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6 13:32최종 업데이트 20.11.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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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들어서면서 코로나19가 다시 빠른 확산세로 들어섰다.

지난 봄, 스페인과 이탈리아,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급작스러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미 한 차례 '봉쇄'라는 극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확산세가 심했던 지역들 위주로 산책도 허용되지 않는 수준의 강력한 대처가 두 달 가까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한편에서는 시민들의 이동권과 기초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이 같은 조처가 정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활동으로 크게 침해받고 있었던 생태계와 야생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특히 지구 온난화와 관련, '탄소 배출량'으로 대표되는 인간 활동 지표에 지난 봄의 봉쇄가 어떤 변화를 미쳤는지가 주목됐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논문에 삽입된 그림으로, 2019년(푸른색) 1월부터 12월까지의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추이와 2020년(분홍색) 1월부터 6월까지의 추이가 함께 그려져 있다. ⓒ Liu et al. 2020

 
코로나 봉쇄가 지구온난화에 미친 영향

지난 10월 14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관련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각 분야별·나라별 탄소 배출량을 거의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카본 모니터 (https://carbonmonitor.org/)' 방식을 사용해 봉쇄기간 동안의 추이를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2020년 상반기(1-6월 사이)에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탄소 배출량이 8.8퍼센트 감소했고, 중국의 경제 활동이 다시 시작되고 봉쇄 중이던 나라들이 정상화를 시작하던 4월 말 이후로 증가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카본 모니터는 중국, 프랑스, 미국 등 국제 연구자들의 협력 프로젝트다. 세계 31개국에서 시간 단위로 모은 전기 생산량 데이터와 전 세계 400여 개 도시의 일단위 교통량, 여객기 숫자와 위치 정보, 62개국에서 월단위로 모은 산업 생산량 데이터, 200여 개 국가의 화석연료 소비량 등 다양한 자료를 2019년 1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추적해 복합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전력과 지상 교통, 산업, 주거, 항공 등 분야별로 나눠 비교할 수도 있고, 나라별로 볼 수도 있어, 나라별로 코로나19 방역 단계가 달라짐에 따라 분야별 탄소 배출량의 변화가 어땠는지 등을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대한민국의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대략의 추이를 이해하는 데에 참고할 수 있다.

2019년 대비 2020년 상반기에 줄어든 탄소 배출량은 15억 5100만 톤에 달한다. 이는 1900년 이후 지금까지 경기 침체나 2차 세계대전 이후처럼 일시적으로 있었던 탄소 배출 감소량보다 훨씬 큰 수치이다. 일례로 코로나19 이전까지 탄소 배출량의 감소폭이 가장 컸던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데, 당시 7억 9천만 톤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논문에 삽입된 그림으로, 1900년부터 2020년까지 전년 대비 탄소 배출량의 변화를 연도별로 그려놨다. 제 2차 세계대전(World war II)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각각 -0.8Gt, -1.6Gt 감소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 Liu et al. 2020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국가별 이동이 자제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지상 교통, 국내 항공, 국제 항공에서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특히 지상 교통은 총 6억1300만 톤이 줄어 2019년 동기 대비 40퍼센트 감소했다. 산업은 2억 6400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퍼센트 감소했다. 반면 주거 및 공공·상업용 건물에서 측정된 탄소 배출량은 4300만 톤으로 작년 동기 대비 3퍼센트만 감소했다.

이는 장기적인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교통과 운송에 '탈(脫)탄소'가 필요하다는 것과,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또한 주거 및 상업 시설에 대한 에너지 사용과 효율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논문에 삽입된 그림으로,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2019년 동기 대비 전세계 탄소 배출량 증감을 그린 그래프다. 이중, 전역(Power), 지상 교통(Ground Transportation), 주거(Residential), 선박(Shipping), 공업(Industry), 항공(Aviation)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색깔별로 표시했다. ⓒ Liu et al. 2020

 
나라별로 봤을 때, 가장 현저하게 감소세를 보인 곳은 미국으로 3억 3800만 톤(작년 동기 대비 13.3% 감소)이 감소했다. 이어 EU 27개국+영국 2억 6백만 톤(12.7%), 인도 2억 5백만 톤(15.4%), 중국 1억 8700만 톤(3.7%) 순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높았던 미국과 인도, 브라질을 제외하면, 대개의 나라들에서 봉쇄가 해제되고 경제 활동이 회복된 4월 말과 5월 사이에 탄소 배출량 감소세 폭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은 봉쇄 해제된 3월 중 탄소 배출량이 2019년 동기 수준으로 회복됐고, 이후 5월과 6월에는 2019년 동기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봉쇄 이후 산업 활동이 재개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전례 없는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 산업 활동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데이터가 말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개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산업과 교통, 주거 전반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11월 6일자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 논문은 화석 연료 사용량이 즉각 중단되더라도 '전 세계의 농식품 생산과 소비'가 지금의 추세로 지속된다면 파리협정의 목표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농식품체계... 연구에 담긴 무서운 경고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지구가 회복력을 잃지 않는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조약이며, 2016년 11월 4일부터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국제법이다. 전기 생산이나 운송, 교통, 산업전반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을 강조해왔다.

위 연구는 온난화 문제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전 세계 농식품체계(Food system)가 대략 3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농식품체계는 이산화탄소(CO2)와 아산화질소(N2O)를 방출하는 농지 개간과 삼림파괴, 메탄(CH4)을 방출하는 비료나 기타 농업용 화학물질의 생산 및 사용, 메탄 발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반추동물(소, 양, 염소 등)의 소화과정, 메탄을 발생시키는 벼농사와 가축의 거름, 먹을거리의 생산과 공급 등에서의 화석연료 사용 등 모두를 일컫는다. 전 세계 농식품체계를 통해 2012-2017년 매해 평균 160억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성 식품 위주로 섭취하는 쪽으로 세계인의 식습관이 바뀌면 온실가스 배출 누적 총량이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의 효과를 실감하게 한다. ⓒ 바른지역언론연대

 
이번 연구에서는 인구 1명당 칼로리에 기초해 미래에 발생할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했다.

먼저, 지난 50년간의 농식품체계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이하 '지금 그대로'), 2020년에서 2100년 사이에 농식품체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누적 총량은 1조 3560억 톤으로 계산됐다. 2100년까지 음식과 관련 없는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 되더라도, 농식품체계의 온실가스 배출량만으로 2051년과 2063년 사이에 파리협정의 1.5℃를 위한 한계치를 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 ▲ 세계적으로 식물성 식품 위주로 섭취하는 쪽으로 식습관이 바뀌는 경우 ▲ 인구 당 칼로리 섭취를 건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 ▲ 유전학이나 농경법의 힘을 빌려 수확량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 ▲ 음식물 손실과 낭비율을 50퍼센트 줄이는 경우 ▲ 먹을거리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감소하는 경우 등 다섯 가지의 조건을 특정해 2020년에서 2100년 사이 각 조건으로 수정된 농식품체계의 온실가스 배출 누적 총량도 계산했다.

그 결과, 2050년까지 각 조건들이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실현된다면, '지금 그대로'인 경우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 누적 총량이 14~48퍼센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은 식물성 식품위주로 섭취하는 쪽으로 세계인의 식습관이 바뀌는 조건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의 효과를 실감하게 한다.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 결과 일부를 소개하는 트윗.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지난 50년과 같은 농식품체계가 지속되는 경우(검정색)와, 세계인들의 식습관이 채식위주로 바뀌는 경우(밝은 초록색), 건강한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으로 바뀌는 경우(짙은 초록색), 수확량이 높아지는 경우(짙은 파랑색), 식품 손실율이 줄어드는 경우(중간파랑색), 식품생산효율이 좋아지는 경우(밝은 파랑색), 다섯 가지 경우가 50퍼센트씩 반영된 경우와 100퍼센트 반영된 경우에 2020년부터 2100년까지 탄소 배출 누적량을 계산하고, 그것이 파리협정 목표치 대비 얼마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 Clark et al. 2020

 
이어 연구진은 이 모델들에 현실적인 상황을 더 추가했다. 실제로 먹을거리와 관련 없는 인간 활동도 계속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것인 만큼, 그 모든 활동이 파리협정의 1.5℃ 목표치에 맞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수준으로 꾸준히 감소시킨다는 가정 하에 그 배출량이 농식품체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합쳐진 추이를 계산한 것이다. 그 결과, '지금 그대로'인 경우는 11년 안에 1.5℃ 한계치를 초과하고, 2100년 이전에 2℃ 한계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체계가 위에 언급된 다섯 가지 경우 중 하나로 수정되더라도, 먹을거리와 관련 없는 인간 활동과 함께 계산을 하면, 모두 2100년 이전에 1.5℃ 한계치를 초과했다.

농식품체계가 다섯 가지 경우를 부분적으로(50퍼센트씩), 혹은 완전히(100퍼센트씩) 모두 이행하는 경우에만 조금 더 희망적인 예상치를 볼 수 있었는데, 다섯 가지 경우가 50퍼센트씩 반영되게 되면 2100년까지 1.5℃ 한계치는 초과하지만 그 속도는 느려지고, 100퍼센트 반영되면 2100년까지 1.5℃ 한계치에 도달하지 않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인간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농식품 생산 효율, 식품 손실율 등을 모두 공격적으로 개선하고, 한편으로는 화석연료 사용 비율을 꾸준히 줄여나간다면 파리협정의 목표치가 달성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논문은 앞서 발표된 연구들을 인용해 중국과 미국의 농장 관리체계를 바꿔 질소비료사용을 줄이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인다면 오히려 농가 소득이 오르는 방안들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농식품의 저장이나 냉장방식 등을 정비해 음식 손실율도 줄일 수 있는 만큼, 공격적으로 농식품체계를 개선하고 우리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아주 이루기 어려운 숙제는 아닐 거라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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