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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표결을 몇 시간 앞두고,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유시민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부진하게 출범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지금까지 가장 우호적인 언론환경속에서도 초기부터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유력신문들이 참여정부때처럼 썼으면 이명박 정부는 50%지지도도 못지켰을 것"이라며 "그 방향이 타당하든 아니든 국민이 힘을 몰아줘서 출범한 정부가 이렇게 시작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나 한승수 총리지명에 대해 "통과되면 추진력을 인정받아 좋고, 부결되면 '발목잡기론'으로 총선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정략적 발상으로 꽃놀이패를 던진 것"이라면서 "그 정략은 성공했지만, 전형적으로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불리함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운영에 정략적으로 임하고 있고, 내각 구성에서 교만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에게 감지됐기 때문에 새정부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참여정부 5년이 끝났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은 안도감이 있다. 지난 10년 집권세력은 진보개혁정권 10년을 마친 이후의 국가운영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실현할 만한 주체로서의 실력, 역량 이런 것들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 그게 정권교체로 나타났다는 생각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25일 봉하마을 귀향환영행사에서 유 의원을 "어려울 때 나를 지켜줬다. 쓴소리도 많이 했었다"고 하면서 연단으로 올렸는데, 무슨 쓴소리를 한 건가.

"(웃음) 지금 그걸 다 내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고. 개인적으로 만날 때 리더십 스타일, 구체적인 정책 판단, 인사 문제까지… 내 원래 직업이 평론이었으니까, 듣기 거북한 말씀도 다 드렸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고까와 하신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요즘 처지가 궁박하지 않나. 지금은 무소속이고 세력도 잃고 이렇게 외톨이 같이 있으니까 안쓰러운 마음도 있지 않으셨겠나. 갑자기 그러셔서 좀 당황했다."

 

- 유 의원에게 지난 5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고단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보람과 행복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소망을 다  총족못시킨다는 괴로움, 부담감이 함께 있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그렇다. 정치와 행정에 대해서도, 삶에 대해서도,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느끼고 한 시기였다."

 

- 인간관계라고 하면.

"국회의원되기 전까지, 글쓰고 방송하는 것은 남들 평가 별로 의식 안 하고, 꼭 다른 사람의 협력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적은 수의 사람들과 손발 맞추면 되고, 나하고 안 맞는 사람들은 안 보면 그만이고. 정치나 행정은 생각이 다른 많은 사람과 생각을 맞춰야 한다. 처음에 나는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정책적으로 올바른 주장만 하면 그것으로 내 몫은 다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날 안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나."

 

"노무현에 대한 언론보도는 도덕불감증... 절망감 느낀다"

 

- '노무현은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다. 큰틀에서 반론을 한다면.

"나는, 일에서는 성공한 정부지만 국민과의 소통실패로 정치적으로는 좌절한 정부라고 정리한다. 소통에 실패한 것은 자체 원인도 있고 외부환경도 있다. 일부 보수언론이 5년 내내 집중한 것은 대통령과 국민과의 정서적 이격을 조성·조장하는 것이 주된 공격방향이었다. 집요하게 말, 표정, 몸짓 이런 것을 주로 공격했다. 그런 것들에 충분히 현명하게 대처 못했다. 충분히 대처 못한 데에는 힘의 부족도 있지만, 나를 포함해 참여정부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다.

 

참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정도의 시련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언론탓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오마이뉴스>도 예외가 아니더라. 언론에 대해 말하면 그 얘기를 우호적은 아닐지라도 중립적으로 봐주는 데도 없다.

 

예컨대 봉하마을 사저 얘기를 해보자. 조선일보가 490억 들어갔다고 보도하지 않았나. 심지어 골프장 있는 것처럼도 했고. 대구에서  한 어르신이 '노무현이 자기 집짓는데 혈세 5천억을 갖다썼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미 그렇게 입력돼 있기 때문에 어떤 논거를 제시해도 바꿀 수가 없다. 어떤 사실관계가 그 벽을 넘어서겠나.

 

무력감을 느낀다. 이건 일종의 도덕불감증이다. 아무리 미운 정부, 미운 대통령이라 해도 이렇게 까지 할수는 없는 것이다. 허허허, 한 마디로, 절망감을 느낀다. 이것을  바로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참여정부의 가장 큰 실정으로 양극화 심화 문제가 꼽힌다. 우리 매체도 그런 시각이 있는데.

"동의 안 된다. 지난 5년 동안에 현상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참여정부 정책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냐 아니면 이것과 맞서 싸우려는 참여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화된 것이냐, 이게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양극화는 시장에서 진행되는 범지구적 현상이고 동시에 모든 나라에서 일어난 일국적 현상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것은 1970년대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 20년간 대학을 나오지 못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제자리 또는 감소를 기록했다. 이것이 전 지구적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에 있는 거다. 이른바 승자독식사회 등은 20여년 이상 된 이론들이다.

 

일부 관치경제에서 정부 퇴각, 국가독점이 합리화되기 어려운 영역에서 민명화 이런 현상 제외하면 국가가 퇴각했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더욱이 참여정부 5년간 국가채무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채발행을 늘리면서까지 정부재정지출을 늘렸고, 통합재정 기준으로 정부지출중에 복지항목이 20%에서 2008년 30%를 넘어, 비중이 무려 10%가 늘었다.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이다.

 

지니계수(값이 클수록 소득이 불공평)가 전체적으로 확대됐지만, 시장지니계수와 세후 지니계수를 비교해보면 지난 10년 동안 세후지니계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교정효과가 있는 것으로 데이터 상 다 나타났지 않나. 그런데 '데이터가 좋으면 뭐하냐, 체감이 안 좋은데'라고 말하면 이건 폭력이다. 이렇게 하면 무슨 해법이 나오나.

 

<오마이뉴스> 칼럼도 꼼꼼히 보면 참여정부가 양극화를 조장했다는 전제 위에 쓰던데, 이건 사실을 잘못 본 것이다. 경제학에 대한 지식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효율적인 정책이 부족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지, 참여정부의 정책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그런 정책적 오류때문이라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으니 깨끗이 해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

 

- 이춘호씨는 후보자에서 재산문제로 낙마했고,  이명박 정부는 50%대 지지도로 출범했다.

"갈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국민들 주권의식도 높아지고, 자유로운 의사표출이 정착돼 있고, 정보화 통해 국민이 더 많은 정보 접하고 있다. 아마 유력신문들이 노 대통령 인수위 때처럼 그렇게 보도했으면 50%선도  못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좋게 보도해줬는데도 그런 것이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도 국민과의 소통에 일정부분 초기부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 마음은 이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깨끗하고 살아온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찍어줬고, 그래서 그 분이 임명하는 장관들도 그렇게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측한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별로 충격이 아닐 것이다.

 

지금 상황은 경제살린다고 해서 서민들이 명박 정부를 지지했는데, 강남 부자들을 몽땅 장관으로 임명했으니, 서민경제를 살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냐는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다. 거기에 대고 돈많은 게 죄냐고 하면 국민마음을 못 헤아리는 것이다.

 

국민의 반응이 때로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나타난다 해도, 그걸 잘 들여다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의 합리적인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걸 잘 읽고 고칠 것은 고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하는데, 지금 '지지도 90%가 병리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이명박 정부쪽에서 보면 언론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문제라는 것인가.

"이토록 우호적인 언론환경이 어디에 있나. 이명박 정부는 최선의 언론환경을 누리고 있다. 허니문 기간인데다 대선 기간내내 강력하게 이명박 후보를 도와줬던 언론들이 대세를 잡고 있는 언론환경이지 않나. 이 환경에서조차 적응 못하면 앞으로 더 어려워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큰 낭패볼 수 있다. 보좌하는 분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넓게 이야기 들어야 한다. 너무 이야기 안 듣고 있다."

 

"정부개편안·총리인준안 꽃놀이패로 접근...국민들이 본능적으로 정략감지"

 

- 한승수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한 투표를 해야 하는데.

"고민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개편안도 다분히 정략적으로 한 일이라고 본다. 그렇게 과격한 개편안이 순탄하게 국회를 통과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통과되면 추진력을 인정받아 좋고, 부결되면 발목잡기론으로 총선에서 엄청난 이득봐서그 다음에 하면되니까, 꽃놀이패로 본 것이다. 대선에서의 큰 표차 승리와 여론에서의 압도적인 지지도를 바탕으로 야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여성부는 양성평등부처럼 쪼그맣게 살아남았지만 보육업무가 넘어가면서 예산 90%가 복지부로 넘어갔기 때문에 사실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통일부는 남주홍씨 같은 반북주의자를 장관으로 임명했으니까 살아도 죽은 목숨이고. 그 정략이 성공한 것이다. 한승수 후보자 인준문제도 그런 정략적 꽃놀이패가 성공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 취임시점에 이렇게 지지도가 많이 떨어진 것은, 뭔지 모르겠으나 국가운영에 정략적으로 임하고 있고, 내각 구성에서 교만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에게 감지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간의 집단적 본능같은 것인데, 논리적으로 인지되는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 직관적으로 감지된다.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전형적으로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불리함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새정부가 출범부터 이렇게 지지도 떨어지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 손학규 대표가 잘 대응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데.

"모양새 있게 그 코너에서 잘 빠져나왔다. 큰 틀에서는 힘센 대통령이 덫을 놓은 것이다."

 

- 대구 수성을에 도전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은 '클 거'자 거물(巨物)이고, 본인은 '갈 거'자 거물(去物)로 표현했던데.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나. 저는 정치적으로 재기를 위해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고, 주호영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더 큰 역할 하기위해 재선해야 하는 입장이고 그런 것이다."

 

- '물밖에 나온 물고기'가 가장 보수적인 지역에서, 어떻게 선거운동하고 있나.

"대구가 지난 25년간 경제적으로 계속 내리막을 걸어온 지역이고, 앞으로도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놓고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는 선거로 가보자는 생각이다.

 

대구분들이 먼저 한나라당 20년동안 했는데 또 해야 하느냐는 분도 있고, 대구는 한나라당만 되는데 왜 한나라당 안 하느냐는 분도 많다. 제가 처음가니까 '전라도 사람이 왜 대구에서 출마하노'하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웃음) 제 명함에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대구에서 나온 것을 보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대구에서는 열린우리당을 호남당으로 보니까.

 

크게 관심없는 분들은 조순형 의원이 지난 총선때 대구에서 출마한 것처럼, 대구와 연고 없는 사람이 중앙정치에서 정치적 이벤트때문에 오는 것으로 본다."


태그:#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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