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하위' KB손해보험이 개막 3연승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이상열 감독이 이끄는 KB손해보험 스타즈는 30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대한항공 점보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9-25,25-22,25-21,25-19)로 승리했다. 2010-2011 시즌을 끝으로 무려 9시즌 동안 봄 배구를 경험하지 못했던 KB손해보험은 개막 후 3경기에서 모두 승점 3점씩 따내는 선전으로 시즌 초반 단독선두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승점9점).

KB손해보험은 윙스파이커 김정호가 62.50%의 성공률로 17득점을 올렸고 수비에서도 35.90%의 리시브 점유율을 책임지며 60.71%의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 센터 김홍정도 6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7득점을 올리며 대한항공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의 초반 돌풍을 주도하는 선수는 따로 있다. 개막 후 3경기에서 평균 36.3득점을 퍼부으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말리 폭격기' 노우모리 케이타가 그 주인공이다.

V리그 지배했던 외국인 선수들
 
 시몬은 V리그에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트리플 크라운을 무려 15회나 기록했다.

시몬은 V리그에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트리플 크라운을 무려 15회나 기록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이 심한 리그다. 실제로 남자부 7개 구단, 여자부 6개 구단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각 팀의 주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 2016년(여자부는 2015년)부터 자유계약 제도를 폐지하고 드래프트 제도로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을 변경했지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특정 선수가 팀을 '하드캐리'하면서 우승을 이끈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V리그 남자부 역사에서 압도적인 활약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외국인 선수는 이 두 명이 대표적이다. 삼성화재 블루팡스에서 활약한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 MVP 2회와 챔프전 MVP 3회를 싹쓸이한 가빈 슈미트와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현 OK금융그룹 읏맨)의 신생구단 돌풍을 이끌었던 로버트 랜디 시몬이 그 주인공이다.

2009년 일본리그로 떠난 안젤코 추크의 대체 선수로 V리그에 입성한 가빈은 208cm 106kg의 좋은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미완'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하지만 압도적인 높이와 파워, 그리고 강인한 체력을 두루 겸비한 가빈은 시즌이 개막하자 그야말로 리그를 지배했다. 실제로 가빈은 2009-2010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득점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봄 배구에서 가빈의 위력은 더욱 놀라웠다. 세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 결정전 통산 21경기에 출전한 가빈은 무려 862득점을 퍼부으며 평균 41.05득점으로 봄의 코트를 완전히 지배했다. 삼성화재의 세터들은 승부처에서 노골적으로 가빈에게 공을 올렸고 상대 수비와 블로커들은 가빈이 공격을 할지 뻔히 알면서도 압도적인 높이와 파워를 자랑하는 가빈을 막지 못했다. 

애초에 한국에서 활약하는 것이 비정상(?)이었던 세계적인 공격수 시몬의 활약도 대단했다. 2014-2015 시즌 챔프전 3경기에서 70득점을 올리며 삼성화재의 9연패를 저지한 시몬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를 상대한 2015-2016 시즌 챔프전에서도 4경기에서 120득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V리그에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OK저축은행의 챔프전 2연패를 이끈 시몬은 자신의 등번호 13번을 영구결번으로 만들고 브라질리그로 이적했다.

372cm의 스파이크 높이와 젊은 나이 겸비한 '괴물'
 
 케이타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넘치는 흥으로 코트에서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선수다.

케이타는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넘치는 흥으로 코트에서 여러 가지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가 드래프트로 변경되면서 가빈이나 시몬처럼 압도적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외국인 선수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예년과 달리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B손해보험은 비디오자료와 세르비아리그 득점,서브 1위의 기록을 보고 말리 출신의 오른쪽 공격수 케이타를 1순위로 지명했다.

배구팬들은 2001년생으로 아직 만으로 20세가 채 되지 않은 케이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206cm의 좋은 신장에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운동능력을 앞세운 공격은 기대가 되는 부분이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V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케이타는 지난 7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 출전이 허용됐던 컵대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케이타는 지난 23일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팀 우리카드 위비를 상대로 국내무대에 첫 선을 보였다. 그리고 배구팬들은 이날 말리 출신의 무시무시한 고공폭격기의 등장을 목격했다. 케이타는 최고 372cm에 달하는 엄청난 스파이크 높이를 앞세워 우리카드의 코트를 휘저었고 V리그 데뷔전에서 서브득점 하나가 부족한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며 40득점을 퍼부었다. 괴물 외국인 선수의 충격적인 V리그 데뷔전이었다.

27일 한국전력 빅스톰과의 홈개막전에서도 32득점을 폭발한 케이타는 30일 지난 4번의 시즌 중 세 번이나 챔프전에 진출했던 대한항공을 상대했다. 대한항공에는 정지석과 곽승석,안드레스 비예나로 이어지는 강력한 삼각편대가 있지만 케이타의 높이를 제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케이타는 54.72%의 점유율과 58.62%의 성공률로 37득점을 기록하며 KB손해보험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제 막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케이타는 개막 후 3경기에서 176회의 공격을 시도했다. 케이타의 젊은 나이를 고려해도 지나치게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케이타에 대한 상대의 집중마크가 더욱 심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세터의 영리한 경기 운영과 다양한 공격분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괴물 외국인 선수' 케이타를 보유한 KB손해보험의 이번 시즌 목표는 이제 플레이오프 진출에서 우승으로 상향조정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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