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2 09:08최종 업데이트 20.03.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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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스무 살이 된 오마이뉴스는 동갑내기 스무 살이 궁금했다. 그래서 2000~2002년에 태어난 1000명에게 물어봤다. 무슨 생각들 하고 있냐고. 그랬더니 더 깊이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러 배경을 가진 2000년생 14명을 직접 만나 차분히 대화를 나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한국 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키워낸 이들에게 오마이뉴스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우리 사회의 20년 후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스무 살은 곧 세상을 바꿔나가기 시작할 테니까. [편집자말]
전국 만 18~20세가 꼽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고,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나타났다. 또 이 세대의 절반 이상은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로 평가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20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무살 머릿속' 설문조사 결과다.

이번에 여론조사를 실시한 만 18~20세는 2000~2002년생들로, 2000년대가 시작된 이후에 태어나 주민번호 후반부의 앞자리가 3 또는 4번인 소위 '밀레니얼 세대'다. 2000년생은 오는 4월 21대 총선이 첫 투표이고, 만 18세인 2001~2002년생도 지난해 말 선거연령을 한살 낮춘 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선거참여가 가능해졌다. 그 숫자는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133만여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약 3%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봉주영

 
'역대 대통령 중(현직 제외)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을 한 사람만 선택해달라'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꼽은 응답자가 35.2%로 가장 많았다(이하 전 대통령 호칭에서 "전" 제외). 이후 김대중 대통령 10.3%, 박정희 대통령 5.8%, 이명박 대통령 3.4%, 김영삼 대통령 2.3% 순이었다.

남성의 경우 노무현 33.8% - 박정희 9.3% - 김대중 8.6% 순이었고, 여성은 노무현 36.7% - 김대중 12.2% - 박정희 2.0% 순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남녀 간 극명히 엇갈리는 평가가 눈에 띈다.


반대로 '역대 대통령 중(현직 제외)에서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을 한 사람만 선택해달라'는 질문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37.6%로 가장 많았다. 전두환씨가 24.0%로 뒤를 이었고, 이명박 대통령 7.8%, 박정희 대통령 5.2%, 이승만 대통령 3.7%, 김대중 대통령 2.4% 순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녀 모두 싫어하는 대통령 1위였지만, 여성은 42.3%가, 남성은 33.3%로 나타나 역시 남녀 간 다소 다소 차이를 보였다.
 

ⓒ 봉주영

 
한편 만 18~20세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보다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을 고르기가 훨씬 쉬웠던 걸로 보인다. 싫어하는 대통령을 고르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7.0%에 그친 반면, 좋아하는 대통령을 고르라는 질문에는 41.1%나 "잘 모르겠다"를 선택했다.

기성세대와는 조금 다른 '스무살 보수'... 지역구도에서 자유로워

자신의 정치적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는 "중도적"이라고 답한 이들이 54.0%로 절반을 넘었다. 32.7%는 진보적(매우 진보적 4.6% + 다소 진보적 28.2%)이라 평가했고, 보수적(매우 보수적 1.9% + 다소 보수적 11.3%)이라고 평가한 이들은 13.2%였다. 전체적으로는 중도가 대세인 가운데 진보가 보수보다는 우세한 형국이다.

남성의 경우 중도 57.1% - 진보 27.6% - 보수 15.3%로, 여성의 경우 중도 50.7% - 진보 38.3% - 보수 11.0%라고 답했다. 이 세대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진보에 기울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 중 하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이념성향과 지역 간 큰 연관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만 18~20세는 중도 59.0% - 진보 31.6% - 보수 9.4% 분포를 보였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중도 50.5% - 진보 37.5% - 보수 12.1%로 전국 평균보다 오히려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평가한 이들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성세대 보수층과 달랐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 중에 가장 싫어하는 대통령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꼽은 이들이 28.2%로 역시 제일 높았다. 전두환씨가 17.9%, 이명박 대통령이 15.1%로 뒤를 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도 노무현 대통령이 24.0%로 1위였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 13.9%, 김대중 대통령 11.6% 순이었다.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특집 '스무살 머릿속' 여론조사는 지난 2월 7~11일 전국 만 18~20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이며, 2020년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대별/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치를 적용했다.
 

ⓒ 봉주영

 
"첫 투표, 무조건 한다... 차악을 선택하는 게 선거"

실제 만나본 스무 살들은 이번 총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여러 지역 출신 대학생과 직장인 등 2000년생 14명을 만나 정치·사회·문화 등 여러 주제에 관한 스무살의 생각을 물어봤다(아래 등장하는 심층 인터뷰 대상자 상세 프로필은 기사 하단 덧붙이는 글 참고).

D(남)씨는 "투표는 무조건 해야 한다, 최소한의 권리"라면서 "투표 한다고 바뀌느냐고 하는데, 한 명 한 명 자기 생각을 확실히 표출해야 그게 모여서 추세를 만들어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I(남)씨는 "당연히 투표할 것이다, 지역구 후보가 맘에 들지 않아도 투표할 것"이라며 "투표권은 차악을 선택할 권리이고, 가장 나쁜 사람을 떨어뜨린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던 K(남)씨도 "첫 투표이고, 우리 세대의 의견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 가장 확실한 방법이 투표인 것 같다"며 "우리를 대신 해서 얘기하는 정치인은 없다, 투표를 잘 하면 현실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스무살은 어디에 투표할까? F(여)씨는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을 것이고, 비례대표는 정의당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위선적인 면이 드러나긴 했지만 복지예산을 늘리고 소득주도성장이란 구호를 내세웠다, 북한의 김정은과도 여러 번 만났고 미국과도 어느 정도 등을 지면서 내야할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본다"면서 "과거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상식들을 깨는 정치를 해왔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차악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던 I씨는 "이번 정권은 맘에 안 드는 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른쪽 당을 찍지는 않겠다, 파란당을 찍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파랑은 민주당 상징색이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는 "제주도에 가보면 실제 경기가 최악"이라며 "이번 정권이 경제를 못 하기는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권심판 투표" 분위기는 있지만... 갈 길 잃은 표심

'정권심판 투표'를 하겠다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분야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K씨는 "문재인 정부가 못하는 건 일자리문제와 경제"라며 "잘 하는 부분은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 D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깔려 있는 것 같다"며 "내 생각엔 이 정부가 기대를 배반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적폐를 몰아내고 들어선 정부인데 이전 정부보다는 낫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 남은 3개월 동안 바뀔 수도 있지만 당장 투표를 한다면 정권심판론 투표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경제가 안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스무 살의 표는 정권심판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제1야당으로 향할까?

K씨는 "자유한국당(이후 미래한국당으로 통합)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보수정당이 잘 하리라는 확신도 없다, 실력을 입증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투표는 반드시 하겠다, 정권심판 쪽으로"라고 했던 E(남)씨는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을 찍겠다는 것은 아니다, 바른미래당이나 요즘 나온 새로운보수 쪽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안 찍는 이유는 "너무 과거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당시엔 자유한국당이었던 제1야당은 2월 17일 새로운보수당 등과 통합해 미래통합당이 됐다. 정권심판은 하겠지만 자유한국당은 찍지 않겠다던 스무살은 어떤 마음일까? E씨는 지난 18일 전화통화에서 "미래통합당이 돼 과거보다는 나아진 것 같은데, 안철수 쪽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며 "미래통합당에서 유승민의 요구가 반영되는지, 어떻게 하는지 봐야겠다"라고 말했다.

스무살들에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기조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투표가 제1야당으로 향하리라 보기는 확실치 않아 보인다. 앞서 살펴봤듯 스스로 보수적이라 평가하는 스무살들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고, 보수/진보의 이념분포 또한 기성세대가 보여온 지역 구도를 따라가지 않는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합당한 미래통합당은 아직 '박근혜 추종'과 '과거지향'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녹색당원인 M(여)씨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누굴 뽑을지 고민중이다. 비례대표는 물론 녹색당이지만, 살고 있는 강화도에는 녹색당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다. M씨는 "여기는 보수색이 강한 곳이지만 자유한국당을 찍을 순 없다, 너무 시대에 뒤떨어졌고 사회적 약자와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정당"이라며 "이 부분은 민주당도 좀 비슷하긴 해서 지역구 투표는 좀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 ★
 
덧붙이는 글 기사에 등장하는 심층 인터뷰 스무살 프로필

D : 남성. 서울 내 중상위권 대학 1학년. 세종시 자율형 공립고 졸업. "딱 중간의 중산층인듯"
E : 남성. SKY 대학 1학년. 서울 지역단위 자사고 졸업. "우리 집은 서민"
F : 여성. SKY 대학 1학년. 서울 강남 8학군 일반고 졸업.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가정.
I : 남성. SKY 대학 1학년. 제주도 비평준화 일반고 졸업. "집안이 부유하진 않다"
K : 남성. SKY 대학 의대 1학년. 전국단위 자사고 졸업. 본가는 경기도.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다"
M : 여성. 지역 문화상품 제작·판매. 초·중·고 모두 대안학교 졸업. 인천 거주. "집안 형편이 그때 그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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