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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모습.
 롯데백화점 본점 모습.
ⓒ 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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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입점하면서 모든 게 잘못되기 시작했어요."

일식 퓨전 음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A 대표는 '롯데'라는 이름을 들으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지난달 13일 <오마이뉴스> 취재진을 만난 그는 회사 매장을 롯데백화점·쇼핑몰에 입점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크나큰 실책이었다고 후회했다.

한때 평가액 300억 원을 웃돌던 그의 회사는 롯데와 인연을 맺으면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A 대표는 가맹점주로부터 '사기꾼'으로 몰려 수억 원을 물어줘야 했다. 한때 30곳이 넘었던 가맹점도 10여 곳으로 급감했다.

A 대표와 롯데 사이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은 지난 2011년 3월 롯데마트 잠실점에 처음 문을 열었다. 장사가 제법 잘되면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10곳 이상의 프랜차이즈 매장이 롯데백화점과 아웃렛, 빅마켓 등에 입점했다.

그러면서 롯데 측의 '요구'가 시작됐다. A 대표 회사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롯데 측이 지정한 사람과 계약하라고 한 것이다. 매장 계약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결정할 문제지만 A 대표는 롯데가 지정한 사람과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A 대표가 '롯데가 매장을 강탈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는 "롯데가 6곳의 매장을 강탈했다"며, 롯데백화점 구리, 수원점,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이천점 등을 피해 매장으로 지목했다. 

롯데 측 요구에 기존 계약 파기... "매장 강탈 당했다" 

이 중 롯데 측에서 일부 책임을 인정한 매장도 있다. 롯데 아울렛 이천점과 롯데백화점 수원점이다. 2014년 당시 이 두 곳에 입점한 테리야끼 매장은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의 지인인 이아무개씨가 운영하고 있었다. A 대표는 지난 2013년 기존 가맹 계약을 파기하고 이씨와 새로 입점 계약을 맺은 것은 부당한 압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신 전 대표가 횡령·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지인 이씨에 대해서도 조사가 시작되자 롯데 측에서는 이 두 곳의 매장을 다시 떠맡으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미 롯데백화점 여러 곳에서 가맹사업을 하고 있는 입장에선 롯데 측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고, 결국 이들 매장을 다시 인수했다. A 대표는 "대표이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지인에게까지 수사가 이뤄지니 롯데 측에서 꼬리자르기를 하기 위해 매장 인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 대표는 회사 자금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10억 원에 가까운 인수대금을 부담해야 했다. 게다가 당시 가맹점을 관리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매장을 떠안은 게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매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속적인 영업 손실을 입었고, 결국 이천점은 2억 원의 손실을 입고 영업을 중단했다. 수원점 역시 5억7000만 원가량의 손해를 입고 다른 사람에게 매장을 넘겼다.

A 대표는 롯데 측에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하자 그는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사건에 대한 정식 조사를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정식사건으로 접수해 심사 착수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롯데 측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롯데는 2017년 11월 A 대표에게 이천점 폐업과 관련된 합의금 명목으로 3억 원을 보상했다. A 대표가 "피해 보상이 전부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원에 50억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자, 2019년 11월 3억, 2020년 2월 10억 원의 합의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총 16억 원을 건넸다.

16억 건넨 롯데... "브랜드 이미지 실추 막기 위해" 

합의금을 줬지만 롯데는 매장 강탈 주장을 전부 인정하진 않았다. 합의금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까봐'였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이 올해 1월 법원에 낸 답변서를 보면 "신청인(A 대표)이 청구하는 손해 본질은 무리한 가맹점 확장과 소홀한 관리로 인한 영업중단 및 폐업으로 인한 손실을 피신청인(롯데)에 돌리려는 것"이라며 "신청인이 주장하는 손해 내용과 금액은 전혀 입증되지 못했으므로 그 자체로 전혀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분쟁이 계속될 경우 피신청인(롯데)의 명예와 이미지가 중대하게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신청인(A 대표)에게 위로금조로 지급하고 분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서 지급한 위로금 치고 16억 원은 꽤 큰 돈이다. 특히 "손해 내용과 금액이 전혀 입증되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한 것은 대기업 관련 분쟁에서 특이한 사례다. A 대표는 "롯데가 어떤 기업인데,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1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겠나"라고 반문했다.

현재 롯데 측은 신헌 전 대표가 관련된 매장 2건 이외에, 나머지 매장들에 대해서는 '매장을 강탈 당했다'는 주장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A 대표는 롯데 측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롯데백화점 구리점 등도 기존 가맹계약을 파기하고 롯데가 제안한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그는 "매일 같이 회사로 롯데 직원이 찾아왔다"며 "롯데 직원은 가맹계약 재개약이 어렵다, 추가 신규 매장 설립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서 집요하게 계약자 교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롯데 측이 제안한 사람은 모두 롯데 임원들과 관련된 사람"이라고 밝혔다.

먼저 계약한 기존 가맹점주들은 계약 철회에 반발해 A 대표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내기도 했다. A 대표는 소송을 무마하고,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을 위해 기존 점주들에게 수억 원을 물어줘야 했다.

팽팽하게 맞서는 주장... 법정 공방 이어질 듯

양측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A 대표가 이미 합의금을 받아놓고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에 대해 '을질'이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을'이 대기업에 대해 갑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문제가 있었던 부분도 있지만 합의가 이뤄졌고, 그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향후 법적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A 대표도 검찰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법무법인 디딤돌의 심제원 변호사는 A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강매와 강탈 모두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점주와의 계약서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점주와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사람을 입점을 시킨 것이라면 상당히 큰 문제"라고 말했다.

태그:#롯데, #롯데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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