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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사용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사용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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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의 한 대형 식당업주가 관 내 한 대학교 학생들의 개인신상 정보를 무더기로 불법 취득해, 8년간이나 허위 인건비 신고에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피해자들은 개인정보 제공자를 찾아내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특정 대학 졸업생 18명 정보, 8년간 인건비 거짓신고에 도용

강릉의 유명 간장게장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013년 강원도립대학 레저스포츠학과 2학년 재학생들(2012~2013학번)의 개인신상정보 수십 건을 입수했다. 이렇게 취득된 개인정보는 자신의 사업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인건비 허위 경비처리에 이용됐다. 이같은 불법 행위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8년간 계속됐다.

이같은 사실은 이 대학 졸업생 B씨가 최근 소득 관련 서류를 홈택스로 확인하던 중, 근무한 적이 없는 업체가 자신을 일용근로자로 신고한 내역을 여러 건 발견하면서 확인됐다. B씨는 이런 내용을 같은 과 졸업생 친구들과 공유했고 그 결과 모두 18명의 피해자가 파악됐다. 심지어 군 복무 중이었는데도 일용직근무자로 신고된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에 신고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8년간 이들 명의로 지급된 내역은 한 명당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8백만 원까지였다. 확인된 금액은 모두 8천여 만원이 넘는다.

특히 업주 A씨는 지난 5월에 이같은 허위신고와 관련 졸업생 S씨로 항의를 받았지만 불법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되레 A씨는 "정정 신고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S씨와 언쟁까지 벌였다. 

당시 S씨가 '개인정보 취득 경위'를 묻자 업주 A씨는 "개인 학생 애들이 가지고 온 것을 받아 자료가 있는 것인데, 어디서 받았겠냐"고 당당하게 답했다. 이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걸 왜 자꾸 쓰시냐"는 S씨의 질문에는 "나는 쓰라고 한 적도 없는데 회계사무실에서 그 자료를 갖다 쓴 것 같다"면서 "내가 보기에는 개인정보 유출은 아니다"라고 대꾸했다. 결국 대화는 오히려 피해자가 "더 이상 문제 없게 잘 부탁드린다"며 더 주눅이 들어 사정하는 듯한 상황으로 전개되며 마무리됐다.  

S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화했을 때 업주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세무서에 가서 정정신고를 하면 된다'고 말했고,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며 실랑이까지 벌였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같은 불법이 8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데는 피해자들이 취업이나 사업을 준비 중인 경우가 많았고 또 업주가 매월 1인당 14시간을 넘지 않는 선으로 근무시간을 정한 뒤, 여러 명을 번갈아 신고했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은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제공됐고, 업주는 그것을 8년간이나 불법을 저지르는 데 사용했지만 미안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누가 제공했는지는 반드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주 "알바생이 자필로 적어 준 자료일 뿐"

업주 A씨는 지난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개인정보 취득 경로'에 대해 "그 당시(2013년도) 내가 도립대학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를 많이 썼는데, 이 중 한명에게 부탁했더니 다음날 자기 친구들 정보가 자필로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네준 학생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받았다'는 업주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업주가 제공받아 국세청 신고한 자료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까지, 개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까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유명 식당 업주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해 국세청에 신고한 원천징수부.
 유명 식당 업주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해 국세청에 신고한 원천징수부.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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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당시 학생들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의 소행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식당 업주 A씨와 당시 지도교수 C씨가 동창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피해자 측은 "당시 이렇게 많은 인원의 개인 상세정보를 누군가 부탁했다면 기억이 있을 텐데, 전혀없다"면서 "솔직히 (정보 유출자가) 학교 관계자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해 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당학과 교수 "개인정보 유출, 있을 수 없는 일" 

해당 학과 C교수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나도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잠깐 이용한 것도 아니고 무려 8년간이나 그렇게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업체와 동창이기는 하지만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수사를 의뢰한다고 하니 곧 밝혀지겠지만 아무리 친구 관계라도 개인정보를 그렇게 넘겨주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업주 A씨는 "담당 교수와 친구 관계는 맞지만 그 때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해 몇 번 부탁한 사실이 있을 뿐 다른 것은 없다 "라고 말했다.

한편 한 피해자는 <오마이뉴스>에 "담당 교수의 가족이 세무 관련 일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수 C씨는 "(가족의) 일에 대해서는 내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추가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연락이 안 되는 친구들을 파악해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또 업주 A씨를 국세청에 탈세로 신고하고,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경로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 도용으로 범행한 거라면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로 보여진다. 또 고용촉진보조금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 세무 관계자는 "이처럼 탈세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경우가 드물지는 않다"면서 "원천징수의 경우, 관할 세무서에 가서 정정신고만 하면 특별하게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죄의식을 잘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주 A씨는 "학생이 건네준 정보를 그렇게 쓴 것은 잘못했지만, 개인적으로 금전적 피해를 준것도 아니기 때문에 수정신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들 비자 문제로 급여처리가 어려워 이렇게 했을 뿐 탈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태그:#강릉, #강원도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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