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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재유행으로 한국교회가 지탄 대상이 된 가운데 개신교 내 개혁 그룹들이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란 단체를 구성해 지난 8월 31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는 '파면 목사 전광훈을 교계에서 퇴출하라! 우리는 대면 예배 중지를 촉구한다!'란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 재유행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함과 동시에 전과운 목사의 퇴출을 촉구했다. 또한 대면예배 즉각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과 성명을 내게 된 이유가 궁금해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 결성을 주도한 양희삼 카타콤 교회 목사를 지난 8월 31일 전화로 만나 보았다. 다음은 양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광훈, 목사로 인정할 수 없어" 
 
양희삼 카타콤 교회 목사
 양희삼 카타콤 교회 목사
ⓒ 양희삼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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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1일 '파면 목사 전광훈을 교계에서 퇴출하라! 우리는 대면 예배 중지를 촉구한다!'라는 개신교 단체 성명을 발표하셨어요. 
"일단 이 상황의 심각성이 워낙 커서, 그러니까 한국 교회가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커서 뭐라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저 혼자 하는 것보다는 그간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서 수고하고 애쓴 단체들이 있는데 그 단체들이 함께 성명서를 내고 목소리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한국교회는 전광훈에게 환호하고 대면 예배를 찬성하는 교회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내부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나서서 개신교 개혁 단체들을 접촉했고 성명서를 내게 됐습니다."

-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는 어떤 단체인가요?
"새로운 단체라기보다는 개신교 내에서 자기들의 역할을 하던 단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대책위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황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보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전광훈을 목사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단체들의 연합으로 봐야죠."

- 성명서 쓰는 데도 고민이 있으셨을 거 같아요.
"제가 이걸 하겠다고 생각한 거는 10일 정도 됐는데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글이 써지질 않았는데 간신히 가닥을 잡아 초안을 만들었어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고상환 사무처장님과 교수님, 그리고 같이하는 분들이 수정하고 덧붙여 주셨어요."

- 내용을 보면 "이 사태는 전광훈과 극우 기독교를 중심으로 저질렀지만, 이를 방조하고 묵인한 한국교회의 책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셨던데 왜 한국교회는 방조하고 묵인했을까요?
"현재 한국교회의 주류 세력은 역사적으로 친일 세력들과 독재에 부역해서 성장한 교회들이에요. 태생적으로 민주 정권을 싫어했고 독재정권을 이어갔던 수구 보수 정권에게는 상당히 호의적이었어요. 전광훈이라는 사람이 말도 함부로 하고 너무 천박하게 굴었지만, 정치적인 지향이 같았기 때문에 전광훈을 속으로 응원하고 지지하지 않았을까 해요.

좀 더 깊이 이야기해보면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보는데요. 첫 번째는 대형교회 중심으로 대놓고 전광훈을 지지했던 사람들, 두 번째는 대놓고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전광훈 하는 거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용히 응원했던 사람, 세 번째는 전광훈이 싫지만 침묵했던 사람들이죠. 전광훈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욕먹을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전광훈을 싫어하면서도 침묵하고 있었던 그분들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 왜 그분들은 침묵했을까요?
"교회는 정치적으로 여러 지향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워낙 수구화되어 있고 보수화되기 때문에 성도 중에도 지금 정부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 특히 장로 같은 분들이 보수 정권을 좋아하고 민주 정권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분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꼭 장로들이 아니라도 교인들 안에 정치적으로 전광훈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전광훈을 비판하는 순간 그 교인은 교회를 떠날 수도 있어서 말할 수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도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한스럽기도 하고요."

- 성명서에서 "전광훈은 이미 소속 교단(예장 백석 대신)으로부터 목사면직과 제명처리가 되었음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직을 방패로 삼아"라고 하셨잖아요. 목사면직은 목사직이 박탈된 거잖아요. 그럼 어떻게 한기총 대표회장이 가능한 거죠?
"면직을 당했는데 그 교단을 나가서 새로 교단을 차렸어요. 예장 대신 복원이란 교단이에요. 그렇게 해서 면직을 면한 거죠. 범죄자가 세탁한 것과 유사하죠. 면직당했는데 그렇게 해서 목사의 자격을 유지한 거죠."

- 한국교회는 교단에서 면직당해도 나가서 교단 만들면 되는 건가요?
"그게 한국교회의 문제라면 문제죠. 한국교회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조직이 없어요. 교단이 최고의 상위 기관입니다. 전광훈은 본인의 잘못 때문에 징계를 받았는데 부정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징계를 피해서 그렇게 했다는 게 문제죠."

"'목숨 걸고 예배'? 무식한 주장" 

-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음에도 강행하는 것은 돈 때문일까요?
"100% 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 중에는 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모여 드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근본주의자들이 있어요. 또 형편이 안 되는 교회 있죠.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려야 되는데 작은 교회 시골에 어르신들만 계신다면 대면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잖아요.

그런데 규모가 있고 건물도 가지고 있는 교회들이 대면 예배를 드리겠다는 건 돈 때문일 거 같아요. 건물 있는 교회 대부분은 빚이 있을 겁니다. 그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인 거 잖아요. 또 작은 교회는 지금 당장 헌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울 겁니다. 목사가 생활비를 받지 못할 상황도 많고요. 그런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교회들이 있다고 봐야죠." 

- 사실 교회도 사람들이 모이는 거니 운영하는 데 돈이 필요해요. 그럼 솔직히 예배를 안 드리면 헌금이 들어오지 않아 교회가 어렵다고 하면 될 텐데 왜 예배 핑계를 대죠?
"교회인데 그걸 어떻게 솔직하게 말하겠어요. 본인들이 거룩한 교회라고 해 왔잖아요. 거기다 대놓고 '이제는 어쩔 수 없다. 현실 때문에, 돈 때문에 우리 모여야 되겠다'라고 말하는 거는 자기들이 지금까지 거룩한 척 해왔던 모습을 부정하는 꼴이 되잖아요. 그러니 돈 때문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죠."

- 목숨 걸고 예배드려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그냥 답을 먼저 이야기하면 무식한 이야기고요. 그런 말은 성경에도 없는 말입니다. 본인들의 예배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지만 지금은 대면 예배를 통해서 자칫 잘못하면 감염병이 더 확산될 위험이 있는 상황이잖아요. 실제로 사랑제일교회발 2차 대확산이 일어났고요.

목숨을 다해 하나님만 사랑하는 건 구약적인 신앙입니다. 유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신약으로 넘어오면 주님이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라고 하셨어요. 주님이 주신 새 계명은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고 돌보는 것입니다. 신약에서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신앙이 아니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주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셨어요. '너희가 나를 사랑해? 그렇다면 너희가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증명하라'고 하신 거예요. 그런데 여전히 그 사람들은 이 감염병의 위기 상황에서도 자기가 하나님을 사랑하니 대면 예배를 드릴 거라고 해요. 그렇게 해서 코로나가 퍼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자기 이웃은 누구죠? 그런 차원에서 보면 그 사람들이 과연 예수를 믿는 사람들인가 묻지 않을 수 없는 거죠. 예수를 믿는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이웃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나는 그런 거는 모르겠고 예배만 드릴 거라'는 건 구약적인 신앙인 거죠. 예수 안 믿는 사람들입니다."

- 성경 어디에도 모여 예배드리지 않으면 예배가 아니란 말은 없지 않나요?
"예배에 대한 유명한 말씀은 요한복음 4장에 나오죠.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을 만납니다.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께 '유대인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고 사마리아인들은 그리심산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어디서 예배를 드리는 게 맞습니까?'라고 물어요 그랬더니 '이 산도 아니고 저 산도 아니다'라면서 '성령과 진리로 예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대면 예배가 맞는지 비대면 예배가 맞는지 물으면 주님은 둘 다 아니라고 하실 것 같아요. '성령과 진리로 예배한다면 어떤 형식이든 괜찮다.'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실까요?

예배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모여서 드리는 회중 예배가 있고, 개인 예배, 삶의 예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면 예배만 드리겠다는 분들은 회중 예배의 중요성은 알지만, 삶의 예배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회중 예배에만 목숨을 거는 거죠. 삶의 예배가 없다면 회중 예배는 무의미한 것입니다.

이사야서에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내가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라고 합니다. 지금과 빗대어 보면 주일 예배, 오후 예배, 수요예배, 금요 철야 예배를 드리는데 하나님은 그 예배를 싫어하신다는 거죠. 이유가 뭐냐면 너희 손에 피가 묻었다는 거예요. 가난한 자를 압제하고, 남의 것을 빼앗고 그러면서 와서 제사를 드려요. 그걸 하나님이 싫어하신다는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본인들이 고집부리면서 드리는 대면 예배를 통해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까? 코로나로 실제 목숨이 위협받는 거 외에도 경제적인 고통을 가중하고 있잖아요. 자영업자들, 일용직 등 정말 너무 많은 우리의 이웃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사랑한다며 예배를 드린다? 구약에서도 이미 그런 제사는 안 받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그러냐고요."

"교회 위해 싸우는 사람들 지지해달라" 

- 교회가 주장하는 건 문재인 정부가 교회를 탄압하기 위해 코로나를 이용한다는 건데요. 
"저는 참 답답한 게 지금 누가 누구를 탄압하는지 모르겠어요. 자꾸 국가가 종교를 탄압한다고 하는데 지금 상황은 개신교가 국민들을 탄압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잖아요. 그리고 정부가 언제 예배를 드리지 말라고 했나요? 대면 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전환해 달라는 거지 언제 예배를 드리지 말라고 했나요. 몇 주만이라도 비대면으로 예배를 드리며 협조해 달라는 거잖아요. 거짓말을 살짝 섞어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한 수작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교회가 싼 똥 아니에요?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 개신교 세력들이 저지른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당하고 있습니까? 나라의 경제마저 위태롭게 된 상황에 어디서 뻔뻔하게 종교 탄압 운운하면서 이따위 얘기를 합니까? 저는 이거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점점 기독교가 버림받는 거 아닙니까."

- 전광훈씨를 퇴출하라는 요구도 있던데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도 있어요. 
"꼬리 자르기 안 하려면 전광훈을 내버려 둘까요? 저는 전광훈을 법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어찌 됐건 그들의 우두머리는 전광훈입니다. 그리고 버스까지 대절했으면서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목사들도 처벌해야 하고요. 법의 심판을 피해 가는 진짜 세력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찾아내서 밝히고 국민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목사로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너무 죄송하고 한국교회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전광훈과 열심히 싸워온 사람 중 한 명이지만,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이제는 오히려 여러분들이 교회의 문제를 알게 되셨으니 저를 비롯해서 교계에서 교회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 싸우는 분들을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면 어떠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태그:#양희삼,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 #코로나,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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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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