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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동을 한다.
 나는 운동을 한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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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은 9시까지. 실제 출근은 8시 30분. 집에서 나가는 시간 7시 30분. 준비 시작 시간 6시 30분. 그리고 5시 30분, 나는 운동을 한다.

아침에 운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을 본래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저녁에 운동을 할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직을 하면서 직장이 멀어졌고 일에 쏟는 에너지도 늘어나 신체적, 심리적 여유가 줄어들었다. 

운동을 안 하는 선택지는 애초에 없었다. 땀을 흘리지 않으면 축적된 스트레스가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기에. 하루 24시간 어느 때에는 무조건 몸을 괴롭히고 땀을 흘려야 했다. 

그렇게 아침 운동이 시작됐다. 하루 중 어디에도 끼워 넣을 수 없는 운동 시간을, 그냥 만들어내기로 한 것. 기상 시간은 1시간 당겨졌고 대신 1시간의 운동 시간을 확보했다. 

일찍 일어난다는 것자체에 부담은 없었다. 잠 욕심이 없는 편이기도 했지만, '남들보다' 일찍 일어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아침이 생각보다 더 상쾌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간에 뭔가를 생산하거나 돈을 버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몸을 하루 종일 혹사시키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예열시킨다는 게 괜찮은 위안이 됐다. 

'무아지경 타임' 보내면, 1시간은 순삭

운동은 땀을 흘리고 숨이 가쁠 정도로만 한다. 아침부터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건 쉬운 게 아니므로 천천히 멀티 버피테스트를 시행한다. 10~15분이면 충분히 몸이 데워진다. 

그다음엔 하고 싶은 운동을 하면 되는데 나는 보통 코어나 하체 운동에 집중한다. 핸드 플랭크, 앨보우 플랭크를 섞어서 5분 정도 시행해도 좋고, 스쿼트나 런지 또는 맨몸 데드리프트도 좋다. 상체도 운동하고 싶은 날에 스쿼트와 숄더 프레스를 섞기도 한다. 

이도 저도 안 당긴다 싶은 날에는 유튜브를 켜서 댄스 다이어트를 검색해 아무 동영상이나 무조건 따라 한다. 어쩜 그렇게들 열정이 넘치는지 넋 놓고 따라 하다 보면 땀 빼는 건 일도 아니다.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 모를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1시간이 훌쩍 가있다. 그냥 눈을 떴으면 그렇게 하기 싫을 샤워도 자연스럽게 구미가 당긴다. 

유튜브에 아침 운동을 검색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듯이 유혹한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니, 업무 능력도 향상되고,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고 블라블라. 

그게 다 사실인지는 확인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나의 경우 아침 운동이 인생까지 바꿔주진 못했다. 아침에 운동을 해도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구두 굽이 나가기도 하고, 누군가 나를 밀치기도 하고, 만원 버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아침은 언제나처럼 괴롭고 정신없으며 퇴근은 언제나처럼 피곤하고 죽을 것 같다. 내가 아침 운동하고 나왔다고 상사가 구박을 안 하는 것도 아니며, 내 성과가 자동으로 수직 상승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게 있다면 일상에 탄력이 붙는다는 거다. 도움닫기를 하지 않고 멀리 뛰려고 하면 그 사람의 실력이 어떠하든 결과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도움닫기를 열심히 하면, 실력이 나쁜 사람이 갑자기 실력이 좋은 사람을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본인 평소 실력을 십분 발휘하는 건 가능해진다.

하루를 정성스레 시작한다는 것

아침 운동도 마찬가지다. 아침 운동을 한다고 해서 내 안에 없던 무언가가 솟구치거나 갑자기 내가 존경하는 롤모델처럼 살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안에 있던 무언가를 끌어내는 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몸이 데워졌으니 몸이 신속, 정확하게 움직인다.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게 되고 사소하게 다치거나 아픈 일도 줄어든다. 이것만 하더라도 삶의 질이 조금은 높아지는 효과를 본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잠에서 깬 멍한 상태로 운동을 수행하려고 하면 정신을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한 동작, 한 동작에 집중하고 영상 속 인물을 잘 모방하기 위해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아침 운동은 보통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진행되므로 마음을 다잡고 감정을 추스르는 명상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일종의 예방접종을 맞는 거다. 직장에 갔을 때 필요한 집중력, 관찰력, 자제력을 잘 발휘하기 위해 미리 꺼내놓는 것이다. 이렇게 도움닫기를 해놓으면 당연히 본격적으로 뛸 때 더 잘 뛰게 된다.

아침 운동은 여러분의 인생을 바꿔주지 않는다. 아침 운동은 누군가를 위대하게 만들거나 부자로 만드는 힘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여러분을 여러분답게 만들 수 있다.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여러분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잘하게 만들어준다. 인생을 바꿔주진 못해도 일상에서 작은 성취를 하게 만들고 작은 실수를 줄이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글이 여러분을 내일부터 운동하게 만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평소보다 한 시간 앞당긴 모닝콜을 맞추고, 내일 아침에 뭉그적거리더라도 일단 눈이라도 뜨면, 모레는 이부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고 일주일 뒤에는 매트를 깔 수 있게 될 것이다. 인생을 바꾸겠다는 거대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하루를 정성스럽게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했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만족스러워지길 바란다. 

태그:#운동, #습관, #자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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