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낙엽공으로 피구를 하는 아이들
 낙엽공으로 피구를 하는 아이들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만추의 산은 걷기만 해도 행복하다. 그 행복한 숲에서 아이들과 예쁘게 물든 나뭇잎을 주제로 수업했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숲을 한 바퀴 둘러봤다. 시간에 맞춰 내려가니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렸다. 아이들도 나만큼 들떠 있었다. 

가을 숲으로 들어가기 전 아이들에게 간단히 단풍의 원리를 설명했다. 봄·여름 초록색인 엽록소로 잎이 초록색이었는데, 이 엽록소는 추운 걸 싫어해서 조금만 추워져도 사라지고 그 뒤에 꼭꼭 숨어있던 빨간색, 노란색 색깔들이 "짠" 하고 나오는 거라고, 그 예쁜 잎들을 나무가 계속 달고 있으면 겨울에 얼어 죽을지도 몰라 나무는 눈물을 머금고 나뭇잎들을 떨어뜨리며 봄을 기약한다고 아주 간단히 이야기해 주고 숲으로 들어갔다. 

나뭇잎들은 요즘 정말 예쁘다. 우리는 그 예쁜 나뭇잎 중 더 예쁜 나뭇잎을 주우며 숲으로 향했다. 숲에는 또 다른 장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의 바람에도 잎들은 나비처럼 춤을 췄다. 멈췄던 바람이 다시 불면 또 다른 나비들이 숲에서 춤을 췄다. 그럼 우리는 무엇에 홀린 듯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아 손에 꼭 쥐고서 소원을 빌었다.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학원 숙제가 없어지게 해주세요, 엄마 아빠가 게임기를 사주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곤충들은 왜 안보여요?" 이 시기가 되면 곤충들도 겨울준비를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곤충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우리 앞에 흰나비 한 쌍이 춤을 추며 날아다녔다. '나비야, 나비야' 노래가 절로 나왔다. 우리는 또다시 그 나비들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서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던 나비들이 우리 곁을 떠나고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과 함께 만든 가을 나뭇잎 작품들
 아이들과 함께 만든 가을 나뭇잎 작품들
ⓒ 용인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대장이 수업 장소를 정하고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주워 온 나뭇잎들로 나뭇잎 동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나뭇잎을 가위로 오려 모양을 만들고, 눈 스티커를 붙여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 끈을 달아 가방에 자신들의 나뭇잎 동물을 매달고 우리는 다음 수업 장소로 향했다.

오늘은 노란 은행잎이 많이 떨어진 곳에서 놀기로 했다. 밧줄로 자신들이 꾸밀 모양을 만들고 그 안을 나뭇잎으로 채우기로 했다. 팀은 당연한 듯 남자, 여자로 나뉘어졌다.

남자팀은 밧줄로 마름모꼴을, 여자팀은 바나나 모양을 만들었다. 남자팀은 노란 은행잎을 모아 메우기 시작했다. 여자팀은 노란 은행잎을 엄격한 기준으로 고르기 시작했다. 남자팀은 저 멀리 가서 양버즘나무의 큰 잎들도 가져오기 시작했다. 남자팀의 마름모꼴은 숫사자로 변신했다. 여자팀의 작업은 느리기만 했다. 작업을 끝낸 여자팀도 노란 은행잎을 고르기 시작했다. 여자팀의 엄격한 기준에 합격한 은행잎만이 바나나 메우기에 사용될 수 있었다. 드디어 완성!

자, 이제 온몸을 이용해 놀 시간이다. 나뭇잎 동물을 만들고 남았던 낙엽들을 양파망에 넣어 만든 피구공으로 피구를 시작했다. 팀은 다시 남자팀, 여자팀으로 나눠지고, 첫판은 남자팀이 승리했다. 이 구성으로는 여자팀의 1승은 너무 어려워 보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여자팀에 합류하고 겨우 1승을 따냈다.

다시 결승전이 시작됐다. 대단하다. 남자팀! 한 명이 더 많은 여자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음 달에는 팀을 다르게 짜셔 시합하기로 하고 놀았던 흔적을 지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 내내 남자아이들은 자신들의 승리가 태권도 학원을 오래 다녀서 그렇다며 재잘거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