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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집에서 먹는 밥이 불규칙하다 보니 걸핏하면 밥이 남곤 한다. 누룽지나 볶음밥으로 해 먹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볶음밥은 한정적이다. 게다가 남편도 나도 볶음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찬밥을 처치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누룽지 전용팬을 구입, 찬밥을 누룽지로 만들어 저장해두고 밥이 마땅찮을 때 끓여 먹거나 숭늉으로 먹기도 한다. 그래서 이젠 제때 먹지 못해 밥을 버리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늘 궁리한다.

'어떻게 하면 찬밥을 줄일 수 있을까?'
'찬밥을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내게 신선하게 와 닿은 책이 <모두의 솥밥>(맛있는 책방 펴냄)이다. 찬밥을 처치해야만 할 때 당연한 답처럼 해 먹던 볶음밥. 특히 김치볶음밥은 고기 또는 햄, 그리고 묵은 김치 정도만으로도 비교적 빨리 해먹을 수 있어서 야채볶음밥보다 더 만만하게 해 먹곤 했다.
 
<모두의 솥밥> 책표지.
 <모두의 솥밥> 책표지.
ⓒ 맛있는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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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치볶음밥은 거의 물리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 지은 밥으로 해먹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곤 한다. 특히나 찬밥 처치 목적으로 해먹을 때면 더욱 그렇다. 그럴 때 해 먹으면 좋겠다 싶은 것을 찾았으니 바로 김치프라이팬밥이다.
 
[김치프라이팬밥]

준비물(2인분 기준): 밥 2공기. 묵은지 120g. 고추장·참기름 1Ts씩, 식용유 적당량, 달걀 프라이 1~2개.

①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에 올린 뒤 밥을 넣어 얇게 펼칩니다.
②잘게 썬 묵은지와 고추장을 밥에 올리고 뚜껑을 닫아 5분간 그대로 둡니다.
③달걀프라이를 만듭니다.
④불을 끄고 뚜껑을 열어 참기름을 두른 뒤 잘 섞은 후 볼에 담고 달걀프라이를 올립니다.
 -24~25쪽.

뭣보다 좋은 것은 식용유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 볶지 않고 뚜껑을 덮어 뜸 들이는 방법으로 하기 때문에 담백, 깔끔한 맛이다. 은근하게 눌어붙은 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다. 여하간 김치볶음밥보다 훨씬 간편하게 할 수 있어서 앞으로 만만하게 해 먹을 것 같다. 
 
책 속 솥밥 일부와 페이지 일부 모습이다.
 책 속 솥밥 일부와 페이지 일부 모습이다.
ⓒ 맛있는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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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솥밥들은 시래기두부솥밥을 시작으로 무말랭이솥밥, 고사리솥밥, 모둠버섯솥밥, 토마토솥밥, 멸치솥밥, 미나리멍게솥밥, 고등어들기름비빔밥, 명란브로콜리밥, 들깨시레기덮밥 등 35가지. 여기에 채소국밥, 우엉들깨탕, 견과류된장찌개 등, 독자적으로 먹을 수 있거나 모든 밥과 어울려 먹을 수 있는 국물 요리 6가지를 더했다. 그동안 밑반찬 혹은 구워 먹거나 찌개에 넣는 등으로만 해 먹던 식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라 해 먹고 싶은 것들이 많아 보였다. 

전기밥솥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솥밥 해먹기는 어려울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조금만 신경 쓰면 그리 어렵지 않게 별미로 솥밥을 즐길 수 있다. 겨울이면 주로 굴밥과 무밥을 해 먹거나 더러 콩나물밥과 우거지밥을 해 먹곤 한다. 친정엄마가 해준 솥밥 재료들도 대부분 이런 것들이라, 책에 나온 재료들로 한 솥밥이 더욱 신선하게 와 닿는다.

지루한 우리 집 밥상에 변화를
 
레시피대로 해본 '김치프라이팬밥'이다. 그런데 책과 달리 달걀은 노른자까지 익혀 올렸고 텃밭에서 자라는 쑥갓 어린순을 올려 먹었다.
 레시피대로 해본 "김치프라이팬밥"이다. 그런데 책과 달리 달걀은 노른자까지 익혀 올렸고 텃밭에서 자라는 쑥갓 어린순을 올려 먹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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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치프라이팬밥은 책 속 솥밥 중 가장 단순하다. 자랄 때 가끔 해 먹던 밥이기도 하다. 저자도 "엄마가 해주시던 오리지널 레시피"라고 소개한다.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것도 같다. 아마도 어쩌면 레시피를 곁들여 소개할 필요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손쉽고 흔한 음식이다.

그런데, 그래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 같다. 조금만 돌려 생각해서 김치 대신 다른 것들을 올려 해보는 등으로 밥을 했다면, 집밥 메뉴가 더욱 풍성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들었다.

이 일로 결혼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차려오고 있는 우리 집 밥상을 돌아보게 됐다. 우리 집 밥상은 '밥과 국 혹은 찌개와 몇 가지 밑반찬'으로 된 전형적인 집밥 밥상이다. 시간 날 때 반찬 몇 가지를 해두면 언제나 쉽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대충 때우는 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좋기만 할까?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반찬을 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그릇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반찬을 하면서는 물론 설거지 시간이 길어지는 등 전체적으로 시간이 많이 든다. 게다가 반찬 수가 많은 만큼 식재료든 반찬이든 냉장고에 채워지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좋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그동안 이런 밥상이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영양과 맛은 살리면서 간단하게 해 먹는 그런 방법은 없을까? 늘 고민했다. 메인 음식을 보다 푸짐하게 해 밑반찬을 줄이거나 밑반찬을 번갈아 먹는 등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전형적인 밥상이 되풀이되곤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의 한계 때문이다.

'솥밥이 주인공'인 밥상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섞어 본다면 밥상이 덜 지루할 것 같다. 저자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찬밥을 활용하거나 좋아하는 재료를 더하는 등으로 나만의 솥밥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몸에 좋은 밑반찬 재료들을 훨씬 많이 먹을 수 있고, 남은 재료를 활용할 수도 있어서 좋을 것 같다.

레시피마다 관련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저자 김희종씨는 제철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음식 전문가이다. 책을 통해 소개하는 음식들은 몇 년 전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후 홀로된, 연로하신 친정아버지를 위해 만들게 된 것들로 뭣보다 소화가 쉽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따라해보고 싶고, 친정엄마에게도 꼭 해드리고 싶은 그런 솥밥들이다.

모두의 솥밥

김희종 (지은이), 맛있는책방(2020)


태그:#모두의 솥밥, #집밥, #김희종(음식전문가), #모두의 고수, #모두의 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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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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