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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토론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토론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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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8일 오후 7시 6분]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 "결코 웃을 수 없는 서글픈 자리가 됐음을 고백합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 : "그토록 염원하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표결을 앞둔 지금, 반대 토론에 나섰습니다."

강은미 원내대표도, 류호정 의원도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들은 처벌 수위가 낮아지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선 3년 뒤에나 시행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대상에서 빠지는 등 대거 후퇴한, 이름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변한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21대 국회 1호 법안이었지만, 그 법안이 아니었다. 정의당 의원 6명은 8일 국회 본회의 표결 순간 모두 기권했다.

여야 합의안이지만... 정의당도, 국민의힘도 "반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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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가 여섯 번이나 열린 끝에, 열흘에 걸쳐 여야는 합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본회의에서도 중대재해법은 환영받지 못했다.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동근·박주민·최기상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한 번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5인 미만 사업장이어도 업종 등에 따라 나눠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모두 뿌리치고 의사봉을 두드렸다(관련 기사 : 내쫓겨난 유족들... '누더기' 중대재해법, 법사위 통과 http://omn.kr/1rb2b ).

본회의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가장 먼저 반대토론에 나선 권성동 의원은 "치열한 토론을 거쳐서 정의당 최초안에서 심각한 독소조항이 빠진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소위 긴급법안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의원은 "이 법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다는 취지를 넘어 산업을 위축시키고 경제생태계를 파괴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송석준 의원은 아예 법안 처리를 보류하고, 국회에 중대재해예방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전혀 다른 이유로 반대했다. 그는 "중대재해법이 발의되고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가 '사람이 먼저'인 세상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것이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음을 잘 안다"면서도 "합의 조정과정이 법의 근본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 돼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정의당과 마찬가지로 5인 미만 사업장 배제,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시행 유예 등을 꼬집으며 거대 양당을 비판했다.

"우리가 있는 이 건물 바로 앞에서 29일째 단식 농성하는 김용균 어머님(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한빛 아버님(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을 뵈러가면서 박병석 의장님, 이낙연 대표님, 주호영 원내대표님께서 그분들께 하는 위로와 약속, 다짐을 똑똑이 봤습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의원들이 다시는 용균이, 한빛이와 같은 불행한 이들이 나오지 않게 한다는 약속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제출된 중대재해법으로는 결코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습니다."

강 의원은 "의원은 개인이 아니라 17만 명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며 "그 17만 명 속에는 안전비용 절감으로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는 사람보다 그로 인해 다치거나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을 대표해야 한다"며 "저출생으로 인구가 줄어든다며 온 나라가 대책을 마련하느라 난리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멀쩡한 사람들이 한 해 2000명씩 죽는 데에 온갖 이유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기권표를 던졌다.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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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영진은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며 다만 하청을 받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청업체가 법 적용 대상일 경우 원청업체의 경영 책임자 등은 처벌 대상이 된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경영진은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며 다만 하청을 받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청업체가 법 적용 대상일 경우 원청업체의 경영 책임자 등은 처벌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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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36분, 박병석 의장이 다시 의장석에 섰다.

"투표 결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266인 중 찬성 164인, 반대 44인, 기권 58인으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대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여야 합의안이었지만 반대표 중 상당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서 나왔다. 민주당에선 이원욱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를 택했고, 김주영·김경만·박용진·장철민 의원은 기권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김진애 의원도 기권했다. 나머지 기권표는 대부분 국민의힘이었다.

용균엄마와 한빛아빠의 눈물 "법 반드시 개정할 것"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된 후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해단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된 후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해단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고(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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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1일부터 29일간 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해온 김미숙 이사장과 이용관 이사장,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로 단식을 해제했다. 세 사람은 병원으로 가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소회를 밝혔다. 목숨까지 걸어가며 염원했던 법이 만들어졌지만, 모두 표정이 어두웠다.

김미숙 이사장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식했다"며 "언론과 시민들이 너무나 많이 도와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라가 앞장서서 산재를 막아야 하는데 나라가 막고 있는, 참 이상한 현실"이라며 "다시 이 법이 제대로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용관 이사장도 "법이 제정돼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도 "5인 미만 사업장이 이번에 빠져서 참담하고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눈물을 참아가며 "법을 반드시 개정해 당신들께(산재 희생자) 바치겠다. 사무치게 보고 싶은 나의 사랑하는 아들 한빛이, 용균이 그리고 모든 영령들을 목놓아 부른다"고 말하다 결국 목이 메었다. 김미숙 이사장의 눈물도 멈추지 않았다.

태그:#중대재해법, #정의당, #김용균, #단식농성,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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