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우먼 1984> 관련 이미지.

영화 <원더우먼 1984>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국 그래픽 노블 산업을 이끄는 양대 산맥이자 역사로 보면 마블 코믹스보다 선배 격인 DC 코믹스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된 걸까. 3년 만에 등장한 <원더우먼>의 속편 <원더우먼 1984>는 결과적으로 인류애와 가족이 강조된 휴먼드라마 성격이 짙었다.

제목대로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1980년대다. 미국과 소련 간 냉전, 석유 산업으로 신흥 강국으로 발돋움 중인 중동의 몇몇 국가들이 등장하며 그 시공간을 살아가는 다이애나(갤 감독)의 시점으로 주요 사건이 진행된다. 

1편의 시대적 배경인 1차 세계 대전으로부터 약 70년이 지난 시대, 그중에서도 왜 1984년이었을까. 영화 제작 단계부터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 언급된 설들처럼 원작 만화에선 원더우먼이 배트맨과 슈퍼맨의 격돌 때까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1984년 속 원더우먼은 있을 수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결국 제작진은 이 작품을 일종의 외적 격으로 삼으며 해당 시기를 확정했다. 

<원더우먼 1984>의 주요 악당은 한 벤처 사업가인 맥스웰 로드(페드로 파스칼)다. 유전을 찾는다는 걸 빌미로 여러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그는 한 박물관에 자신이 오랫동안 찾아다닌 고대의 유물이 보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고고학자로 해당 박물관에서 근무하던 다이애나는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새로 들어오게 된 학자 바바라(크리스틴 위그)가 로드의 유혹에 빠져 해당 유물을 넘기게 된다.

각종 위기가 이 유물로부터 비롯된다. 간절한 하나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해당 유물로 인해 로드는 물론, 주변인들이 모두 괴물이 되어 간다. 다이애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오래전 상실한 옛사랑을 그리워한 나머지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의 환생을 바라고, 실제로 그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며 여러 일이 꼬인다.
 
 영화 <원더우먼 1984> 관련 이미지.

영화 <원더우먼 1984>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원더우먼 1984> 관련 이미지.

영화 <원더우먼 1984>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부와 권력, 힘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은 과연 본능적인 것일까. 영화는 로드라는 캐릭터를 통해 누구에게나 잠재해 있을 법한 말초적 욕망의 본질을 건드린다. 다이애나를 포함한 주요 캐릭터들이 위기에 빠지거나 급변하는 상황을 맞는 것도 바로 욕망 때문이다. 세상 친절하고 상냥했던 바바라가 원더우먼에 대적하는 치타로 변하게 된 것도, 아들 바라기였으나 못난 아빠가 되기 싫었던 로드가 전 세계를 멸망의 위기에 빠뜨린 것도 같은 이유다.

큰 줄기에서 이 영화는 히어로물의 전형적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위기에 빠진 인류와 그것을 구하려는 히어로의 고군분투인데 최근 히어로물의 흐름 중 하나인 일반인들의 조력을 제시하는 모양새다. <원더우먼> 시리즈에서 특히 강조해 왔던 진실이라는 덕목이 이번 작품에서도 강조된다. 욕망을 포기하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지만 이뤄졌던 소원은 물거품이 된다. 과연 사람들은 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대로 <원더우먼 1984>는 소설가 조지 오웰의 < 1984 > 속 설정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끝나지 않는 전쟁, 그리고 텔레스크린을 통한 세계 시민의 감시 등. 악당이 된 로드가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 바로 전파와 텔레스크린이다. 영화 초반 한 대형 쇼핑몰에서 벌어진 강도 사건을 원더우먼이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CCTV부터 파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상징적인 설정들이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데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딱 들어맞진 않는다. 아무래도 원더우먼의 사랑, 악당이 된 보통의 사람들의 각성, 전형적인 히어로물 요소를 한데 버무리려 했기에 나온 결과가 아닐까 싶다. 마블 코믹스 기반 영화들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했던 DC 코믹스다. 2017년 <원더우먼>이 나름 흥행하며 반격의 기회를 잡았는데 속편은 그에 다소 못 미치는 완성도다. 또 국내 일부 상업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신파적 요소가 강조된 것도 다소 의외다. 

그럼에도 코로나 19 상황에서 맞는 이번 연말에 어떤 희망, 그리고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블록버스터성이 그립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한줄평: 묵직한 상징들 사이에서 분투한 원더우먼, 그 자체로 볼 만하다
평점: ★★★☆(3.5/5)

 
영화 <원더우먼 1984> 관련 정보

감독: 패티 젠킨스
출연: 갤 가돗, 크리스 파인, 크리스틴 위그, 페드로 파스칼 등
수입 및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러닝타임: 151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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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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