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은 그간 주식에 관심이 없었던 2030세대로 하여금 주식 열풍에 빠지게 하였다. 2030세대 100명 중 54%가 주식을 하고 있고, 그 중 90%가 올해 주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tvN Shift 2020- 2030부의 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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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주식을 굿즈로 사는 세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풍경이 변화했다. 점심 시간이 되자마자 제일 먼저 할 일은 식당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전 주식 장의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점심 식사 후 차 한 잔을 놓고 나누는 이야기도 대부분 주식 투자 관련이다. 대부분이 우리나라든 해외든 주식 투자를 하고 있기에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는 어색한 주제가 아니다. 

대학생이라고 다를까. 수업 시간에 주식을 못팔아 '물렸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주식 관련 스터디 모임을 하고 몇십만 원에서부터 연습 삼아 주식을 시작하는 '주린이'들이 대학 캠퍼스에선 더이상 낯설지 않다.

6년 전 대학을 중퇴한 후 단돈 200만 원으로 시작해 1억 2천을 마련한 주식 투자 크리에이터 종현씨, 종현씨의 여자 친구는 한때 오늘을 행복하게 살자는 욜로 족이었지만 종현씨를 만난 후 신용카드부터 잘랐다. 데이트도 투자와 수익이 날 상가를 찾아보며 하는 이들 커플, 그런 덕분인지 그간 저축한 돈에 대출을 얹어 신혼집을 장만했다.

더는 부모님 세대처럼 주식으로 패가망신을 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세대. 그들에게 주식은 주도면밀한 '생존 전략'이다. 금융 투자 전문가 존리는 코로나19와 함께 등장한 젊은 세대의 주식 투자 열풍 현상에 대해 고통으로 인한 인식의 변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코로나19로 생긴 우리 삶의 변화를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고, 혹시나 인생에서 놓치는 것이 없는가라는 '성찰'이 주된 관심사 '돈'에 대한 열망으로 귀결되며 주식 투자 열풍을 낳았다는 것이다. 

작년에서 올해로 이어지며 20대의 일자리가 20만 개 줄었다. 30대의 일자리는 29만 개가 줄었다. 저성장 시대 삶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평생 직장은 사라지게 되고 그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실직 불안에 떤다.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의 격차는 커졌다.

선택의 차이가 너무도 다른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는19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더욱 증폭시켰다.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평가에 82%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세대. 근로 소득만으로 부를 축적할 수 없다고 88%가 대답하는 세대. 젊은 세대는 혹시나 그들에게 닥칠 극단적 궁핍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절박하게 주식에 뛰어든 것이다. 상대적으로 평등한 정보에 따른 해석 능력에 따라 부가 주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젊은 세대로 하여금 일확천금의 꿈을 꾸도록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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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버지리라도 마다하지 않는 투자

자칭 '오창의 존리'라는 김재용씨는 퇴근하자 마자 주식 마감장을 확인한다. 이제 주식 투자 7개월 차, 2000만 원을 대출 받아 투자하여 4500만 원을 만든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매달 200만 원 정도 씩 투자하는 그는 매번 이익을 보지는 못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상향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투자에 올인한다. 5000만 원이 모이면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사겠다는 그는 부족한 자금은 대출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한다. 성공적으로 임대를 한다면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낼 것이란다. 

주식 투자 15년 만에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전인구씨는 구독자 24만 주식 관련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에게 오는 상담 메일 중 상당수가 돈을 잃었다는 내용인데 그 중에서는 20~30대가 제일 많단다. 마이너스 통장은 물론, 카드론, 현금 서비스를 받아서 주식에 '몰빵' 했다가 날렸는데 어떻게 하면 원금을 회복할 수 있냐는 내용들이다. 

올 한 해 신용대출만 13.2조 원,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30대가 가장 많았고, 20대도 많았다. 100조에 이르는 주식 시장에 도는 자금 중 10~20%가 이른바 '빚투'이다. 대출은 너무 쉽다. 젊은이들은 비상금 대출을 받아 주식을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 역시 회사에서 해주는 대출을 받는다. 과연 빚투는 승산이 있을까?

주식만이 아니다. 이른바 '영끌'(영혼을 끌어모아서)해서 집을 마련하겠다는 이들 중 젊은 층이 61.5%에 이른다. 실제 주택 담보 대출 이용의 44%는 20~30대이다. 과도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짊어진 빚의 무게를,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해 주식투자로 메꿔보겠다는 세대. 아파트 값이 평균 10억 이상이 된 시대, 여전히 부동산은 손해보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에 저당 잡힌 젊은 세대의 어깨가 무겁다. 

젊은 세대들은 왜 '돈'을 모으기 위해 자신을 던질까. 그들은 말한다. 돈 때문에 선택이 바뀌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인색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돈은 불행을 막아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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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환불해 주세요

하지만 36년 주식투자 경력의 이원기씨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지금은 비교적 수익률을 올리기 쉬운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과잉 자신감을 가질 우려가 크다고 경고한다.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지난 36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른바 우량주라는 주식이 -30%, -50%, 심지어 -80%가 되버린 경우가 200개도 넘는 반면, 엄청난 수익을 낸 경우는 20개에 불과했다고 우려한다. 

스마트한 소수가 이익을 보고 평범한 다수가 손해를 보는 게 주식 투자의 구조라고 정의한 이원기씨는 주식을 마치 전자 오락이나 모바일 게임처럼 희화화하는 경향을 우려한다. 동학 개미·따상 등의 감각적인 단어가 붐을 일으켜 사람들을 주식으로 끌어모으는 호객 행위와도 같다며 냉철하고 차가운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고 아쉬워한다. 

존리 역시 오른 것만 보고 투자하는 근시안적 안목을 우려한다. 200만 원을 투자해서 50만 원을 벌면, 2억을 투자하면 50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인간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 박영미씨는 빅히트 주식이 떨어지자 환불 소동이 벌어지는 데서 보여지는 젊은 층의 주식 자체에 대한 짧은 지식을 우려한다. 

가계 대출 사상 최대, 경제적 불평등을 상징하는 피케티 지수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젊은 층은 이런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경제 전선에 자신을 던진다. 밀레니얼 세대는 마치 게임 인벤토리 리스트처럼 직장도, 수익도, 그리고 기초 자산도 필수라 여긴다. 

하지만 이런 브레이크 없는 고속 열차 같은 한국 경제 상황은 '버블'의 우려를 낳는다. 고려대 강성진 교수는 현재는 재정 적자로 인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지출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고 재정이 줄어들어 거품이 꺼지면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의 파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강조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영혼을 끌어모아' 투자하고 집을 사지만, 그런 방식이 외려 젊음의 시간을 담보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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