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전시실 가득 음악이 울려 퍼진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각각의 작품마다 별도로 작곡된 글리치 음악이 흘러나오고, 한 공간 안에서 음악들이 합쳐져 또 하나의 거대한 합주곡이 된다. 오묘한 앙상블이 돋보이는 이곳은 <팬데믹 Pandemic>전이 열리고 있는 대구 중구 대구예술발전소이다.
전시의 큰 축을 이루는 글리치 음악은 돌발적인 음향적 오류나 결함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전자 음악의 한 장르이다. 이런 특색이 뜻밖에 갑자기 마주하게된 예측불가의 팬데믹 현상과 맞닿아 있다.
어쩌면 코로나19 또한 무분별한 인류의 삶이 빚어낸 오류이기에 언젠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가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13명의 작가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PROLOGUE'가 적힌 하얀 벽 옆으로 암막을 열어 젖히고 들어서자 가쁜 숨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한 여성이 집 안에서 열정적으로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 영상이 보인다. 그 옆 스크린엔 거리두기를 하고 있던 발가벗은 두 사람이 포옹을 했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한마디로 신박하다. 강렬한 첫머리에 이어서 파트1 'OUTBREAK', 파트2 'CONFUSION', 파트3 '& LOVE', 'EPILOGUE'의 구성으로 다채로운 작품들이 펼쳐진다. 어두운 곳에서 점점 밝은 곳으로 빠져나오는 듯 느껴지도록 세심하게 공간을 연출했다. 특히 파트1과 2를 잇는 '막다른 길'은 깜깜한 통로를 구불구불 따라 걷도록 설계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 전쟁이 일어나고 그 혼란과 고통의 긴 시간을 겪으며 이전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되새겨 보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다.
50여분 남짓 전시의 막바지인 'EPILOGUE'에 다다르면 관람을 정리하는 피아노 연주곡이 시작된다. 앞으로 코로나 이후의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상념에 젖게 된다.
코로나19로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고 살얼음이다. 한 편의 연극 같은 <팬데믹 Pandemic>전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11월 15일까지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회차에 따라 관람 시간과 인원 제한이 있다. 온라인 사전 예약(www.daeguartfactory.kr) 또는 전화 신청(053-430-1289)을 하고 방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