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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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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최근 들어 부쩍 '안전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의 모든 경영활동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노동단체 등의 평가와 반응은 싸늘하다. 

심지어 포스코 그룹 주변에서조차 냉소적인 분위기가 나온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발표한 안전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년 각종 사고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 및 노동계에서는 최 회장의 연임 반대는 물론,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고 공익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최대주주 가운데 하나다.   

최 회장 "작업중지권 적극 실행"

포스코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그룹 운영회를 통해 "올해 모든 경영활동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작업 현장에서 직원들의 '작업중지권'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중지권은 작업 현장에서 안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지시를 받거나, 신체적으로 또는 정서적인 요인으로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 직원들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최 회장은 "안전 조치를 취하느라 생산이 미달한다면, 앞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상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올 신년사와 포항·광양제철소 방문에서도 '안전'을 강조해 왔다.

포스코 역시 올 들어 '6대 중점 안전관리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작업중지권 시행뿐 아니라 안전신문고를 만들고, 안전스마트 인프라 확충, 협력사 안전관리 지원강화 등을 발표했다. 작년 말에는 안전특별대책을 위해 올해부터 3년동안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미 지난 2018년부터 3년동안 노후설비 교체 등으로 1조3157억원을 투자해 작업 환경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동안 포스코의 산업재해는 끊이질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 기간동안 포스코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모두 1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들 노동자 가운데 원청 노동자가 5명이었고, 하청노동자는 13명이었다. 

끊이지 않는 산재...  재임 3년 동안 노동자 18명 사망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포스코 산재사망사고 내역.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포스코 산재사망사고 내역.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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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포스코는 이 기간동안 노동부로부터 무려 6차례에 걸쳐 특별감독 등을 받았지만 산업재해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작년 7월 13일 광양제철소에서 설비점검 중에 있던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후, 노동부는 21일부터 일주일동안 기획감독을 벌였다. 하지만 감독이 끝난 이틀 후 같은 공장의 지원센터에서 하청 노동자가 심정지로 사망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산업재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중대 산업재해 발생 건수와 평균 재해율 등을 보면, 포스코는 같은 업종의 사업장보다 산업재해의 빈도가 잦고 인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포스코는 지난 2015년의 경우 같은 업종에 비해 평균 재해율이 최대 15배 이상 높고, 2018년 평균 사망만인율의 경우 최대 52배에 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부가 매해 심각한 산업재해사업장만을 대상으로 이같은 통계를 발표하는데, 포스코는 거의 두 해에 한 번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의 지역 환경오염을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포스코의 생산공정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이 노동자와 시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광양제철소에 대한 노동부의 특별감독에서 598건에 달하는 법 위반사항이 나왔고, 자율안전검사 불합격 압력용기 27대에 대해선 사용중지 명령도 내려졌다. 또 작년 2월 시민단체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와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등은 포스코 노동자 8명에 대해 '직업성 암'을 인정해 달라면서 집단 산업재해 신청을 하기도 했다.

연임 반대 운동 나선 시민사회...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해야"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 촉구 기자회견.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포스코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 촉구 기자회견.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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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 따르면 해당 노동자들은 폐암과 루게릭병, 세로 림프종 등 암에 걸렸는데, 이들은 포항제철소 코크스 공정과 냉연부 등에서 30~40년씩 근무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제철소에서 노동자들이 결정형 유리균산·석면 등 발암물질에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스코쪽은 '직업성 암'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서 연 2회에 걸쳐 작업환경 측정을 해오고 있고, 유해물질 노출 역시 법정 기준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관리돼 왔다고 해명했다.   

포스코를 둘러싼 이같은 논란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익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보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포스코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있다"며 "최 회장은 이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는 노동탄압과 환경오염 등으로 노동조합법과 대기환경보전법 등도 위반했다"면서 "검찰수사와 별개로 포스코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포스코 지분 11.43%를 갖고 있다.

그는 "최 회장을 비롯해 사내외 이사 8명은 포스코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및 선관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국민연금이 3월 주총에서 이들 이사들의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민변을 비롯해 참여연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노동단체 등도 지난달 27일 별도의 회견을 통해 "위험기업으로 낙인 찍힌 포스코를 바꿔야 한다"면서 "포스코 지배구조 개선과 정상화에 관심없는 이사선임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최정우 포스코 회장, #산업재해, #환경오염, #직업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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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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