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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정홍영 리멤버 희망버스 집행위원장, 서영섭 신부,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한진중공업 김진숙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22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정홍영 리멤버 희망버스 집행위원장, 서영섭 신부,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송경동 시인 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한진중공업 김진숙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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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숙 언니, 언니에게 진 빚 갚으려 사람들이 모입니다(http://omn.kr/1qxno)
노동변호사가 대통령이지만... 당신은 여전히 해고자(http://omn.kr/1qzkf)
③ 깡마른 여자 김진숙, 눈물이 앞을 가린다(http://omn.kr/1r1u9)

2020년 12월 19일 토요일 오전 7시 서울·양평·남양주에서 김진숙씨의 복직을 위해 마음을 모아 부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내려가는 차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새벽 겨울 공기의 찬 무게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기억을 하나 둘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전노협에서 일할 당시를 회고하면서 박창수 열사 투쟁을 떠올리며 목이 메는 분, 김진숙씨와 20대를 부산에서 함께 보냈다며 자신을 한 눈 팔지 않고 살게 해 준 친구라고 이야기해주신 분,  4대 강 사업 투쟁 때 끝까지 땅을 지키고 싶었던 농부는 여전히 해고 노동자이며 다시 노동자로 돌아가고 싶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그 마음을 알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녹색당 당원이며 김진숙은 우리 삶의 나침반이었고, 아직도 복직하지 못한 김진숙을 생각하면 목이 메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한진중공업에 도착해 3번째 순서 시민사회 대표의 한 사람으로, 녹색당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타문식에 함께했습니다. 굳게 닫힌 한진중공업의 문을 두드리는 그 순간에는 몰랐습니다. 나무의 무게에 눌려 징소리에 맞춰 놓치지 않고 문을 치기 위해 신경을 쓰다 보니 타문식의 문장 하나하나가 얼마나 절절한지를요. 집으로 돌아와 타문식의 문장을 읽는데 눈물이 납니다.

1년 : 해운대 백사장 열다섯 소녀 노동자의 꿈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2년 : 열일곱 버스 안내양 미싱공의 꿈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3년 : 스물하나 대한민국 최초 여성 용접공의 금의환향 소망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33년 : 인간해방, 노동해방의 염원을 담아 이 문을 칩니다.
34년 : 개발의 잔인함을 넘어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세계를 기원하며 이 문을 칩니다.
35년 : 우리 모두의 동지, 김진숙의 쾌유와 복직을 염원하는 2020 리멤버 희망버스 마음을 담아 마지막 문을 칩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소녀 노동자의 삶도, 버스 안내양·미싱공·용접공의 삶도 살아보지 못한 저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노동자임을 알 수 있게 안내하신 분이 김진숙씨입니다.

희망차는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노동자들이 해고되지 않는 세상과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 모여 2020년 12월 31일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김진숙 복직과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지 집으로 돌아와 고민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투쟁 장소로 선택하는 곳은 땅이 아닌 하늘에 닿아 있는 곳이었고 살기 위해 곡기를 끊고 단식을 합니다. 

김진숙씨는 녹색당이 창당한 이후 "내가 살고 싶었던 세상, 내가 단 하루라도 살고 싶었던 세상을 녹색당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녹색당에 대한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생태 감수성이 남다른 노동 운동가의 면모를 지닌 분입니다.

85호 크레인에서 309일 만에 내려오던 날, 가장 먼저 내려온 것은 김진숙씨가 키우던 작은 상자였습니다. 그곳에는 방울토마토와 상추, 치커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일선에서 은퇴하면 녹색당에 가입하고 텃밭을 가꾸고 있을 자신을 상상한다고 하셨습니다.

건강해지시면 마음 편히 흙 밟으며 텃밭을 가꾸고 싶은 꿈을 이루시면 좋겠습니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 그 밭에서 난 채소들로 맛있는 밥상을 차려 함께 마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 여름의 만찬을 생각하며 즐겁게 지금은 단식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리의 이런 간절한 마음이 모두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 12월 31일이면 김진숙 지도위원은 정년을 맞이합니다. 함께해주십시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성미선

태그:#김진숙, #복직, #희망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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