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포스터. 실제 공연은 일산 킨텍스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0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포스터. 실제 공연은 일산 킨텍스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 민트페이퍼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페스티벌 고어(Festival Goer: 페스티벌에 자주 가는 애호가)'라고 소개한다. 뮤직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은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일체감을 공유할 수 있다. 직접 참여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해방감과 쾌감이다. 그래서 지난 7년 동안, 나에게 '뮤직 페스티벌'이 없는 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록과 EDM, 가요, 재즈 등을 가리지 않았다. 페스티벌 라인업 포스터에 어떤 뮤지션이 추가되는가가 초유의 관심사였으며, 여름 휴가는 곧 록 페스티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020년, 그 모든 즐거움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리 삶의 형태를 새롭게 규정했다. 국내 가수들부터, 세계적인 팝스타에 이르기까지 투어는 일제히 중단되었다. 세계적인 공연 기획사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이 올해 2분기에 기록한 매출액은 전년 동 기간 대비 98% 감소했다. 대중음악 공연의 씨가 마른 셈이다. 한 공간에 불특정 다수의 군중이 모여 뮤지션의 공연에 환호하고, 술과 음식을 먹는 페스티벌은 비대면 시대에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지상파 뉴스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적인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 소식을 보도한다. 그러나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뮤지션은 전 세계에서도 몇 되지 않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비대면 공연은 대면 공연의 현장성을 결코 대신할 수 없다. 포스트 코로나, 더 나아가 '코로나 위드' 시대가 한동안 오래 지속될 것이라면, 코로나와 대중음악 공연은 끝까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올해 첫 대면 페스티벌 가능할까?
 
오는 24일부터 25일,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이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11일,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1단계로 조정하면서, 원칙적으로 GMF의 개최도 가능해졌다. 폴킴, 윤하, 청하, 볼빨간 사춘기, 선우정아, 김현철, 정은지, 정승환, 10cm, 스텔라장, SURL 등의 뮤지션들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의경에서 전역한 래퍼 로꼬는 2020 GMF를 자신의 복귀 무대로 삼았다. 뮤즈온 선정 아티스트인 구만(9.10000),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 선정 아티스트인 정예원 등 신예들도 만날 수 있다.
 
GMF는 '철저한 현장 방역은 물론, 다양한 현장 운영 정책 등을 통해 '코로나 시대'에도 진행할 수 있는 대면 공연의 모범적인 선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매년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되었지만, 올해는 보다 방역 방침을 준수하는 데에 용이한 일산 킨텍스 홀로 위치를 옮긴다. 올해 1월 이후 킨텍스 홀에서 많은 박람회를 진행하면서 27만 명이 방문했지만, 한 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만큼 관리가 철저하다는 점에 집중했다.
 
예정대로 24일에 오는 페스티벌이 펼쳐진다면, GMF는 올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펼쳐지는 대면 뮤직 페스티벌이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에도, 뮤지컬이나 클래식 등의 공연은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대중음악 공연은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정지 상태에 가까웠다. GMF의 성공적인 개최 여부가 더 큰 시사점을 가지는 이유다.
 
록 마니아들은 컴퓨터 앞으로 집합!
 
 비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인 2020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비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인 2020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16일, 17일에는 2020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 펼쳐진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예년처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펼쳐진다. 국카스텐, 자우림, 부활, 넬. 새소년과 킹스턴 루디스카 등 쟁쟁한 국내 밴드들이 무대에 오른다. 그들이 연주하는 동안, 무대 앞에 관중은 없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 비대면으로 진행되며, 이 공연이 그대로 실시간 스트리밍될 예정이다. 펜타포트 측에서는 사전에 신청한 관객들에 한하여, 아티스트와의 랜선 인터뷰를 계획하고 있다. 비대면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고뇌하고 있다.
 
올해는 연초 본 이베어(Bon Iver)와 퀸(Queen) & 아담 램버트(Adam Lambert) 등의 공연을 제외하면, 내한 공연이 모두 중단된 해이기도 하다. 해외 뮤지션이 한국에 방문하는 것은 불가한 상황에서, 두 팀의 해외 뮤지션이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여러 차례의 내한 공연으로 한국팬들에게 익숙한 영국 록밴드 트래비스(Travis), 그리고 미국의 포스트 메탈 밴드 데프헤븐(Deafheaven)이 그 주인공이다. 완전히 상반되는 스타일의 두 뮤지션이 각자의 하루를 담당한다.  

전 세계를 집어삼킨 전염병의 공포 가운데에서도, 삶과 예술은 계속될 것이다. 공공 방역과 즐거움, 예술가의 생존을 공존시키기 위한 인간의 노력 역시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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