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이승우가 2018 아시안게임 16강 이란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포효하고 있다.

이승우 선수 ⓒ 대한축구협회

 
한때 한국축구의 미래로까지 꼽혔던 이승우가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했다. 유럽무대에서 비상을 꿈꿨던 그의 도전이 다시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에서 활약중인 이승우는 2020~2021시즌 벨기에 주필러리그에서 최근 4경기 연속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지난 11일 브뤼헤와의 30라운드(1-2 패)에서도 이승우는 아예 출전 명단에서조차 제외됐다.

악재의 연속이다. 이승우는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선수단 안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는데, 자가격리 해제 후에도 아직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며 이승우가 팀의 후반기 전력 구상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승우는 유소년 시절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 FC에서 활약하며 '코리안 메시'로 불릴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유망주다. 국가대표로도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기여했다. 하지만 성인 클럽무대에서는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빅리그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이승우는 2019년 절치부심하다 벨기에행을 택했다.

벨기에 주필러리그는 유럽의 상위리그는 아니지만 벨기에 자체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축구강국이고, 공격적이고 기술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리그 스타일도 이승우와 잘 맞을 것이라 기대됐다. 이승우에게 벨기에 리그는 빅리그 재진입을 노리기 위한 적합한 교두보로 여겨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승우는 벨기에 무대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입단 첫해에는 4경기 출전에 그친 이승우는 2020-21시즌을 맞이하여 케빈 머스켓 감독 체제에서 9라운드까지는 꾸준히 주전으로 중용되었고 앤트워프전에서 한 경기에 2골을 몰아치는 등 드디어 잠재력을 터뜨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승우의 활약은 거기까지였고 팀 성적이 침체에 빠지며 머스켓 감독이 물러난 뒤엔 다시 상황이 급변했다. 이승우는 페터르 마에스 신임 감독 체제에서는 지난달 샤를루아전 교체 출장 이후로는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승우가 첫 경기에서부터 치명적인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질러 마에스 감독의 눈 밖에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트트라위던은 주필러리그에서도 중하위권 정도의 클럽에 불과하다. 올시즌도 5승5무10패(승점 20점)로 벨기에 18개 클럽 가운데 15위를 기록 중이다. 빅리그나 명문도 아닌 이 정도의 클럽에서도 1년 반이 넘도록 고전하고 있는 것은 이승우에게 좋은 징조는 아니다. 1998년생으로 올해 23세가 된 이승우는 더 이상 '유망주'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어려운, 당장 현재의 성과로서 증명받아야할 성인 선수다.

공교롭게도 이승우가 시즌 초반 선발로 뛰었던 7경기에서 신트트라위던은 3무 4패로 무승에 그친 반면, 이승우가 결장한 최근 4경기에서는 3승 1패로 오히려 반등했다. 브뤼헤전에서 패배하기 전까지는 3연승 행진중이었다. 씁쓸하지만 이승우를 전력에서 빼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국내 팬들의 시각에서는 '감독이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거나 '팀이 이승우와 맞지않는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벨기에행도 본인의 선택이었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할 가장 큰 책임은 결국 선수에게 있다. 마에스 감독뿐 아니라 스페인-이탈리아-벨기에리그를 거치며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대다수 감독들이 이승우를 그리 중용하지 않았다는 것, 유망주 시절에 비하여 성장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또한 이승우는 벨기에리그에서 뛴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축구 실력만이 아니라 경기 매너나 태도 문제로 지속적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린 바 있다. 연습경기에서 동료 선수에게 위험한 백태클을 날려서 심각한 부상을 안기기도 했으며, KRC 헹크와의 11라운드에서는 경기종료 직전 상대 선수를 뒤에서 밀치고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페터르 마스 감독의 데뷔전에서는 감독의 전술지시를 불성실하게 수행하며 질타를 받았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벨기에 언론은 이승우의 멘탈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고,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물론 걸러서 들어야할 필요는 있지만, 냉정히 말해 가뜩이나 실력으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프로답지 못하다는 이미지까지 자꾸 누적되고 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다.

이승우는 최근 K리그 복귀설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배우 권율이 운영하는 채널 '두율라이크'에 출연한 이승우는 "팀에서 저를 한국으로 보내줄지 안 보내줄지 모른다. 지금 구단 입장에서는 이적을 원하지 않을 것 같다. 아직 한 번도 이야기를 안 해봐서 모르겠다"고 한국행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아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지금의 이승우에게는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좀 더 안정된 환경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해외무대에서 보낸 이승우라고 해도 젊은 아시아인이 이방인으로서 유럽에서 적응하고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종목의 선배인 이천수를 비롯하여 김병현(야구), 하승진(농구)등 어린 나이에 해외에 진출했던 선수들이 흔히 겪었던 시행착오다.

특히 이승우처럼 개성이 강하고 오해를 받기도 쉬운 이미지에 둘러싸여있는 선수일수록 주변에서의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 소통하기 쉬운 동료와 지도자가 곁에 있고, 자신의 입장을 해명할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하느냐는 선수의 정서에 큰 영향을 끼친다. 

더 늦기 전에 한국행을 적극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K리그에 온다고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유럽 빅리그도 아닌 약체팀에서도기회를 얻지 못하고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 젊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인무대 경험을 쌓고 좀더 성숙해지면 다시 유럽진출에 재도전해도 결코 늦지 않다. 유럽에서 이승우는 한낱 '용병'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 이승우는 비록 애증의 대상일지언정, 여전히 기대와 애정을 받고 있는 '한국축구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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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신트트라위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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