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리 퀴리> 관련 사진.

영화 <마리 퀴리> 관련 사진. ⓒ 엔케이컨텐츠

 
새로운 방사성 원소를 발견하며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화학자 마리 퀴리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위인으로 동시에 위대한 과학자로 그를 수식하는 여러 말이 있고, 아마도 대부분은 충분히 그를 설명하는 말일 것이다. 

영화 <마리 퀴리>는 제목대로 그의 삶을 조명한다. 그만큼 극적인 삶을 살아서 영화로 만들 만한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오는 18일 개봉을 앞둔 이 영화를 본다면 십중팔구 퀴리에 대해 너무 많이 몰랐던 자신을 깨달을지도 모를 일이다.

폴란드 바르샤바 출신의 과학자인 마리는 냉전의 기운이 전 세계를 지배하기 직전 빛을 발한 인물이었다. 동시에 자신의 일과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완고한 태도와 타인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배타적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영화는 숨을 거두기 직전의 마리 퀴리의 모습을 제시하며 시작한다. 흐트러지는 눈의 초점을 다잡다가 그의 기억이 꽂힌 건 다름 아닌 청년기, 한창 혈기왕성하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남편이 될 피에르 퀴에르와 우연한 만남, 남성 중심이고 보수적인 과학자 집단에 반기를 드는 마리의 모습이 차례로 나온다. 

곱슬머리에 곧은 자세를 지닌 마리는 당대 과학자와 동료들이 꽤나 불편해하던 고집불통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공동 연구에 눈을 뜨게 되고 피에르 퀴리와 업적을 쌓게 되면서 일과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 찾아온 몇 가지 인생의 불행들이 있다. 남편과의 사별과 이웃의 편견 어린 시선을 견디는 모습에서 마리 퀴리에 대한 새로운 감흥이 일어날 만하다.

리듐 원소의 발견과 그 원소가 지닌 양면성을 인정하기까지 퀴리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아주 잠깐 행복하기는 했지"라며 되뇌는 영화 속 퀴리의 모습에서 깊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남편이 있었기에 보수적 분위기의 당대 과학계에 업적을 발표할 첫 기회를 얻었고,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 내면 갈등을 보이는 모습에서 일종의 생동감이 보인다. 영화는 무조건적으로 마리 퀴리라는 인물을 추어올리는 게 아닌, 명과 암을 동시에 제시하며 해당 인물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영화 <마리 퀴리> 관련 사진.

영화 <마리 퀴리> 관련 사진. ⓒ 엔케이컨텐츠

  
 영화 <마리 퀴리> 관련 사진.

영화 <마리 퀴리> 관련 사진. ⓒ 엔케이컨텐츠

 
마리 퀴리는 남편과 사별 후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취급받으며 모진 욕설을 듣기도 했다. 자신이 발견한 원소가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던 방사능 또한 뿜는다는 걸 인정하는데 고민하기도 했다. 두 딸과 그리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딸의 끈질긴 권유로 방사선 촬영 장비를 전쟁터로 가져가 군인의 치료를 돕기도 했다.

이런 서사성과 별개로 <마리 퀴리>는 컴퓨터 그래픽과 엠비언스 계열의 음악을 적절히 사용해 일종의 과학 SF같은 분위기를 품기도 했다. 러시아 출신 음악감독 에브게니 갈페리네의 감각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또한 영화 중후반부 마리 퀴리가 본 환상장면 또한 해당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본 히로시마, 러시아 체르노빌의 방사능 폭발 현장을 찾는 마리 퀴리의 영혼은 관객들에게 묘한 감정을 선사할 것이다.

한줄평: 우리가 몰랐던 마리 퀴리의 온전한 모습들
평점: ★★★☆(3.5/5)

 
영화 <마리 퀴리> 관련 정보

원제: RADIOACTIVE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
출연: 로자먼드 파이크, 샘 라일리, 안야 테일러 조이
수입: ㈜엔케이컨텐츠
배급: ㈜디스테이션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0분
개봉: 2020년 11월 18일
 






 
마리 퀴리 원자력발전소 퀴리 워킹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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