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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만든 '8월 교육부 보도자료 표현 지적내역' 문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만든 "8월 교육부 보도자료 표현 지적내역" 문서.
ⓒ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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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8월 낸 전체 보도자료 가운데 65%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영어 오남용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교육부가 공문서 등에 '영어와 콩글리시(한국만 사용하는 가짜 영어)'를 마구 쓰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왔는데, 이런 사실이 정부문서를 통해서도 처음 확인된 것이다. (관련 기사 : '소통' 내세운 교육부-교육청, '뜻 모를 콩글리시' 마구 사용, http://omn.kr/1ovrl)

교육부 보도자료의 외국어 오남용, 8월에만 163회

14일 <오마이뉴스>는 내부 관계자를 통해 문체부가 교육부에 보낸 공문을 정리한 '8월 보도자료 표현 지적내역'이라는 문서를 입수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교육부는 8월 한 달 동안 낸 40건의 보도자료 가운데 65.0%인 26건에서 '(정부부처로서 부적절한) 표현 사용'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등의 외국어 오남용 단어 횟수로 살펴보면 '외국어 표현'이 120회, '외국문자 사용'이 43회 등 모두 163회에 이른다.

이 수치에 대해 정부업무 관계자는 "타 부처의 경우 보도자료 지적 비율이 40% 정도인데 교육부는 65%여서 그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11일 교육부가 낸 보도자료 앞 부분. 앞 부분만 봐도 이처럼 학생과 교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영어와 콩글리시'를 마구 쓰고 있다.
 지난 8월 11일 교육부가 낸 보도자료 앞 부분. 앞 부분만 봐도 이처럼 학생과 교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영어와 콩글리시"를 마구 쓰고 있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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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유초중고와 대학교 학생에 대한 국어교육을 관할하고 있는 정부 부처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우리말을 갈고 닦는 일을 해야 하는 국어책임관으로 교육부 대변인실 직원을 임명해놓고 있는 상태다.

현행 국어기본법은 "국가는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법은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면서 "다만, 정확한 뜻 전달 등을 위한 경우에만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문체부는 올해 1월부터 정부 부처의 보도자료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문을 각 부처에 보내왔다. 이번에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문서도 이 공문을 정리한 문서 중에 일부다.

문체부가 지난 8월 교육부에 보낸 공문 정리 문서를 보면, 교육부는 국어기본법의 취지에서 벗어난 단어를 최소한 163군데에서 쓴 것으로 보인다.

그린 스마트 스쿨, 에듀 테크 매니저, 블렌디드 러닝... 교육부 왜이러나

문체부가 많이 지적한 교육부의 부적절한 '외국어 표현'은 미디어(43회), 포스트(5회), 그린 스마트 스쿨(5회), 바이오(5회), 크라우드 펀딩(5회) 등이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 뒤에 보도자료는 물론 홍보물과 장관 연설 등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그린 스마트 스쿨'이란 말을 자주 써왔다. 온라인 원격수업 상황에서 올해부터 교육부가 부쩍 많이 쓰기 시작한 (에듀) 테크(2회), (에듀) 테크 매니저(1회), 블렌디드(러닝)(1회) 등도 부적절 표현으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지난 8월 문체부의 공문을 받고도 부적절한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포스트'란 단어의 경우 지난 9월 9일 낸 보도자료 '포스트코로나 시대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 발표'에서는 4번이나 썼다. 국립국어원도 '포스트'를 '이후'로 쓸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교육부가 부적절하게 쓴 단어 가운데 '블렌디드러닝'은 일부 교육학 용어로도 쓰이긴 하지만 술과 관련된 용어로 서구에서 처음 사용된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이 말 대신에 '온오프라인 연계교육'이라고 쓸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개탄... 모국어 우습게 아는 교육부"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교육부가 만든 홍보물.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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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교육부가 자주 쓰고 있는 '온택트'란 말도 '영상 대면', '언택트'는 '비대면',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우울' 등으로 고쳐 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문체부는 물론 국립국어원의 권고 또한 지키지 않아왔다.

교육부가 이러다보니 시도교육청과 학교 또한 부적절한 외국어 사용을 늘려가고 있다.

한글학자인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국어기본법을 가장 앞장서서 지켜야 할 교육부가 국어기본법을 가장 앞장서서 짓밟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면서 "모국어를 우습게 아는 교육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우리는 교육부장관을 국어기본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태그:#교육부 콩글리시,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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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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