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어도 외롭다. 같은 곳을 보고있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이미 마음이 멀어진 커플이나 부부에게나 흔히 볼수 있는 모습이다. 때로는 혼자 남겨질 때의 외로움보다 오히려 함께할 때 감당해야 할 괴로움이 더 크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하는 순간이 있다. 과거 이혼이 인생의 실패를 의미했다면, 오늘날의 이혼은 끝이 아닌, 다음 챕터를 향한 새로운 출발의 시작일 뿐이다.

이미 각자의 길을 가기로 선택한 이혼 부부들을 뒤늦게 재회시키는 것이 과연 서로를 위하여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와서 그들은 서로의 지난 과거를 포용하고 받아들일수 있을까.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의 한 장면. ⓒ tv조선

 
리얼리티 반영이라는 트렌드

<우리 이혼했어요>는 바로 이러한 화제성과 의구심을 동시에 안고 출발했다. 이혼한 연예인-셀럽 부부가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생활해보는 모습을 관찰하며, 이혼 후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최초의 이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서. 실제 이혼 부부인 선우은숙-이영하, 최고기-유깻잎등이 등장해, 자신들의 개인사와 이혼 스토리를 가감 없이 공개하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며 시청률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예능의 트렌드는 갈수록 스토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를 더 강조한다는 점이다. 넘쳐나는 관찰예능에서 차별화를 가르는 요소는 출연자의 개인사와 감정선에서 나오는 화제성이다. <연애의 맛>처럼 출연자의 소개팅이 실제 연애를 거쳐 결혼으로까지 이어지고, <아내의 맛>처럼 육아나 경제 관념, 고부갈등의 문제로 실제 부부싸움까지 벌어지는 모습이 그대로 화면에 담긴다. 이러한 리얼리티를 과도하게 강조하는 과정에서 출연자에 대한 악플이나 선정적인 악마의 편집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우이혼>는 리얼리티 예능이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 속성을 가장 극대화한 포맷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의 대화나 행동이 제작진이 개입하거나 포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혼 부부들의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출연자들은 자신의 아픈 과거와 마주하고 개인사를 숨김 없이 공개해야한다. 그렇기에 자칫하면 유명인의 개인사를 자극적으로 다루는 '가십'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오히려 출연자들의 사정과 현실에 더욱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우이혼>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남녀가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 타이밍과 환경이라는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돌아보게 한다. 오랜만에 재회한 이영하와 선우은숙의 1차 여행에서 두 사람간의 속깊은 대화는 번번이 타이밍이 엇갈린다. 두 사람 모두 지난날의 오해를 풀고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정도 같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하늘과 땅차이다. 자신이 왜 상처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과정을 이야기하고 공감을 필요로 하는 선우은숙에게, 이영하는 오직 이해와 용서라는 결론에 무조건 직행하려고만 한다.

생애 한번뿐인 신혼여행때 친구를 데려왔던 일화, 선우은숙을 힘들게했던 연예인 동료와 친분을 유지했던 이유 등에 대하여, 대화에 서툰 이영하는 불편한 화제를 어떻게든 회피하려거나 지나간 세월로 적당히 얼버무리려고만 한다. 이혼을 하고도 여전히 과거의 상처에 매여있는 선우은숙, 뒤늦게 사과는 하지만 첫 여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상대의 상처에 진심으로 공감했는지는 의문부호만 남긴 이영하 모두, 겉돌기만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시청자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두 번째 커플인 최고기와 유깻잎은 이혼한지 불과 7개월밖에 되지않은 이혼 초보 커플이다. 신세대답게 에피소드 초반부, 이혼한 사이임에도 서로를 스스럼 없이 대하고 농담을 주고받는 쿨한 모습도 보여주지만, 차츰 밝혀지는 일화에서는 그들도 결혼이라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영하와 선우은숙의 이야기가 두 사람간의 관계에 집중됐다면, 최고기-유깻잎의 에피소드에는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가 갈등의 주된 화두로 등장한다. 최고기는 "우리의 부부싸움은 70%는 가족들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고백한다.

첫회부터 최고기의 부친은 손녀가 보는 앞에서 엄마이자 전 며느리에 대하여 좋지않은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최고기는 "아버지가 표현이 서툴렀다"고 에둘러 표현하지만 유깻잎은 "그렇게 생각 안한다. 말 못하는 것은 서툴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은 감정이 서툴러서 하는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 안한다"라고 반박한다. 또한 최고기는 친누나와도 최근 연락을 끊었다고 고백하며 부부생활을 하는 동안 두 사람 모두 가족들과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최고기와 유깻잎은 이혼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딸인 솔잎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최고기가 양육을 맡고 있는 가운데 세 가족은 7개월만에 완전체가 되어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두 사람은 각자 엄마, 아빠로써 최선을 다하며 육아를 매개로 과거 결혼 시절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서로에 대하여 공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불과 며칠간의 짧은 재회가 이혼 부부들이 오랜 세월 묵혀온 앙금을 한 순간에 지워줄수는 없다. 방송은 각 커플들이 여전히 서로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이 말끔히 풀리지 않은상황에서도, 정해진 시간이 끝나고 다시 각자의 길을 향하여 나아가야만하는 열린 결말을 보여준다.

이어진 다음 예고편에서 이영하와 선우은숙은 두 번째 여행을 통하여 한결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고, 5년전 이혼했다는 모델 출신 박재훈과 박혜영 전 부부가 새로운 출연자로 등장한다. 지나간 과거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출연자들은 이제 막 한 걸음을 전진했다고 볼수 있다.

방송 직후 출연자들 이름은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높은 화제만큼이나 일부 누리꾼들의 무분별한 악플과 비난도 비례하고 있다. 방송에 비친 단편적인 장면만으로 그들의 지난 삶을, 현재의 관계를, 앞으로의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다. 더구나 연예인이 아닌 그들의 가족인 일반인들도 관련된 부분이기에 성급한 추측이나 비난은 좀더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이혼>은 서로 다른 개성과 가치관을 지닌 인물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지만, 여기서 그려지는 이혼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더 나은 찾기 인생을 위한 '하나의 선택'이라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혼부부의 사정을 흑백으로 갈라 편을 나누다보면 남는 것은 결국 자극적인 가십에 매몰되는 결과 뿐이다.

방송은 이혼한 부부들을 초라하게 그리기보다는 다시 자신만의 삶의 행복을 찾아가고 싶어하는 의지를 부각시킨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간의 관계가 어떻게 지나간 상처를 딛고 성숙하게 나아갈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출연자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과거의 상처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대화할수 있는 것도, 어쩌면 이혼이라는 거리두기를 통하여 스스로의 인생과 상대를 좀더 여유롭게 돌아볼수 있는 깊이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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