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담보>에서 두석 역을 맡은 배우 성동일.

영화 <담보>에서 두석 역을 맡은 배우 성동일. ⓒ CJ엔터테인먼트

 

그간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아버지 역을 맡아 왔던 성동일이지만 이 영화 <담보>에선 배역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단다. 추석 연휴을 앞둔 29일 개봉한 이 작품을 두고 성동일은 "(다른 작품 속 자식들보다) 이번 자식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 아닌 고백부터 했다.

영화는 두 사채업자가 밀린 돈을 받던 중 한 아이를 담보로 데려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배우 성동일이 두석 역을, 김희원이 그의 후배 종배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두석과 종배가 데려오는 아이 승이 역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인 박소이가 연기했다. 

시나리오 보고 들었던 강한 확신

평소 두 자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성동일은 <담보>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꼭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담보>를 제작한 JK필름이 준비하던 SF 영화 <귀환>에 출연하기 위해 윤제균 감독을 만났다가 해당 시나리오도 받게 된 것. 성동일은 "읽어봐 달라고 해서 봤는데 그만한 딸을 키우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내 이야기 같았다"며 "솔직히 <귀환>보다 <담보>가 더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기사에 나왔듯이 나 역시 10년 넘게 호적에 이름이 못 올라서 학교도 못 다니던 때가 있었잖나. 영화 속 승이 상황에 공감이 갔지. 언론시사회 때 집사람과 내 자식들을 살짝 데려왔다. 아이들이 자기들도 볼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해달라고도 해서 출연한 면도 있다(웃음). 영화를 보다가 막내가 울면서 엄마에게 안겼다더라. '그래, 너희들이 재밌게 봤으면 괜찮겠다' 싶더라. 

<담보> 속 승이가 다른 작품 속 자식들과 달랐던 건 친자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가장 힘들었다. 나 또한 승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때 느낌을 살려서 연기하려 했다. 한편으론 생판 모르는 아저씨 둘이서 아이를 왜 데려오나 싶기도 하실 거다. 시나리오에 두 남자의 과거 이야기가 있었고 찍기도 했는데 편집됐다. 불만은 없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라." 


 
 영화 <담보> 관련 사진.

영화 <담보> 관련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왜 두석과 종배가 혼기를 넘기도록 결혼하지 않았는지 설명되지 않는데 성동일은 "그 부분 역시 시나리오엔 있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와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인물의 전사를 대부분 삭제한 게 지금의 결과물이었다. 성동일은 "두석 또한 엄마에게 버림받고 사채업에 뛰어든 경우였다. 영화에 나오지 않아도 그 인물의 감정은 충분히 공감하실 것"이라며 "나머지는 관객분들의 몫이다. 공감이 안 간다면 내가 연기를 잘못한 것"이라 덧붙였다.

특히 성동일은 박소이에 대한 애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연출을 맡은) 강대규 감독님이 300명 정도 오디션을 봤다던데 소이의 눈을 보고 뽑았다더라. 그 친구가 우는 장면을 볼 때마다 나 역시 안 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감정을 꾹 누르면서 가자고 했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다. 하지원 배우가 어른 승이 역을 했잖나. 같이 울었다(웃음). 찍을 때 내가 울 때마다 다시 찍고 또다시 찍고 그랬다. 다행히 소이가 원체 에너지가 넘쳤다. 아직 어려서 촬영 현장을 놀이공원으로 생각하더라. 그 나이에 알지 못하는 감정을 연기하느라 힘들었을 거다. 어른들의 정해진 상업 논리에 따라 움직여야 했으니 말이다. 

현장이 소이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도 계속 계셨는데 삼촌들이 워낙 잘해주니 소이가 엄마에게 아예 안 가더라(웃음). 강대규 감독도 소이에게 연기 지시를 할 땐 같이 울면서 해줬다." 


 
 영화 <담보>에서 두석 역을 맡은 배우 성동일.

"감독님은 감정을 꾹 누르면서 가자고 했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다. 하지원 배우가 어른 승이 역을 했잖나. 같이 울었다(웃음)." ⓒ CJ엔터테인먼트

 
현장의 즐거움

출연하는 작품마다 성동일은 동료 및 스태프들과 술을 함께 마시며 분위기를 좋게 다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담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동일은 "<탐정> 찍을 때 58회차 촬영 중 술을 67회 이상 마신 것 같은데 그걸 깨보자는 취지가 있었다"며 "주로 숙소에서 마셨는데 내 방이 곧 술집이었다"고 전했다.

"냉장고를 하나 들여놓고, 온갖 술을 넣어놨다. 제주도 사는 지인이 술을 너무 많이 보내줘서 숙소 물류 창고를 빌릴 정도였다. 단 조건이 있었다. 함께 마실 때 주사가 없어야 하고, 오전엔 같이 운동을 해야 했다. 밤에 술 마시고, 아침에 같이 뛰고, 해장한 뒤 촬영하곤 했다(웃음). 근데 내가 또 술 마시거나 자러 가지 말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희원이는 운동을 안 좋아한다고 샤워만 하고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 현장 안팎에서 성동일은 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는 "<담보>가 화려한 영화도 아니고, 거대 예산이 들어간 영화도 아닌데 이렇게 어려운 시국일 때 꼭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며 관객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IMF 사태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사건이듯 코로나19 역시 전 세계적으로 그런 사건일 것이다. 강남에 있는 어느 설렁탕집 국밥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게 국내 극장표 값인데 그 돈으로 2시간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지구를 지키거나 특출난 영웅이 나오진 않지만 따뜻함이 있는 작품인 만큼 이 시국에 필요한 영화라고 본다."
성동일 담보 김희원 바퀴달린 집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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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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