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3 11:55최종 업데이트 20.08.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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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를 공동기획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http://omn.kr/1hsfh)으로 가입해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이번 글은 <4대강 X파일>의 저자이자 강원대 겸임교수를 지냈던 최석범 수자원 기술사의 글입니다. 독자 편의를 위해 ㎥는 톤으로 표시했습니다.[편집자말]
 

8월 9일 새벽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의 제방이 붕괴되었다. ⓒ 마창진환경운동연합


2020년 8월초 발생한 4대강 홍수 피해를 두고 "이번 홍수가 4대강사업 효과를 입증시켰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미 효과 없음이 검증된 사실을 또 검증해야 하나?"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이 문제는 감사원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몇 차례 달리 평가한 탓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공학 이론을 내팽개치고 자기 진영의 입맛에 따라 이론을 가장한 논리를 펼친 책임도 크다. 언제까지 똑같은 논쟁을 벌여야 하나?

예컨대 1조 원을 투자해 하루 10명이 이용하는 교량을 건설했다고 치자. 이 사업을 두고 경제성을 따질 필요가 없는 과학자라면 "일부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공학은 경제성과 함께 간다는 측면에서 투자대비효과(b/c)를 감안하면서 말해야 한다. 즉, 1조 원 투자를 했다면 적어도 하루 100만 명 정도는 이용해야 하므로 "효과는 전혀 없다"고 말해야 옳다.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댐과 보도 마찬가지로 판단해야 한다. 홍수조절 효과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효과가 확실한 소양강댐, 충주댐과 효과가 애매한 4대강 보와 그 기능이 유사한 팔당댐을 비교하면 이해가 빠를 수 있다.

4대강 보가 홍수 예방? 소양강댐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홍수가 발생하면 피해를 일으키지 않고 물이 무사히 하천을 빠져나가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싸고 확실한 방법이 제방 건설이다. 충분한 하천의 폭을 확보하여 계획 홍수량(댐이나 하천 설계 시 기준이 되는 홍수량)이 안전하게 흘러가도록 둑을 쌓고, 보조적으로 준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과 같은 기존도시를 관통하는 하천은 하폭 확장이 어렵다. 이런 경우 상류에 큰물이 유입되더라도 작게 방류할 수만 있다면, 즉 어느 공간에 물을 가두었다가 홍수피해의 위험시기가 끝날 즈음 천천히 방류시킬 수만 있다면 하류의 홍수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자면 유입량과 방류량 차이를 저장할 공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홍수조절용댐이다.

홍수조절을 잘하려면 6월 21일부터 9월 20일 정도 되는 우기에는 항상 물을 제한수위 이하로 낮춰 빈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만일 홍수 발생으로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더라도 댐 수문을 개방해 재빨리 제한수위 이하로 낮춰 다음 홍수를 대비해야 한다.

지난 8월 초, 홍수 전 소양강댐은 6억 1천 톤(홍수위 EL198.0m와 우기제한수위 EL190.3m 사이 용량), 충주댐은 6억 6천 톤(홍수위 EL145.0m, 우기제한수위 EL138m 사이 용량)의 빈공간을 확보했으나 큰 홍수가 발생하여 제한수위를 넘겼다. 그러자 곧바로 방류하여 제한수위 이하로 다시 낮춰 이 공간을 또 다른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팔당댐이나 4대강 보는 다른 목적으로 건설된 댐이어서 우기에 비워둘 수 없다. 팔당댐을 비우면 원래 목적인 발전이 불가능하고, 수도권 식수 해결이 불가능하다. 4대강 보를 비우면 농업용수는 말할 것도 없고, 발전이 불가능하고, 배도 못 띄우고, 레저를 위한 수면 공간 활용이 불가능하다.

설사 물을 비워도 유입량에 비해 홍수조절 용량이 작아서 효과는 크지 않다. 팔당댐 저수용량 2억4400 톤에 계획홍수량(3만7000톤/초)이 흐르면 110분 만에 채워진다. 4대강 보의 경우는 팔당댐보다 더 홍수에 취약하다. 가령 낙동강에 설치한 낙단보는 3500 톤에 계획홍수량(1만2500 톤/초)이 흐르면 46분 만에 모두 채워져 효과가 사라진다. 따라서 유역면적(또는 유입홍수량)이 크면 이에 걸맞은 용량이 확보되어야 효과가 생긴다.

예컨대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홍수조절용량은 약 6억 톤으로 비슷하지만, 유역면적이 2703㎢인 소양강댐의 효과는 48%(설계 시 초당 1만500톤 유입 시 5500톤만 방류)임에 비해, 유역면적이 6648㎢으로 2배 이상 큰 충주댐의 효과는 11%(설계 시 초당 1만8000 톤 유입 시 16000 톤만 방류)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팔당댐이나 4대강 보와 같이 유역면적이 큰 하천에서는 홍수조절 용량이 상당히 커야 그 효과가 나타나지만, 여건상 그럴 사정이 못 된다. 이 사실만으로 봐도 4대강 보는 홍수조절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는 셈이다.

한편 보는 물 흐름을 방해하고 수위를 높이는 홍수유발시설이다. 따라서 일반 하천에서는 건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높아지는 수위에 따라 추가로 드는 제방 비용보다 편익이 훨씬 클 때 보를 건설하곤 한다. 예를 들면 운하, 발전수위 상향, 농업취수위 상향, 레저를 위한 수면 공간 확보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4대강 보의 발전소는 투자금에 대한 이자와 유지관리비를 감안하면 편익이 거의 없고, 농업용 수위상향(배수장)은 이미 건설되었던 시설을 대체하는 보상 개념이므로 편익은 없고, 레저를 위해서는 깨끗한 수질이 전제되어야 배를 띄울 수 있어 편익이 발생하지만 현재 수질은 그렇지 못하다. 설사 있다하더라도 투자대비 효과는 미미하다.
 

오후 4시 세종보가 침수된 가운데, 수력발전소 지붕 부분만 남아 있다. ⓒ 김종술

 
조절율, 소양강댐 96%... 상주보 -1.5%

아래 표는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www.wamis.go.kr)에서 발췌한 수치들이다. 홍수조절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책정한 홍수조절용량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목적댐인 충주댐 6억 6천 톤, 소양강댐 6억 1천 톤을 제외하고는 다른 시설에는 아예 없다.

이 표에서 가장 주목할 내용은 홍수량이 가장 피크인 첨두홍수 발생 시의 홍수조절효과(조절율)이다. 홍수조절용량을 갖춘 다목적댐은 차단율이 크지만, 못 갖춘 발전용댐(팔당댐, 의암댐, 춘천댐)은 8% 내외이며, 4대강 보는 2% 내외다. 여기에서 섬진강댐과 영산강(죽산보와 승촌보)은 설계홍수량을 초과하여 정상적인 홍수조절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여 판단을 유보한다.

주요 댐과 보의 유입량 및 방류량 ⓒ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

 
만일 이번 홍수보다 더 큰 계획홍수가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다목적댐의 홍수조절 효과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홍수 시 충주댐은 6억6천 톤 중 1억 톤(15% 활용)의 빈 공간만 채웠고, 소양강댐은 6억 1천 톤 중 1억 3천 톤(21% 활용)만 채웠기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었다.

반면 발전용댐이나 4대강 보는 홍수 제한수위(많은 양의 빗물이 유입될 경우에 필요한 저수 용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한 물 높이)로 인해 약간의 홍수조절용량이 있었으나 그나마도 이번 홍수에 이미 채워버렸기에 추가로 더 큰 홍수가 왔을 때에는 효과가 아예 없어진다.

이렇듯 4대강 보의 홍수조절 효과는 공학적으로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소양강댐과 같이 설계에 홍수조절 용량이 반영되어있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 운영을 잘하려고 보니 어쩌다 생긴 8% 내외의 발전용 팔당댐이나 춘천댐의 효과도 공학적으로 무시하는 마당에, 2% 내외의 효과에 애써 의미 부여할 이유가 없다. 이 정도는 경제성 평가에서도 감지되지 않는 무시되는 수치다.

더구나 과거에 4대강 본류 홍수피해가 빈번했다면 모르되, 이미 100년 빈도 홍수에 안전토록 완비되어 있었던 강에 단지 보를 건설하고, 이로 인해 높아진 수위만큼 제방을 더 높였다고 해서 홍수안전에도 기여했다고 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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