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7 20:25최종 업데이트 20.10.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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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인도의 신규확진자 추이 상황 (2020. 2.16~10.14) ⓒ coronaboard.kr

 
9월 이후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구촌 곳곳에서 증가하고 있다.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인구가 많은 북반구가 겨울을 앞두고 있어 해당 국가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은 미국이다. 하지만 8월 이후 두 번째 피해국 인도의 신규 확진자 수가 계속 미국을 추월하면서 누적 확진자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10월 16일 현재 두 나라 사이의 누적 확진자 수 격차는 85만여 명이다(미국 828만여 명, 인도 743만여 명). 지금의 속도로 가면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가 미국보다 더 많아지게 된다.
     
[미국] 대선 후 달라질까
 

(마이애미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마이애미 이그제큐티브 공항' 앞에서 활동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 21만5천명을 의미하는 숫자판을 들고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완치 여부가 불분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를 강행하려는 데 대해서도 항의했다. ⓒ 연합뉴스

 
미국의 신규 확진자 발생은 한동안 정체를 보여왔다. 가장 심각했던 7월 한 달에 비해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가 이어진 것. 하지만 최근 50개 중 33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 우려했던 가을 재유행이 현실이 될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오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겨울이 최대 고비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마저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것처럼 미국 방역 보안의 취약성이 노출됐다. 게다가 대통령이 방역 지침을 어기고 격리 기간 중 공개적으로 외출을 하고 명확한 음성 판정 확인 없이 공식 활동을 재개한 것은 권력기관이 스스로 공공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나쁜 선례까지 남겼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도 차질이 생겼다. 미국의 제약업체 존슨앤존슨과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환자 3상 시험이 구체적 설명 없이 잇따라 중단됐다. 특히 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존슨앤존슨의 백신 최종 3상 시험은 대상 규모도 최대였지만 1회만 접종하면 된다는 점, 냉장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주목을 받던 터였다.

11월 3일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뿐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경우 선거 직전의 지지도와 직후의 지지도는 확연하게 갈라진다. 박빙의 승부였을지라도 승자에게는 더 많은 지지자가 몰리고 패자의 주변은 갑자기 썰렁해지기 마련이다.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두 후보 간의 정책 차이가 여느 선거와 비교해 크지 않지만 적어도 코로나19를 대하는 두 후보의 인식과 목표는 확연히 구별된다. 대선 이후의 미국 코로나19 대응에 주목해봐야 할 이유다.

[인도] 실제 감염자 수 짐작조차 어려워

두 번째 피해국 인도의 경우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빈곤층을 중심으로 확진 판정 후 생계 활동 지장을 우려해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실제 감염자 수는 짐작조차 어렵다. 지난달 30일 <힌두스탄 타임스>에 따르면 8월 17일~9월 22일 18세 이상 인도 성인 2만 9천 명의 혈액 2차 항체가 검사를 진행한 인도의학연구위원회는 항체 형성률이 7.1%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 안에는 코로나19 외의 전염병에 대한 면역도 포함된다. 하지만 구체적 비율을 알 수 없는 이상 코로나19 감염자와 항체 생성자를 합하면 최대 수천만 명이 될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난 5월 11일~6월 4일 조사 당시 항체 형성률은 0.73%였다. 급격한 증가세가 틀림없고 이는 위 표식에서 보듯 5~6월과 8~9월의 확진자 증가율과 일치한다.

[남미] 한숨 돌리는 남반구

남반구에 위치한 남미 국가들의 경우 대체로 완만한 확장세다. 브라질은 미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 피해국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510만 명을 넘어섰지만 증가 속도는 완만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1만 명 아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콜롬비아를 제외하면 나머지 남미 국가들은 북반구 사례와 반대로 7~8월 이후 완만한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 비하면 피해 규모가 크지만 증가 추세는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를 기다리면서 올해 말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을 듯하다.   

[유럽] 깊어지는 한숨
 

(브뤼셀 AP=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자 접촉을 이유로 6일 오전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이 참석한 행사의 한 참가자가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반대로 유럽 국가들은 상황이 심각하다.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지난 3~4월 피해가 컸던 나라들이 다시 긴장하는 모양새다. 계절적 요인에다 개학이 겹치면서 물리적 거리두기 통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4월 국경 통제를 포함한 집단 봉쇄를 경험한 이들 국가 대부분은 현재 재봉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물론 시간별, 지역별 부분 통제는 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봉쇄는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1년 가까이 정부 지침에 따르면서 쌓인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정부를 향한 원망이 큰 상황. 독일·스페인 등지에서 봉쇄와 서비스 산업 통제에 대해 집단 반발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방역 모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럽 특유의 문화도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럽 시민들은 개인정보 노출 위험을 이유로 한국과 같은 수준의 이동 경로에 대한 정보 제공을 꺼린다. 그렇다고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개인위생에 대한 의식이 한국만큼 철저하지도 않다. 버스와 지하철 등 공공기관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지만 일반인을 접촉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경우가 한국에 비해 눈에 띄게 많다.

결국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분적 봉쇄를 선언했다. 오는 17일부터 파리를 비롯한 일부 피해가 큰 도시를 중심으로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 금지가 전격 실시된다. 이를 어길 경우 135유로(약 18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당장은 4주간 예정이지만 상황에 따라 6주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야간 식당과 카페 영업이 제한된다.
 

유럽 주요 피해국 신규확진자 추이 상황(2020. 2.19~10.14) ⓒ coronaboard.kr

스페인은 15일 오전 기준 누적 확진자가 93만 7천 명을 넘어 다섯 번째 100만 확진자 국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피해가 심각하다. 최근 2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의 3분의 1 이상이 마드리드에서 발생했다. 수도권이 특히 심각해지면서 봉쇄하려는 중앙정부와 반발하는 지방정부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지난봄 유럽 국가들의 전면적 봉쇄 당시 경제적 피해에 대한 성적표는 이미 나온 상황. 유럽의 각국 정부는 재봉쇄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반복하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어 한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12일 의회에서 "국민의 삶과 경제를 막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12월 소비는 무시할 수 없다. 만약 피해가 커져 12월에 봉쇄를 해야 한다면 그에 따른 경제적, 국민 정서적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유럽으로서는 겨울을 앞두고 큰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백신은 언제쯤?

이처럼 겨울철을 앞둔 북반구 대부분의 국가에서 확진자 규모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 봄과 같은 대규모 봉쇄는 각국 정부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유럽의 경우 적은 규모의 봉쇄가 그나마 능동적 대응방식이고 대선을 코 앞에 둔 미국은 눈에 띄는 정부차원의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구촌 모두가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을 기다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는 적어도 이번 겨울까지는 생활방역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석과학자 스와미나탄 박사는 14일 "현재 10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이 최종 임상단계에" 있고 "WHO는 각 백신이 어떤 집단에 가장 적합하고 어떻게 유통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2021년까지는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나올 전망이지만 제한된 수량일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존슨앤존슨스는 "코로나19 백신 투여자 중 1명에게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이 발생했다"라며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9월 존슨앤존슨스가 AP에 제공한 1회 접종 백신의 모습. ⓒ 연합뉴스=AP

 
이런 상황에서 자칫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 국가들에서 보이는 성급한 백신 승인 움직임이다. 러시아는 14일 자국에서 생산된 코로나19 예방 백신 '에피박코로나'를 공식 승인했다. 지난 8월에 이어 두 달만이다. 이번에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3상을 거치지 않은 '속성' 승인이다. 앞서 말한 미국의 두 제약회사가 3상에서 부작용을 발견해 시험을 중단한 사례를 볼 때 이러한 속도전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과 중국은 나란히 이번 주 자국이 개발한 백신의 3상 시험이 완료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 못지않게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둘러싼 과다경쟁 움직임도 두려운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대부분의 백신 경쟁국들은 국제기구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국가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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