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리카락> 관련 이미지.

영화 <머리카락> 관련 이미지. ⓒ 스튜디오 파동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며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사람, 특히 남자들은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며 강렬하게 저항했다. 짧고 단정한 머리는 남성을, 길고 고운 긴 머리는 여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이미지가 되기까지 이제 1세기 정도가 지났을 뿐이지만 짧은 머리를 고수하는 여성들에 대한 시선이 유독 따갑다.

다큐멘터리 <머리카락>은 제목 그대로 머리카락에 대한 이야기다. 정확히는 짧은 머리를 고수하고 화장을 지운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다. '탈코르셋 운동', 즉 여성이라면 응당 해야만 하는 걸로 여겨지고 은근히 강요돼 온 꾸밈 노동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연대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주다. 

시작부터 여러 인터뷰이가 등장한다. 유명 유튜버, 현업 배우와 여성학자, 그리고 사회초년생이자 여성주의 운동가 등이 머리카락과 관련한 각자의 생각과 사연을 전한다. 왜 짧은 머리를 하게 됐는지부터 이러한 탈코르셋 운동이 갖는 의미를 개인적 차원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영화 <머리카락> 관련 이미지.

영화 <머리카락> 관련 이미지. ⓒ 스튜디오 파동

  
 영화 <머리카락> 관련 이미지.

영화 <머리카락> 관련 이미지. ⓒ 스튜디오 파동

 
언제부턴가 페미니즘은 우리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 특히 성별 갈등의 중심에 선 것처럼 묘사되고 설명되는 게 사실이다. 일각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지만 20대와 10대로까지 넘어가면 꽤나 의식적인 갈등 양상이 포착되는 것도 사실이다. <머리카락>의 연출을 맡은 이미해 감독은 "의식조차 하고 있지 못했던 여성혐오의 실체를 밝히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만큼 사회화 과정, 교육 과정에서 남녀를 떠나 성별에 고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우리네 모습을 돌아볼 기회를 이 영화가 제공하는 셈이다.

머리카락은 한 사람의 분위기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신체 일부다. 길이와 모양, 색깔에 따라 인상과 분위기가 확연하게 바뀐다. 그만큼 여성에게 투영된 왜곡된 성적 판타지와 이미지를 드러내기에 좋은 수단일 수 있다. 영화는 그 부분을 잘 포착해서 여성 스스로의 생각과 주장을 나열한다.

영화에 등장한 인터뷰이들은 저마다 페미니즘의 방향성을 고민하거나 왜곡에 대해 우려한다.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했다가도 여러 이유로 그만둔 사연도 등장한다. 그만큼 여전히 이 운동이 한국사회에서 여러 도전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긴 머리의 여성이 단발로 자르려 할 때마다 듣는 '단발병'이라는 단어 조차에도 일부 편협한 시선이 담겨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가 내는 목소리와 등장인물의 진정성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만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점에서 살펴보면 구성 방식이 아쉬운 편이다. 인터뷰 나열과 주장 제시의 평면적 구성이 아닌 좀 더 해당 주제를 세련되고 많은 이들이 공감 가능할 수 있는 구성을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운동의 당위성과 명분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의 공감대가 필요한 게 현재 페미니즘 운동의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한줄평: 미처 몰랐거나 인정하지 않았던 머리카락 운동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다
평점: ★★★(3/5)  

 
영화 <머리카락> 관련 정보

감독: 이미해
출연: 김예나, 윤김지영, 숲이아, 이민경, 한국여자, 혼삶비결 등
제작: 스튜디오 파동
배급: 다자인 소프트, 영화사 목영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61분
개봉: 2020년 12월 10일
 

 
머리카락 페미니즘 단발 장발 여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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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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