를 잃고 음악 동력을 잃었다는 정신적 피해가 더 큽니다."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까데호는 오는 10월 두 번째 정규 앨범을 공개한다. 기타리스트 이태훈의 설명에 따르면 "두 장의 CD에 팝, 록, 댄스 등 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담은" 작품이다. 팀의 베이스 주자 김재호는 밴드 씽씽 출신 소리꾼 추다혜와 함께한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로 2020년 상반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8월 16일 연남동 '채널 1969'에서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밴드 김오키뻐킹매드니스의 모습.

8월 16일 연남동 '채널 1969'에서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밴드 김오키뻐킹매드니스의 모습. ⓒ Jinny Park

 
온라인 시장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전자음악을 다루며 브랜딩, 그래픽 디자인 경력을 갖고 있는 문선은 "화면 분할, 특수효과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공연에 입체적인 색을 더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세훈 감독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디의 지역성, 공간적 제약의 탈피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홍대 앞' 등의 물리적 위치로 음악을 지칭할 필요가 없는 거죠. '홍대'와 '인디'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제약을 해소하는 것이 코로나19가 저희에게 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온라인 공연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카메라 및 송출 장비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은 데다, 홍보 및 운영 비용도 추가로 포함된다. 여기에 네이버 브이라이브, 유튜브 등 플랫폼을 경유하는 경우 업체들이 평균적으로 요구하는 30~50% 상당의 플랫폼 수수료도 제외해야 한다. 대규모 소속사 바탕의 케이팝을 제외하면 인디 신의 온라인 라이브는 지속가능성 면에서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8월 16일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 전경. 코로나 시대 온라인 공연 및 페스티벌이 각광받지만 그 수익성은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다.

8월 16일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 전경. 코로나 시대 온라인 공연 및 페스티벌이 각광받지만 그 수익성은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다. ⓒ Jinny Park

 
'테이프 앤 포스트' 페스티벌은 미팅부터 아티스트 섭외, 실제 공연까지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꾸준히 교류해왔고,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도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덕이다. 스테이지 리허설 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조웅에게 '코로나 시기가 힘들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얹었더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 

"모두가 다 힘든데, 저만 힘든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해봐야죠."

모래내극락에서 즐겁게 어깨춤을 추던 관객들, 생기스튜디오에서 고개를 흔들던 이들, 채널1969에서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의 얼굴을 뒤로하고 택시에 몸을 뉘었다. 향후 공연 스케줄을 이야기하던 밴드들, 분주히 무대를 준비하던 스태프들의 모습이 유례없는 재난 속 희망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화면 속 '광화문 촛불집회 2만 명 운집' 뉴스는 다시금 코로나 19위기상황을 불러왔다. 그날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의 수도권 확산으로 인해 8월 20일부로 서울시는 10인 이상 집회 및 모임을 30일까지 금하며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어깨를 부딪치며 함께 춤출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는 김세훈 감독의 말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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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코로나 음악 광화문 홍대 테이프 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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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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