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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19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일상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이제는 코로나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코로나에 굴하지 않고 매일 도전하며 나의 일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시민기자가 되어 같이 참여해 주세요.[편집자말]
군산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길만 건너면  작은 서점이 있다. 가까운 곳에 서점이 있어 절친 친구가 옆에 사는 듯 친근하고 좋다. 유안진 교수님의 책에 나오는 '지란지교'에서처럼 '저녁을 먹고 나면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얼마나 소박하고 솔직한 표현인지.

서점은 바로 내게 그런 친구와 같다. 마음이 힘들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 있는 곳이 서점이다. 가끔씩 서점에서 작가들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각별한 시간을 갖는 특혜도 누린다. 코로나19가 심하지 않았을 때 있었던 일이다.

지난 5월 말, 이곳 서점에서 '호랑이 바람' 외 다수의 그림책을 출간한 김지연 작가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는 그림책과 친할 기회가 없었다. 김지연 작가의 강연을 듣고 책이 나오기까지, 특히 판화로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이 너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강연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도전하도록 안내해 주었다. 

70대의 나이에 그림일기에 도전하다
 
여름 대바구니에 차도구를 가지고 다닌다.
 여름 대바구니에 차도구를 가지고 다닌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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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작가는 강연이 끝나고 희망자에 한해서 그림일기 쓰기를 지도한다며 신청을 받았다. 나는 예전부터 글을 쓰고 글 옆에 간단한 삽화 하나쯤 그려보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은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할 즈음 미국 모지스 할머니가 지은 <인생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란 책을 보고 생각한 일이다. 놀라웠다. 그분은 76세부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미국의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사람은 원래 탁월한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한번 하려고 결심을 하면 노력은 한다. 정말 사람 사는 일은 의도치 않아도 느닷없는 우연과 맞닥트려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 그림일기 회원들과 만난다. 모두가 프로처럼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써서 초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매주 작가의 칭찬 한 마디가 날개를 달게 해 준다.

작가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우리는 일주일에 3일 정도 그림일기를 쓰고, 만나서 읽고 설명을 한다. 일기라는 것이 자기 생활을 기록하는 것이다 보니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니 때론 눈물 범벅이 되어 같이 울어주고 서로 위로가 되어 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안고 살아야 하는 본인의 십자가가 있기 마련이다.

김지연 작가는 라이브방송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공감하면서 울고 웃는다. 그런 시간을 가질 때마다 마음이 울컥울컥 할 때가 많다. 사람은 서로가 나누고 공존하는 삶을 살아갈 때 찾아오는 감동이 크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고 이기심이 많다 해도 이와 다른 삶의 가치를 갖고 사는 사람도 있다. 바로 김지연 작가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자기 삶을 내어 주는 일이다. 그래서 더 감동이 크다.

서로가 긴 세월을 같이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인연인 듯 친밀하다. 삶을 나누고 공감하니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것을 세상과 연결해서 산다는 것은 영원히 남는다는 말이 있다. 자기만을 위한 이기심은 자기와 함께 소멸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무엇을 가지고 세상과 연결을 하고 살아갈까. 내 나머지 숙제라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은 나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중간중간에 반짝이는 것 때문에 살아간다. 그게 그림이었다. 내 삶을 구현하기 위해 끓임 없이 공부하고 훈련을 해야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발원이 무엇인지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김지연 작가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서 하신 말이다. 머리를 꽝 하고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울림이 왔다. 작가는 그림일기 한 가지를 택해서 자기화를 시키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코로나19가 나에게 건네는 말 
 
내가 수 놓은 소품들.
 내가 수 놓은 소품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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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놓기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걸 아는 김지연 작가가 권유한 책 <할머니의 자장가>를 읽고 생각했다. 책 내용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인 수 놓은 것, 레이스 뜬 것과 할머니의 살아온 삶을 손녀가 할머니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듯 쓴 책이다. 나 역시 오랫동안 수 놓고 바느질 해 온 내 삶의 흔적들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을 잘 조율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확 날아가 버린다. 놓아두면 자칫 사장시킬 수 있는 내 작품들을 기록하려고 생각했다.

수 놓은 작품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은 어럽다. 삶은 역사로 이어지고 기록으로 남는다. 처음은 미숙하지만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내 유품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 새로움에 도전한다.

나는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사느라 늘 바쁘다. 내 삶의 길이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몰라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 한다. '딱따구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고목나무에 구멍을 내고 도토리를 저장하듯' 내가 가진 것을 내 동굴 안에 저장 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어 세상과 연결하는 끈이 되고 싶다. 코로나는 나에게 시간의 덩어리를 잘 만들라는 말을 건넨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태그:#챌릴지,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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