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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亡 二類畜生 有往无往 一切因緣 各 別位別名 靈駕 "망 이류축생 유왕무왕 일체인연 각 별위별명 영가"라고 쓰인 위패를 모시고 소들과 가축들이 좋아하는 볏짚과 각종사료가 영단 위에 올려 졌다. 스님들의 염불소리는 엄숙하고 장엄하게 울려 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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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남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와 섬진강댐 방류로 인해 구례를 비롯한 남원, 곡성, 하동 등 섬진강 유역이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특히 소를 비롯한 돼지, 닭, 오리 등 축사에 있던 동물들이 폭우에 떠내려갔습니다.
소 10여 마리는 해발 531m의 사성암으로 올라오면서 일부는 목숨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많은 짐승이 수해와 후유증으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관련기사:
[현장 포착] 집중호우에 절로 대피한 소떼 http://omn.kr/1ojvh)
지난 9월26일 구례 사성암(주지 대진 스님)은 수해에 생명을 잃은 동물들을 위해 위령제를 봉행했습니다.
'망 이류축생 유왕무왕 일체인연 각 별위별명 영가'(亡 二類畜生 有往无往 一切因緣 各 別位別名 靈駕)라고 쓰인 위패와 함께, 가축들이 좋아하는 볏짚과 각종사료를 영단 위에 올렸습니다. 이윽고 위령제를 봉행하는 스님들의 염불소리 엄숙하고 장엄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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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해희생 동물들을 위한 사죄의 절 소들과 가축들이 좋아하는 볏짚과 각종사료가 올려져 있는 영단을 향애 사성암 주지 대진 스님이 사죄의 절과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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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수해로 많은 생명이 떠났습니다. 오늘 작게나마 넋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성암은 폭우를 피해 올라온 소들로 전국적으로 유명해 졌습니다.
제가 처음 이 위령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사성암으로 올라온 소들과 눈을 마주쳤는데 그 눈이 너무 슬펐기 때문입니다. 그 눈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죽은 지 49일째 되는 날 극락왕생을 바라면서 49재를 지내는데, 8월 8일에 가장 큰 수해가 있었습니다. 그날 사성암에서 구례를 봤는데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사성암에서 구례의 모든 벌판이 다 보이는데 구례가 커다란 큰 웅덩이 같았습니다.
수해 다음 날인 8월 9일, 제일 많은 생명이 죽었습니다. 제가 날짜를 세어 보니 오늘 9월 26일이 딱 49일째 되는 날입니다. 말 못 하는 축생들이 얼마나 표현도 못하고 아파하면서 갔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부디 축생들이 더 좋은 몸을 받아 인간으로 환생하기를 바라며 불교식 제사를 지내려 합니다. 약간 어색하더라도 꽃 한 송이와 절을 두 번 올려 극락왕생을 빌어 주시기 바랍니다."(구례 사성암 주지 대진 스님)
이날 김순호 구례군수, 유시문 구례군의장, 서동용 국회의원 등 지역대표를 비롯해 축사를 운영하던 농민과 지역민들이 구례군 수해희생 동물들의 극락왕생을 빌며 국화꽃 한 송이를 올리고 두 번 절을 올렸습니다.
이번 집중피해로 구례군은 700여 마리가 넘는 소들이 희생됐습니다. 또 돼지, 닭, 오리 등 수천여 마리의 가축들이 폐사하거나 수해에 희생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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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해희생 동물 위령 지역 주민들과 농민들이 수해희생 동물들을 위해 만든 영단에 헌화하고 절을 올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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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인간들이 이기심일수도 있습니다. 인간들의 이기심 때문에 그토록 많은 동물들이 죽어갔습니다. 저는 자기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이 '극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든 아니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절 하겠습니다."(사성암 주지 대진 스님)
대진 스님의 마지막 말처럼 인간의 이기심으로 파괴되는 자연과 환경, 희생된 동물들을 향해 사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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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성암에서 내려본 구례사성 맑게 개인 가을임을 보여주는 사성암 경치. 해발 531m의 오산에 위치한 사성암에서는 구례를 한 눈에 내려볼 수 있다. 사성암 주지 대진 스님에 의하면 지난 8월8일 집중호우로 지금 보이는 벌판이 커다란 웅덩이로 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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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법보신문에도 송고할 예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