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밴드 킬러스(The Killers)의 6집 앨범 < Imploding The Mirage >

미국 록밴드 킬러스(The Killers)의 6집 앨범 < Imploding The Mirage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죄의 도시(Sin city). 라스베이거스를 상징하는 밴드가 있다. 이름도 강렬한 '킬러스(The Killers)다. 킬러스는 2000년대가 낳은 '공룡 밴드'다. 이들은 2004년 데뷔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밴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만약 이들의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면, 베이징 올림픽 광고로 쓰였던 'All These Things That I've done'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이만큼 '떼창'에 잘 어울리는 곡도 없다.
 
킬러스는 미국 밴드지만, 영국에서 더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Mr. Brightside'는 영국에서 국민 히트곡에 버금간다. 킬러스의 모든 정규 앨범이 UK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보컬 브랜든 플라워스의 솔로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음악적으로도 킬러스는 '가장 영국적인 미국 밴드'다. 오아시스의 공연을 보고 꿈을 키운 이들은 브릿팝과 80년대 뉴웨이브, 신스팝 등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한 뒤 개러지 록 사운드에 버무렸다.
 
과거 앞에 경의 표하는 록밴드.

킬러스가 3년 만에 여섯 번째 정규 앨범 < Imploding The Mirage >로 돌아왔다. '신기루를 폭파하다'라는 뜻. ('Mirage'는 킬러스 멤버들이 나고 자란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이름이기도 하다.) 속도감 있는 'My Own Soul's Warning'부터 매혹적이다. 'Caution'에서는 뉴 오더(New Order)를 떠올리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곡 전반에서 생동한다. 킬러스의 우상 중 하나인 밴드 플리트우드맥(Fleetwood Mac)의 기타리스트 린지 버킹햄이 기타 연주에 참여하면서, 극적인 감정의 고취를 이끌어냈다. 빠른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무장한 'Dying Breed'는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명곡 'Dancing In The Dark'를 닮아 있다. 
 
'Fire In Bone'과 같은 곡은 적절한 타이밍에 앨범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다. 둔중한 베이스 리프가 주도하는 이 곡은 전작의 'The Man'처럼 디스코의 요소를 녹여냈다. 강약 조절이 훌륭하지만, 전작들처럼 쉬어가는 발라드 트랙이 없고 댄스에 어울리는 곡들이 즐비해서 듣기 즐겁다. 1970년대 미국 하트랜드 록의 영향이 앨범 전반에 묻어 있기도 한데, 연주 등에 참여한 애덤 그란두시엘(인디 록 밴드 The War On Drugs의 멤버)의 영향이 컸다. 이쯤 되면, 이 밴드를 단순히 '영국적인 미국 밴드'라고만 지칭하는 것이 무리다.
 
 6집 < Imploding The Mirage >를 발표한 킬러스(The Killers)

6집 < Imploding The Mirage >를 발표한 킬러스(The Killers) ⓒ The Killers

 
원년 기타리스트 데이브 큐닝이 밴드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다양한 외부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돋보인다. 싸이키델릭을 재구성하는 듀오 폭시겐(Foxygen)의 조너선 로스(Jonathan Rado)가 공동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렸다. '부모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Lightning Fields'에서는 브랜든 플라워스의 어머니 뻘인 뮤지션 k.d lang이 피쳐링으로 참여하면서 설득력(?)을 높인다. 인디의 신성으로 떠오른 와이즈 블러드(Weyes Blood)가 서브 보컬로 참여한 'My God'도 필청 트랙이다. 협업한 뮤지션들의 다양한 색이 녹아 있으면서도, 킬러스의 색깔이 흐려지지 않았다.
 
페스티벌에서 울려 퍼져야 할 노래.
 
킬러스는 지난해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메인 헤드라이너로 공연했다. 그들은 스미스 출신의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 그리고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를 무대 위로 초대했다. 모두 킬러스의 음악 세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거장들이다. 그때 브랜든 플라워스는 록스타라기보다는 '성공한 덕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동시에 자신들의 음악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음악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신보 < Imploding The Mirage >에서도 킬러스는 여전히 과거를 향해 경의를 표하고 있다. 뉴 오더와 브루스 스프링스틴, 톰 페티와 플리트우드 맥, 더 카스(The Cars)가 공존하고 있는 앨범이다.
 
피치포크 매거진은 이 앨범에 대해 '2020년에 이들과 같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은 없으며, 2031년에도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킬러스는 개인적인 영역을 그리고 있으나, 경험은 아레나 공연장과 드넓은 자연을 그리는 감성적인 찬가로 환원된다. 그 가운데에 폭발력과 섬세함을 두루 갖춘 브랜든 플라워스의 보컬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음악은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음악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 Imploding The Mirage >가 증명한다. 록 페스티벌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이런 음악을 당장 공연장에서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비극이다.
킬러스 더 킬러스 브랜든 플라워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