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9 17:55최종 업데이트 20.12.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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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 이희훈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 선두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월 21일부터 12월 24일까지 4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041명(응답률 4.7%)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23.9%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18.2%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18.2%를 제치고 오차범위 밖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자세한 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주자로서 선호도가 상승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들여다볼 거울이다. 일부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대선주자 선호도가 오르는 현상을 두고 여론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조사 결과를 부정할 근거는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선두로 올라서는 현상을 호불호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치 중립의 의무가 있는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일찌감치 출마를 저울질하는 여야 정치인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과는 분명 다른 문제다.
 
버팀목

윤석열 총장이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오차 밖 1위로 나오자 대부분의 언론이 큰 지면을 할애했다. 그럴 수 있다. 언론사의 지면 배치는 편집권의 영역이고 오랫동안 부동의 1위에 있던 인물을 역전한 것은 주요 뉴스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파죽지세 윤석열 23.9% 대선 주자 선호도 1위…추미애는 3.1%〉(세계일보 20.12.28), 〈날개 단 윤석열, 이낙연·이재명 제치고 단독 선두〉(시사저널 20.12.28) 등 언론은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윤석열 띄우기라 할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주자로 오르내리는 여론이 왜 일어났는지,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까지 추진된 검찰개혁은 어떤 국면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윤석열 총장에게 지지층이 형성된 건 그가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에서 정권이나 거대 여당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능가하는 전투력의 원천은 검찰의 힘이었다. 윤석열 총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검찰의 힘을 이용해 '조국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선봉장이 될 수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도 수차례 갈등을 일으켰지만 그때마다 일어난 검찰 조직의 저항은 윤석열 총장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총장의 7가지 혐의에 대해 대통령까지 재가한 정직 2개월 징계도 행정법원에서 발목 잡힌 모양새가 되었으니 정권의 지지율과 검찰총장 선호도가 엇갈리는 현상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 2020.12.2 ⓒ 연합뉴스

 
하락하는 정권 지지율이 야당인 국민의힘보다는 윤석열 총장에게로 모이는 건 그가 보여준 강직·강골의 이미지가 반 문재인 선봉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인 까닭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가 대통령이 되면 부정부패를 단칼에 잘라내리라는 기대 또한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간과한 게 있다. 윤석열 총장이 조국 대전과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 국면에서 보여준 힘의 원천은 막강한 검찰권의 오남용으로 생겨난 것이다. 검찰 개혁으로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힘을 통제하고 나누자고 했지만 윤석열 총장은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 개혁에 반발했다. 윤석열 총장이 얻는 대선 주자 선호도는 검찰권 오남용으로 얻어낸 부당 이득에 지나지 않는다.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일부 받아들여지자 25일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사과했다. 그러자 언론과 야당은 대통령도 사과한 마당에 법무부 장관은 왜 사과하지 않느냐며 추 장관의 사과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윤석열 총장에게 해야 한다. 행정법원의 판단대로라도 검찰에 의한 판사의 사찰이나 채널A 사건과 관련 감찰 방해는 부분적으로 인정됐다. 법원의 판단을 두고 대통령이 인사권자로서 사과했다면, 다음 차례는 검찰권을 남용해 판사를 사찰하고 채널A 사건의 감찰을 방해해 징계 대상이 된 윤석열 총장이다.

취임 후 숱한 의혹과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건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검찰총장. 그러나 그는 드러난 잘못조차 사과할 줄 모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설령 대선 주자가 된다고 해도 정치가 나은 길로 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검찰 권력의 오남용과 집중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검찰 개혁을 사사건건 막아선 검찰이었고 정점에 총장이 있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 이 한마디가 현재의 윤석열 총장을 있게 했지만 정치 지도자에게 이런 신념은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 조직을 사랑하는 대통령, 과거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둔 검찰. 이런 미래가 우리 정치의 미래가 된다는 건 역사의 퇴보다.
 
난센스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모습. ⓒ 연합뉴스

 
그래서 검찰총장 대선주자 선호도 1위 현상에서 언론이나 정치권은 환호보다는 냉정한 비판의식과 역사 퇴행의 우려를 담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불공정하다며 등을 돌렸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대안으로 윤석열 총장을 선택하자는 건 위험하고 부당한 모험이다. 윤석열 총장에게 공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차례 불기소, 김봉현 술 접대 검사 3명 중 2명은 100만 원이 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 이런 조치가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불공정보다 낫다고 하는 건 난센스다.
 
윤석열 총장 대선주자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여론이 윤석열 총장에게로 모이는 현상도 음모론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여론이 모이고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해서 모든 우려가 해소되는 건 아니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윤석열 띄우기가 아니라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검찰총장이 정치 일선에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지켜보는 것이다. 검찰 조직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총칼로 권력을 잡았던 군부독재의 어두운 과거가 있다.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총장을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다면 해악은 과거 독재시대와 다를 바 없다.
 
윤석열 총장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건 본인의 선택이다. 검찰총장의 대선주자 선호도에 호응하는 것도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 주자로 부각되는 건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 준수면에서나 검찰 개혁면에서나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언론이 윤석열 띄우기에 나서는 것은 검찰총장에게 정치 중립의 의무를 버리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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