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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연구원이 만든 포스터.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만든 포스터.
ⓒ 경기도교육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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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normal에서 Better normal로"

경기도교육에 대한 공적 연구를 맡은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오는 15일 여는 포럼 제목이다. 이 기관은 영어와 콩글리시가 섞인 해당 글귀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포스터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그러자 교육 관계자들이 페이스북에서 다음처럼 혀를 찼다.

"교육청끼리 누가 누가 (영어와 콩글리시) 많이 쓰나 경쟁하는 듯", "뼛속까지 박힌 (영어) 열등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부끄럽다", "영어를 쓰면 좀 더 고급스럽게 보이나?"

"뼛속까지 박힌 열등감"인가, "영어 쓰기 경쟁"인가?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도 페이스북에 "New Normal→'새로운 기준', Better Normal→'더 좋은 기준'으로 쓰면 안 되느냐"면서 "영어전공자도 한눈에 이해하기 힘든 용어는 그만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적어놓기도 했다.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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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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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영어와 콩글리시' 사랑이 이 기관은 물론 교육부와 상당수의 교육청에도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런 현상은 더더욱 심각하다.

11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7월부터~9월까지 홍보물 전면에 내세운 '영어와 콩글리시'를 찾아봤더니 다음과 같았다.

교육부
"제로에너지 그린학교", "북드림 슬기로운 독서생활 챌린지", "그린 스마트 스쿨", , "디지털+그린 융합 뉴딜", "스마트교실", "그린학교", "언택트 세계여행", "패시브, 액티브", "규제샌드박스체제", "코로나블루"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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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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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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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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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언택트 시대", "Health 인(人) 보건교육", "뉴노멀 시대", "블렌디드 러닝" "에버러닝 누리집"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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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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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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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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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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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비대면이란 말 대신에 쓴 '언택트'와 '더 좋은 기준'이란 말 대신에 쓴 'Better Normal', '북드림'이란 말 따위는 영어권 나라에서도 쓰지 않는 콩글리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챌린지→도전, 그린 스쿨→녹색 학교, 코로나블루→코로나 우울증, 블랜디드러닝→원격-등교 융합수업과 같이 고쳐 쓸 수 있는 데도 영어를 그냥 갖다 쓴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블렌디드러닝'이란 말을 교사와 학부모들이 잘 알아보지 못할까봐 '블렌디드'란 말 옆에 조그맣게 '원격수업+등교수업'이라고 적어놓거나 '코로나블루'란 말 아래에 '우울감(blue)' 고 적어놓는 이중 일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교육 당국의 행위에 대해 한글학자인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홍보물을 보니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다.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라면서 "교육의 기본은 소통과 배려를 가르치는 것인데 교육부와 교육청이 소통을 가로막고 배려하지 않는 언어로 교육을 짓밟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우리말을 쓰면 촌스럽고 영어를 쓰면 멋있고 튀어 보인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40여 년간 한글 운동을 해오며 국어교사로 일하다 최근 퇴임한 김효곤 전 교사도 "교육당국자들이 우리말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말을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나 콩글리시를 만들어 쓰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교사는 최근까지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용어순화 자문을 해왔다.

교육부 "영어로 된 고유명사라... 앞으로 우리말로 순화할 것"

이에 대해 교육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도 가능한 한 한글을 먼저 쓴 다음에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영어를 넣으려고 했지만 고유명사 등의 경우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라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영어를 우리말로 순화해서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엔 국어기본법에 따라 대변인실에 국어책임관을 두고 있다. 우리말을 잘 살려 쓰도록 국가가 해당 업무를 맡긴 것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 관계자도 "포럼 포스터를 만들면서 지면이 부족하다 보니 영어만 남기게 되었다"면서 "우리가 영어 위주의 용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우리말로 적확한 용어가 나오면 영어표현은 우리말로 대체해야 한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태그:#우리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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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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